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복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름 여유롭게 복직을 준비하고 있었건만, 아이들이 갑자기 아프니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다. 당장 다음 주에 회사를 가야 하는데 아이 둘은 돌아가며 아프다. 전염성 있는 것이라서 어린이집에 등원을 하지도 못한다. 나의 복직 전 마지막 일주일의 자유는 이렇게 흘러간다. 하아..
쌍둥이를 키우는 것이 무슨 유세냐 싶어 힘든 내색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편인데, 사실 솔직히 말하면 너무나도 힘들다. 이번처럼 시간차를 두고 둘이 아픈 것도 그렇고.. 그냥 나는 쌍둥이 엄마라는 운명을 타고났으려니.. 체념 아닌 체념을 하면서 26개월을 근근이 버텼다. 그런데 어제, 정말 정신력으로 겨우 버텨왔는데 이제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와르르 무너져버리는 것 같았다.
워킹맘이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 것이라는,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너무도 자명한 사실 앞에서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느낌이랄까. 요즘은 친정엄마가 아이를 봐주면 금수저, 시부모님이 봐주면 은수저, 도우미가 봐주면 흙수저라는데.. 나는 진짜 흙수저 중에 흙수저다. 이렇게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서야.. 내가 정말 버텨낼 수 있을까, 덜컥 겁이 났다. 그리고 남편도 멘붕이 오긴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예고를 하고 아픈 것도 아니고, 일주일이나 아이가 등원을 하지 못하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한 번쯤은, 아니 더 많이 닥칠 일이겠지만 아직 발생하지 않았으니 일단 그 걱정을 제쳐두기로 했다. 답도 없는 일이니. 당장 이번 한 주를 어떻게 하면 이겨낼 수 있을지, 그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두 명이 약간 시간차를 두고 아프니 좋은 점도 있다. 한 명이 아프지만, 한 명은 좀 나아졌다. 이미 한 명을 바로 직전에 겪으니 다음 아이에 대해서는 더 체계적이고 나름의 전문성(?)을 가지고 아이를 간호하게 된다. 여기서 무너지면 정말 답이 없을 것 같아서, 최대한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또 지나치게 감정적인 것을 경계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당장 닥친 일주일도, 그리고 앞으로 닥칠 수많은 일주일들도.
복직 직전까지 아이들과 고군분투하며 간다. 차분하게 앉아 계획을 세우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 따위는 없다.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인생은 어차피 실전이고, 연습하고 계획할 수 있는 시간은 인생의 어느 지점에 있어도 그렇게 흔하지는 않으니까. 워킹맘이 되는 것도 똑같다고. 너무 무모한 것 같아 살짝 불안한 마음도 들지만, '지금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얼마 전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사실 엄마가 일하려고 하는 건 엄마 욕심인 것 같아'
그 말을 듣는데 묘하게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면서도, 묘하게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그냥 복잡했다. 편하게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 굳이 복직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이들의 입장보다는 나의 입장이 우선시 된 것은 아닌가. 하지만 정녕 회사를 다니려고 마음을 먹은 것이 단순히 '나'라는 사람의 욕심으로만 구성된 것인가. 아니 만약 엄마만의 욕심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잘못된 것인가?
답이 없고 복잡한 생각에 빠져든다. '왜 일하고 싶은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밖에 없다.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나는 꿈을 꾸는 법을 잘 알지 못했고, 나의 삶을 용기 있게 개척해내지도 못했다. 내가 처한 환경에서 조금씩 조금씩 걷다 보니 길을 만났고, 만나오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은 더없이 소중하다. 다른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을 만큼. 하지만 또 동시에 일할 생각을 하면 또 다른 의미로 조금은 가슴이 두근거린다. 일을 하게 되면 아이들의 하루하루를 상세히 알 수는 없겠지만, 아이들의 세상에서 잠깐 나와 조금이라도 넓은 세상을 경험하는 것도 기대된다. 나는 넓은 세상을 보고 듣고 느끼며, 아이들을 더욱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그렇지만 사실, 나는 어떤 삶이든 뭐든 좋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걷다 보면 길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