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마음으로 오열했을 그분에게 전하는 작은 위로
퇴근길, 버스를 탔습니다.
제가 이용하는 광역버스는 타는 문과 내리는 문이 동일해, 주로 앞자리에 앉는 걸 선호하는데요, 오늘은 맨 앞자리가 비어있기에 얼른 앉았지요.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기사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아니 그걸 왜 이제야 얘기해!! 알았어 끊어봐'... 잠시 후, '119죠? 지금 혼자 계시는 어머니가 숨쉬기 힘들다고 하셔서 빨리 좀 가주시면 좋겠습니다'... 기사님은 무척 당황하신 듯 보였어요.
엿들으려고 엿들은 건 아니지만 전 알게 됐어요. 기사님의 연로하신 어머니께 심장질환이 있었다는 것, 갑자기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자녀들에게 급히 연락하셨다는 것, 어머니가 평소 다니시던 종합병원으로의 이송이 곧 이뤄질 거라는 것... 정신없이 여기저기 전화하시는 기사님은 무척 차분하게 대응하려 애쓰셨지만 그 차분함(정확히는 '차분한 척') 뒤의 감정들이 너무 고스란히 느껴져서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마음 같아서는 버스를 세워두고라도 당장 전 속력을 다 해 달려가고 싶으셨을 겁니다. 119 구급차에 홀로 오르실 어머니의 겁에 질린 모습에 관해, 절대 전해 듣고 싶지는 않으셨을 거예요. 의료적인 처치는 해드릴 수 없었을지언정 손이라도 꼭 잡아드리고 '괜찮을 거다 걱정하지 마시라' 몇 백 번을 되풀이해 가며 안심시켜드리고 싶었을 겁니다.
그런데 기사님은 그렇게 하지 못하셨어요. 그 순간 어머니의 얼굴 위로 자녀들, 아내의 얼굴이 겹쳐 보였을지 모릅니다. 기사님 가정의 고귀한 밥줄이 돼 주고 있었을 그 버스 운전을, 그는 놓아버리지 못했습니다. 속으로는 오열을 하셨을지언정 최대한 침착하게 핸들을 계속 잡으셨어요.
내리면서 기사님의 뒷모습을 보며 기도했습니다. 부디 어머니께서 괜찮으시기를... 그래서 놀란 기사님도 평온을 찾으시기를, 그 가정에 '무탈한 하루'라는 축복이 내려지기를...
세상 모든 부모님들이 부디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픈 아빠가, 아빠를 119에 태우던 엄마가... 당신들의 그때 그 심정이 유난히 더 만져지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