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별에서 왔니

너에게 쓰는 세 번째 편지

by 온작가


매일 아침 투하되는

시청률 폭탄에 좌절하고 있다가도

눈을 비비며 방문을 열고 나와 폭 안기는

너의 향긋한 살 냄새에,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해맑은 웃음소리에

흑백이었던 나의 세상은

총천연색의 알록달록한 곳이 된다.

그 모든 시름은 행복이 된다.

축 처졌던 어깨도 다시 봉긋,

입꼬리는 연신

네가 좋아하는 미키마우스처럼 올라가지.


하온아, 어느덧 네가 벌써

네 살이 됐더구나.

사람들은 '미운 네 살'이라는 표현을 하던데

왜 그렇게 얘기하는지 조금 알 것 같으면서도

온전히 동의할 수는 없을 거 같더라.

엄마에게는 그저

'너무 예뻐 죽겠는 네 살'

일 때가 훨씬 많거든.

침대에 누워서

'만세~' 하거나 '저요~' 하면서

자고 있는 널 보면

그 쪼꼬맣던 아기가 언제 이렇게 컸나

마음 가득 감격이 벅차오르고

그 감격 사이사이

미안함과 후회들도 고개를 들더구나.

너무도 서툰 엄마여서

너무도 예민한 엄마여서

너무도 약한 엄마여서

참 모진 소리, 말도 안 되는 행동도

많이 했었잖아.

이렇게 착하고 온순하고 똑똑한,

분에 넘치는 아이에게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또래에 비해서도

웃음이 유난히 많은 아이로 자라줬고

그 천진난만한 웃음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 돼

엄마의 부정적인 감정들 위에

반짝이며 토독토독 떨어지더구나.

아주 예쁜 빗방울처럼.

그럼 모든 피로와 스트레스는

그 음표들 속에서 고요해지더라.


자주 그런 생각을 해.

이렇게 예쁜 아이가 정말 내 딸이 맞나...

이런 천사에게 '엄마'로 불릴 만큼

뭘 그렇게 잘하고 살아왔었나

유독 예민한 성격 탓에

스트레스를 사서 받는 엄마에게

세상이 '그간 고생했다'며

아주 아주 길고 좋은 꿈을 선물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그만큼 너는 만지는 것조차 아까울 정도로

소중하고 귀한 사람이란다.



최근 낯선 동네로 이사를 하고

낯선 어린이집으로 등원을 하며

며칠간 넌 감기를 앓았었지.

태어나 처음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엄마 회사 안 가면 안 돼요?'

'다른 친구들 엄마 아빠는

일찍 데리러 오는데

하온이만 늦게까지 있어서 슬펐어요'

엄마가 최대한 빨리 가는 게 그 시간이라고

재차 설명을 해도 더 서럽게 울며

'하온이도 회사 따라가면 안 돼요?

얌전히 있을게요'...


유독 낯을 많이 가리고

새로운 공간에 대한 두려움이 큰 네가

이전엔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일상생활이라는 걸 하면서

얼마나 '안간힘'을 썼을까.

그래도 며칠 지나지 않아

'우리 어린이집 최고의 모범생이에요'

얘기를 듣게 됐지만

자랑스럽고 대견한 마음보다는

짠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훨씬 더 크게 자리하더구나.

본의 아니게 시작된 낯선 도전이

네게 얼마나 무섭고 겁나는 것이었을지

그럼에도 그걸 이겨내 보겠다고

얼마나 이 악물고 낑낑댔을지.

'아이고 역시 우리 하온이는 최고야'

아빠 엄마의 이 한 마디가 듣고 싶어서

네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노력을 했던 걸지

너와 성향이 매우 비슷한 엄마는

네 마음을, 감정을 너무 잘 알 것 같더라.


네게 미안한 만큼

네가 안쓰러운 만큼

엄마는 엄마 앞에 주어진 모든 순간들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가끔은 너무 이를 악물어서

탈이긴 하지만.^^


엄마는 엄마의 생을,

아빠는 아빠의 생을,

너는 너의 생을 힘껏 살아가자.

그 하루하루가

그 모든 순간순간이

우리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줄 거야.


백 마디 천 마디

사랑한다는 말로도 부족한

나의 작고 소중한 보물,

오늘도 우리 많이 웃고

재미있게 지내보자.

오늘은 울지 말고 등원하기~

엄마랑 약속!^^


엄마는 아이의 웃음을 찾아
피워내는 사람이다
엄마는 자신의 삶을
힘껏 살아냄으로써
생명을 살리는 존재여야 한다
그러면 아이도
피해 갈 수 없는 불운과 불행 앞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웃으면서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이건 엄마가 아이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할
삶의 기술이다
-나는 뻔뻔한 엄마가 되기로 했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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