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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akong Jun 17. 2019

어쩌라는 것인가

2개월 후면 복직을 한다.

친정과 시댁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나는 베이티시터를 구해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데, 사실 이렇게까지 해서 복직을 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최고의 여성 리더가 되고 싶다는 등의 야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애들에게는 지금보다 소홀해질 테니 마음도 쓰이고.


그렇지만 복직을 하면, 적어도 회사에 있는 시간 동안엔 아이들이 아닌 내가 중심이 되는 '나의 삶'을 살 수가 있고, 작지만 나의 힘으로 무언가를 이룬다는 성취감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성과와 인간관계라는 스트레스가 필연적으로 있겠지만, 마음 맞는 동료들과 점심 먹고 커피 한잔하며 훌훌 털어버리는 여유를 부릴 수도 있을 것이다. 복귀를 하면 '잊었던 나'를 조금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나는 (눈치는 보였지만 어쨌든) 2년이라는 휴직을 쓸 수 있었고, 또한 자율 출퇴근이 가능해 '어떻게든 해보자'라는 마음을 가지고 도전해볼 수 있다. 하지만 휴직을 길게 쓰지 못하거나, 출근은 빠르고 퇴근은 늦은 직장이라면 고민의 여지없이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주변의 도움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베이비시터만을 고용해 아이들을 돌보기엔 경제적으로도, 마음적으로도 너무도 힘들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직 어린 쌍둥이라면 더더욱 상황이 쉽지 않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다닌다. 어린이집은 공식적으로는 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운영한다. 토요일도 운영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전국의 모든 어린이집을 다 조사한 것은 아니기에 일반화시켜 이야기할 수는 없고, 그저 나는 내가 경험하고 고민되는 부분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어린이집은 '맞춤반'과 '종일반'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워킹맘이라면 '종일반'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나는 종일반으로 등록되어 있으나 4시쯤엔 아이들을 하원 시켜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4시 이후부터 내가 퇴근하는 시간까지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어린이집에서 대부분 3~4시경 하원하는 건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너무 많아서 내가 그것을 다 적을 수도 없을 것이고, 또 너무 복잡하고 미묘해서 미처 내가 알지 못하는 부분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정책적인 부분을 논할 능력조차 없다. 그저 아이들을 기르는 부모 입장에서, 워킹맘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고민이 될 뿐이다.


공식적으로는 늦은 시간까지 운영을 한다고 알려져 있으면서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 당황스럽고, 내 아이가 맡겨져 있기에, 혹시라도 내 아이에게 불똥이 튈까 봐 이런 불편함과 괴리감을 공론화시키기도 부담스럽다. 그리고 과연 이 상황이 알려진다고 한들 개선과 변화가 가능한 것일까. 어린이집을 관리하는 곳에서 정말 이 상황을 모르고 있을까. 불신과 불안감은 나를 주저앉게 한다.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수없이 목격해왔지만, 정작 나는 그 변화를 주도할 힘도 능력도 마음도 가질 수 없다.


아이들은 하원 시간이 되면 모두 문 앞에 나와 있다. '00야, 엄마 왔다'라고 하면 나머지 아이들은 실망한 듯 다시 방으로 들어가 자신을 데리러 올 사람을 기다린다. 매번 어린이집 하원을 시킬 때마다 그 상황을 목격하게 되거나, 또는 내 아이가 그럴 때면 마음이 참 아프다. 만약 어린이집에서 늦게까지 아이들을 봐준다고 해도, 다른 아이들은 모두 일찍 하원하는데 내 아이들만 늦게까지 남아있는다면 이 또한 참 마음이 아플 것이다.






결국, 어쩌라는 것인가.

육아하는 부모들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한 것인가. 보다 실질적인 사회적 시스템 보완이 필요한 것인가.


미세먼지 등으로 어린이집 휴원을 하거나 아이들이 아프면 누가 아이를 봐주나.

어린이집 방학에 나나 남편이나 급한 일이 생겨 휴가를 못 내면 어쩌나.

유치원에 가도 이 상황은 똑같고, 초등학생이 되면 일찍 집에 온다는데, 이건 어쩌나.

초등학교 3학년쯤이 되면 괜찮아진다는데, 만약 내가 그때까지 회사를 안 가고 아이들을 돌본다면 나의 삶은 어쩌나. 그때 재취업을 할 수도 없고. 고민은 끝이 없다.


고민을 안고 나는 도전해본다. 베이비시터를 구하고 어떻게든 일과 가정을 양립해보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가능할지 아닐지는 모른다. 일단 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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