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실내화

이 신발로 딛고 있는 너의 세상에 관하여

by 온작가




너의 어린이집 실내화를 빨다가

문득 뜨거운 감정이 올라왔어


손바닥만 했던 발이 언제 이렇게 컸니?


이 발로 딛고 다니는 너의 세상은

충분히 안전하고 행복한 곳일까...


점점 나이를 먹어갈수록

이 발로 지탱하기 힘들 정도로

양어깨에 놓일 짐들이 늘어날 텐데

그때도 네 신발을 이렇게 빨아주면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어린이집의 월요일 아침’처럼

활기찬 세상을 만날 수 있을까...


이 발로 오다다다 뛰어

엄마 품에 안길 날은 얼마나 남았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잘라내고

가만히 쓰다듬어보는,

너의 실내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느 별에서 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