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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akong Jul 26. 2019

외로운 엄마

엄마는 외롭다. 모르겠다. 모든 엄마가 외로운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외로운 것이 확실하고 주변의 대부분의 엄마들 또한 외롭다. 요즘 복직을 준비하면서는 더 외롭다. 어쩌면 복직을 준비하는 것은, 그리고 워킹맘으로 산다는 것은 온몸으로 외로움을 부딪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쌍둥이 엄마였던 나는, 사실 더 외로웠다. 부모님들이 도와주시지 못하니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혼자 어디 나가질 못했다. 한 명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유모차에서 아이를 재워놓고 커피 한 잔을 하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때가 없었다. (물론 한 명 아이라도 순한 기질이 아니라면 꿈도 못 꿀 테지만) 그리고 꼭 누군가와 함께 나갈 수 있었던 나는, 아이들과 문화센터를 다닐 때도 친구 한 명 만들지 못했다. '나는 쌍둥이 엄마니까..' 꾹꾹 마음을 눌렀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가슴 깊은 곳에서 외로움이 사무쳤다.


아이들이 조금 크고 나서, 여전히 힘들지만 그래도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외출을 하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친구들이 조금 생겼다.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놀며 자연스레 아이들 친구의 엄마들과도 친해졌다. 정말이지 좀 살 것 같았다. 여전히 아이들은 엄마의 손을 필요로 했지만, 그럼에도 엄마들은 소소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가끔 육아가 너무 힘들 땐 서로 집으로 초대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렇게 어느 정도 아이들을 돌보는 이런 삶이 익숙해지고 있는 찰나였는데, 이제 복직을 준비한다. 복직을 준비한다는 의미는, 이제 이런 일상이 변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소소한 행복을 느꼈던 엄마들과의 시간 또한 없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얼마 전 계획에 없었지만 갑자기 누구네 집에 가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지만, 갈 수 없었다. 이제 하원 후 엄마가 없는 일상, 베이비시터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을 적응하는 것이 급선무이기에. 복직을 하진 않았지만, 지금부터 벌써 우리의 일상은 달라지고 있다.


오랜만에 외로움이 밀려왔다. 복직이고 뭐고 나도 그곳에 함께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에 꾹 눌러 담았다. 아이들은 금방 그 상황을 인지했다. 일상이 조금 달라지니 본인들도 싫은지 땡깡을 부린다. 정말이지 무엇하나 쉽지가 않다.


또 한편으론, 엄마랑 잘 지내던 아이들을 굳이 떼어놓으려는 것 같은 상황이 참 쉽지 않다. 이제 베이비시터와 적응해야 하기에 내가 자리를 비우거나, 멀찍이 떨어져서 있을 때가 많다. 아이들이 나 없이 재미있게 지내는 모습을 볼 때면 안도감이 들면서도 또 동시에 조금 외로운 마음도 든다. 어차피 부모의 손을 떠날 아이들이고,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시작하는 거라고.. 마음을 먹어봐도, 직장을 다니며 나의 삶을 사는 것이 엄마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무엇이 정말 잘하는 선택인지 자신이 없어질 때가 많다. 그냥 지금처럼 아이들과 지지고 볶고 시간을 보내는 것도 참 행복한 일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드는데, 내가 익숙한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인지, 너무 감정적인 부분에 얽매여서 더 멀리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뭐 이런 종류의 극과 극을 오가는 생각들이 가득하다.


회사에 복귀하면 더 생각이 많아지겠지. 그리고 어쩌면 정말 제일 외로울지도 모른다. 최선을 다할지라도 워킹맘이기에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게 되면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퇴근하고 집에 가느라 바빠서 예전처럼 동료들과 퇴근 후에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복직 전 친하게 지냈던 아이들 엄마들이랑은 소원해질 수밖에 없겠지. 아이들은 어쩌면 엄마의 빈자리에 화가 날지도 모른다. 이 모든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워킹맘. 과연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다,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냥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보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만약 내가 했던 선택이 잘못되었다면 다시 바꾸면 되는 것이고. 어찌 되었건 이 모든 외로움을 이겨내고 있는 워킹맘들에게 정말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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