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akong Jul 11. 2019

포기할 수 있는가

한 달 정도 있으면 복직을 하게 된다.

남은 휴직기간 동안 재미나게만 지내도 모자랄 판이지만, 어찌 되었건 복직에 대한 불안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사실 요즘은 '복직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과연 쌍둥이 엄마는 출근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매일 아이들 아침을 먹이고 준비를 시키며 과연 출근까지 할 수 있을까. 그 전쟁통에서 과연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주변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나와 같은 상황이라면 사실 제일 좋은 방법은 입주 도우미를 쓰는 것이다. 아이들 등원과 하원은 물론이거니와 혹시라도 아이들이 아프거나 할 때 도와줄 수 있고 집안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돈을 정말 엄청나게 버는 사람이 아니면 이건 꿈도 꾸지 못한다. 하지만 아이 둘을 두고 복직하기가 정말 쉽지 않아서 이 방법도 생각을 해보긴 했다. 정말 6개월 정도만 그냥 눈 딱 감고 돈 나가는 것 생각 안 하고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해봤지만, 역시 이건 쉽지 않다.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비용뿐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것도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도우미와 적응을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인데, 그렇기에 단기간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결국은 어떻게든 지금 상황에서 헤쳐나가야 한다. 어찌 되었건 내가 아이들을 등원시켜야 하고, 아이들 하원 이후에는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버티다가 퇴근해서 내가 합류하는 것으로. 아 정말 생각만 해도 숨 쉴 구멍이 없다. 나는 이러다가 하얗게 재가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복직해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친구들과 가끔 식사를 같이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친구들 중엔 친정엄마나 시어머니가 도와주는 경우도 있고, 나처럼 하원 도우미를 쓰는 상황도 있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결국은 '포기'인 것 같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아이를 돌봐줄 때 생길 수밖에 없는 간극. 그것을 내려놓는 것. 그리고 믿는 것.


나는 쌍둥이 중 한 명이 매우 작은 편이라 식사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다. 밥과 반찬을 준비하는 것도, 그리고 먹이는 것도 사실은 매우 어렵고 지친다. 근데 나 대신 아이들을 돌봐주는 사람이 (누가 되었건) 나와 같은 마음으로 똑같이 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잘해주길, 그리고 아이들이 잘 따라주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만약 내가 이런 부분이 죽어도 포기가 되지 않는다면, 나는 결국 직장 대신 아이 곁으로 가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직장에 가기로 결정했다면, 어느 정도는 이런 부분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물론 아이들에겐 엄마가 최고이고, 엄마만 한 사람이 없는 것이겠지만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복직을 하기 전 필요한 마음가짐인 것 같다. 나 대신 누군가가 잘해줄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방법은 다르더라도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이라는 생각.


나는 다시 한번 나에게 묻는다.

포기할 수 있는가.


이전 10화 어쩌라는 것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