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슈퍼맨인 우리 아빠
아빠, 오늘은 3월 18일 월요일, 지금은 오전 10시 정도예요.
지금 아빠는 뭘 하고 계실까요?
전 하온이 등원시키고 급한 일 좀 처리하고 이렇게 아빠를 만나고 있어요. 그 누구의 방해도 없는 고요한 시간, '아빠'라고 쓰고 보니 마음이 참 따뜻해지네요. 노트북 화면 어디선가 '꼭지야' 하는, 유독 큰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고요.
하온이는 오늘도 아주 신나게 등원을 했답니다. 오늘부터는 어린이집 차량으로 등원을 하게 됐는데 '큰 차가 올까 작은 차가 올까~ 선생님은 누가 타고 오실까~ 나무반(자기네 반) 선생님이 오시면 좋겠다아~' 네버 엔딩으로 쫑알쫑알거리다가 차가 오자마자 올라타고 제게 손을 흔들더라고요. 어제 재울 때 '하온이가 버스에서 손 흔들면 엄마는 하트를 그려줘'라는 분부를 받았기에 저는 조그만 손하트부터 머리 위 대형 하트까지 보여주며 하온이를 웃게 했지요. 길거리였고 사람도 꽤 있었지만 창피한 건 1도 없었어요. 오전 시간 저의 유일한 목표는 '하온이를 행복하게 등원시키기' 거든요.
아빠, 저는 워킹맘으로 살면서 'One Thing'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너무 신경 쓸 것도 해야 할 것도 많으니까 몸은 여기 있는데 마음은 저기 있고... 수많은 생각과 할 일들에 정신없이 마구 휩쓸려다니다 잠자리에 들게 되길 몇 년. 그런데 어느 순간부턴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서 매일 아침엔 그날의 큰 'One Thing', 오전 시간엔 또 오전 시간의 'One Thing', 오후 시간엔 오후 시간의 'One Thing'... 가장 중요한 것 단 한 가지에만 정신과 에너지를 집중하려고 하고 있어요. 의식의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니 삶이 좀 선명해지더라고요. 그래서 하온이 보낼 때까지는 '하온이를 행복하게 등원시키기'라는 단 하나의 목표에만 집중을 했던 거고 지금은 '아빠와 좀 더 진하게 만나기'라는 단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리고 참 '빈틈없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아빠, 저는 이렇게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아빠가 물려준 따뜻한 감성은 '세상을 글로서 꼬옥 안아주는 작가'라는 제 삶의 최종 목표를 만들어줬고요, 아빠가 물려준 예민함은 좀 더 섬세한 글을 쓰고 매 순간 깨어있는 사람일 수 있게 해 줬고요, 또 아빠가 물려준 가족에 대한 애틋함은 제 삶의 중심에 '가족'이라는 두 글자를 정확히 데려다 놓았지요. 그러니 아빠는 절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게 아니에요. 비단 저만 해도 아빠께 받은 게 이렇게 많은데 언니, 은빈이, 연수, 하온이까지 다 하면... 아빠는 정말 대단히 귀한 걸 이루신 거예요. 아빠의 빛나는 청춘, 그 시절에 가졌던 원대한 목표들엔 결국 닿지 못했을지언정 그보다 훨씬 값진 결과물이 저희 안에 보석처럼 빛나고 있으니까, 아빠의 생은 참 찬란한 것이었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세상 멋진 슈퍼맨인 우리 아빠... 이제는 저희가 아빠를 지키는 슈퍼우먼이 될게요. 아주 많이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