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랬다. 꿈과 목표는 원대했으나.... 돌아보면 제대로 이룬 것 하나 없이 마흔을 향해 가고 있다.
어렸을 땐, 서른 살이 넘으면 무언가 멋진 삶을 살 수 있을지 알았고, 마흔 살이 되면 더욱 완성된 그런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하루하루 겨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이십 대보다는 영글었지만, 회사에서는 과장이라는 직급을 가지고 있지만, 완성되지 않은 매일 과도기 같은 삶.
생각해보면 완성된 삶이란 없을 텐데. 나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던 걸까.
하루하루가 모여 삶을 이루는 것인데, 나는 인생이라는 큰 그림만 바라볼 뿐 하루라는 시간은 너무 가볍게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는지.
학교 다닐 때는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본분을 지키며 살았고, 회사를 다니면서는 매일 정신없이 주어지는 프로젝트와 과업에 묻혀 살았다. 이렇게 주어진 삶에만 익숙해져 있던 나는, 막상 휴직을 하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나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질 수 있었을 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 시간을 대체 어떻게 써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정말 부끄럽지만 솔직히 고백하면 나의 힘으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꾸준히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 '운동을 해서 건강해지고 싶다'와 같은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목표만을 생각해봤을 뿐, 실제로 이것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과연 했을까? 조금은 했었지만, 어느 순간 포기했던 것 같다. '어차피 안 되는 것 아닐까'라는 심정으로.
어느 정도는 맞다. 나는 지금 영어를 아무리 공부해도 원어민처럼 할 수 없을 테고, 운동을 해도 현상유지만 겨우 할 뿐 멋진 몸매를 가지거나 갑자기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간과해왔었던 것이 있다. 하루하루가 모이면 결국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비록 유창하게 영어를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즐길 수 있는 만큼 그리고 조금은 익숙하게 영어를 할 수는 있지 않을까.
그래서 매일 짧게 영어일기를 쓰고 있다. 몇십 년 동안 영어를 공부했지만 여전히 단순한 문장밖에 작문하지 못하는 상황이 괴롭고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지만, 조금씩 하다 보면 무언가는 달라져 있겠지. 글을 쓰는 것도 그렇다. 많이 생각하고 기획해서 글을 쓰고 싶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서 매번 미뤄 왔었다. 이러다간 평생 하나도 못 쓸 것 같아서, 용기를 내어 조금씩 써본다. 언젠가는 이 또한 달라져 있겠지.
몇 달 전, 꽃시장에 갔다가 우연한 기회로 블루베리 묘목을 샀다. 생각보다 가격이 안 비싸기도 했고, 아이들이 블루베리를 좋아한다는 단순한 이유였다.
묘목을 키우는데 특별히 해야 할 일은 없었고 그저 매일 물만 주고 이따금씩 아이들과 관찰했다. 물을 주는 행위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블루베리 알이 보라색으로 변해가는 것이 보였다. 선인장도 죽여왔었기에 그 모습을 본 나는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매일 물을 주는 행위가 결코 가벼운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무언가를 했을 때, 상황이 변할 수 있겠구나, 어떤 결과를 이뤄낼 수가 있겠구나, 라는 자신감을 가져본다. 일단 블루베리를 매일 돌보고 있으니까 다른 일도 차근차근 조금씩 조금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