너무도 하품 날 정도로 진부해서 원고를 쓸 때도 최대한 지양하게 됐던 문장, "행복하자".
이것이 이토록 어마어마하게 크고 깊은 표현이었다는 걸, 이제는 뼈저리게 알고 있다. 이 방에 모인 470여 명 모두가 아마 그럴 테고.
470여 명 중엔 췌장암 환우 본인도 간혹 있지만 환우의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처음엔 그 말로만 듣던 무시무시한 '췌장암'이 내 가족 앞에 놓인 단어가 되면서 겁에 질려 입장하고,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눈물로 하소연하고, 췌장암에 관련된 몇 안 되는 정보들이나마 공유하며 정신을 바짝 차려보고... 그런 와중에도 웃음을 주었던 삶의 작은 조각조각들을 공유하며 잠시나마 서로를 미소 짓게 하기도 한다.
은총 / 아빠 75 / 2기 / 대구 가톨릭 대학교 / 1909
이게 이 단톡방에서의 내 대화명. '은총'은 우리 아기의 태명이었는데, 한 번의 유산 끝에 아주 아주 건강하고 똑똑한 아기가 우리 곁에 와 준 것처럼 이 방의 모두에게도 그런 큰 복과 행운이 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다. 75는 아빠의 연세, 1909는 2019년 9월에 발병했다는 것.
나 역시 2019년 9월 이전, 이런 공간에 내가 함께 하게 될 거라는 걸 상상조차 하지 못 했던 것처럼, 나 이외의 모든 분들도 대화명 끝에 적힌 시기가 오기 전까진 분명 아주 평범한 가정에서 별 것도 아닌 거에 투닥투닥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며 하루하루를 채워나갔겠지. 그것이 눈물 날 정도로 행복한 삶이었단 걸 전혀 알지 못했던 채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00님도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행복방에서 아마 가장 자주 만나게 되는 문장 중 하나가 아닐까. 연예뉴스를 10년 넘게 해 오는 동안 스타들의 부고를 심심치 않게 전하며 삶과 죽음에, 그리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한마디 말에 어느 정도는 무뎌졌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이 방에서의 이 인사는 매일같이 들어도 매일같이 아프다.
그리고 매일 아침 기도를 한다. "행복하게 살자"는, 참 별 거 아닌 것 같은, 예전엔 참 진부하다 생각했던 그 표현이 우리 모두의 현실이 될 수 있기를.
평소보다 밥 한 숟갈 더 드셔주시는 게, 햇살 좋은 날 아주 천천히라도 동네 한 바퀴 걷고 와 주시는 게, 진통제 없이도 숙면을 취해주시는 게, 예전처럼 호탕하게 자식들 이름 불러주시는 게... 그게 그저 '행복'인 470여 명의 소박한 꿈이 반드시 이뤄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