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은 엄마 자격이 없는 '불량엄마'이고 아이는 너무 안 됐답니다. 어쩌다 이렇게 예쁘고 착한 아이가 나라는 엄마를 만나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놀지도 못하는 불쌍한 아이가 됐나... 갑자기 아이를 비련의 주인공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단언컨대 저는, 제가 제일 안 됐습니다.
분명히 나는 예전과 같은 사람인데 '엄마'라는 이름이 추가되고부터 할 일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많아졌어요.
내가 하던 일은 그대로 하면서 추가로 반드시 해 내야 하는 일들의 리스트가 숨을 턱 막히게 할 정도로 길고도 깁니다.
'시간이 나면 하지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일들이에요. 대부분이 우리 가족, 특히 아이의 '생존'과 직결되는 일들이거든요.
때 되면 밥을 줘야 하고 기저귀 쇼핑을 해야 하고 멸균 우유를 박스채 사놓아야 하고 어린이집 간식을 만들거나 주문해야 하고 밤새 코가 막혀 있는 거 같으면 가습기를 알아봐야 하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이며 신발이며 입고 걸치는 모든 것들을 바꿔주기 위해 폭풍쇼핑에 나서야만 합니다.
저는 '변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안정감'과 '질서'와 '규칙' 그리고 '정리'를 매우 좋아하며, 스트레스에 굉장히 취약한 사람이에요.
그러니 나라는 사람에게'육아'는 애초에 참 맞지 않는 옷일 수밖에 없는 거예요.
아기를 무척이나 사랑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집안일이나 제 일처럼 마음만 먹으면 '빨리빨리 딱딱딱' 할 수 있는 게 아닌, 변수 투성이에... 제가 좋아하는 '안정감' '질서' '정리' 등과는 맞닿으려야 닿을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지요.
매일 남편에게 하소연하고 울기도 참 많이 울고 아이에게 온갖 신경질을 부리기도 하며 3년을 지냈더니
몸에서 경고 신호를 보내더군요. 지난주 건강검진을 하고 약을 한 보따리 받아왔습니다.
저처럼 육아가 정말 정말 힘든 분들이 있을 거예요. 그건 절대 '엄마'의 잘못이 아니에요. 내 성향이 육아와는 맞지를 않아서 2년 3년이 돼도 좀체 적응이 되지 않는 거예요. 그저 두려움의 대상일 뿐인 거예요.
그럼 꼭 주변에 있는 힘껏 도움을 청하길 권합니다. 부모님이 됐든 남편이 됐든 베이비시터가 됐든 나만의 시간을 꼭 만드세요.
잠만 자도 좋고 커피 한 잔을 하고 와도 좋고... 다만 한두 시간만이라도 '나를 살리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것에 반감을 갖는 분들도 많은데요, 정말 진심을 다 해 내 아이를 돌봐주는 좋은 시터님들도 많이 계세요. 찾고 찾으면 다 있습니다. 더 열심히 찾아보세요.
그리고 전 저를 살리기 위해 포기한 게 있는데요, 바로 '요리'예요.
아기는 어린이집에서 저녁까지 먹고 오니 아기 반찬은 걱정할 일이 없고요, 저랑 남편 반찬은 소문난 반찬가게의 것들로 일주일에 2-3번 소량씩만 구매합니다. 제가 직접 요리를 할 상황이 못 되니 반찬가게를 선정할 때 나름 심혈을 기울였는데요, 똑 부러진 엄마들이 많은 목동에서 30년 간 장사를 했다는 것, 아주 오래된 단골 고객이 정말 많다는 것... 그것만으로 망설임 없이 선택을 했고요, 그 선택이 옳았다는 건 늘 신선하고 맛있는 밥상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엄마들은 늘 그러죠. 미안하다고, 너무 다 미안하다고. 그런데요, 정말 미안해해야 할 대상은 아기가 아닌, 아기에게 한 것 반의 반의 반도 신경 쓰지 못 한 자기 자신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