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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akong Aug 16. 2019

그 날을 기다리며

요즘은 정말 나의 모든 것을 탈탈 털어 육아를 하고 있는 기분이다. 정말 더 이상 나에게 남은 것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나의 모든 정신과 영혼과 육체를 쏟아붓고 있는 느낌이다. 육아를 하는 데다 쌍둥이이고, 그 아이들이 아프고, 곧 복직을 앞두고 있으면.. 이런 걸까? 이제는 정말 세상에(?) 복귀할 때가 된 것일까. 정말 더 이상은 못하겠다. 아 진짜 못해먹겠다.


나는 규칙적인 것에 매우 약하다. 그리고 체계적인 것에는 더더욱 취약하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계획성 있는 삶을 살기보다는 즉흥적인 부분이 훨씬 많았다. 혼자였을 때는, 그리고 부부가 함께할 때까지는 변화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는 못했다. 그럭저럭 살만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내가, 복직을 앞두고 있으니 달라진다. 내가 없을 때, 누가 아이를 보더라도 문제가 없기 위해서는 체계를 만들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규칙성과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회사에서 나 아닌 누가 와서 일하더라도 회사가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 것처럼,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우리 집 또한 그런 시스템이 필수적인 것이다. 당장 다음 주 복직이라 너무 마음이 급하지만, 준비하고 있는 그리고 준비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 식단표 만들기

지난 2년 동안 아이들을 봐왔기 때문에 아침에 대강 무엇을 먹고, 저녁 반찬을 어떻게 차릴지 알고는 있지만, 이것을 '식단표'라는 이름으로 기록을 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먼저, 머릿속에 많은 정보가 있지만 이것이 체계적이지 않고 뒤엉켜져 있어 항상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부분을 정리해주는 효과가 있다. '오늘 뭘 먹여야 하지'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는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필요한 식자재와 간식, 과일 등을 계획성 있게 구매할 수 있고 그러다 보니 재정적인 부분도 윤곽이 잡히게 된다.



# 안전점검

집안 곳곳을 살피며 위험하거나 아이들이 다칠 수 있는 곳들을 확인하고 보완한다. 아무리 꼼꼼하게 한다고 한들 아이들은 다치게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문제가 최소한으로 발생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하면 나쁠 것이 없다. 지금 우리 집에서 보완이 필요한 곳을 생각해봤다.


- 목욕하고 나올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해야 함 (미끄럼 방지 패드나 스티커 구매가 필요)

- 서랍장 모서리에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함 (서랍 잠금장치 또는 모서리 보호대 설치 필요)

- 거실 창문 안전 (창문 안전가드, 추락방지 방충망, 방충망 잠금장치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음)




# 필수적인 아기용품 공유

기저귀, 물티슈와 같은 일상적인 아기용품은 물론, 아기와 관련된 용품을 편하고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배치한다. 특히 아이가 아플 때 필수적인 체온계, 해열제, 비상약 등은 찾기 쉽게 정리하며 약의 용도를 잘 알고 사용할 수 있도록 설명을 기재한다. 



# 비상상황 발생 시 대처방법 

급한 일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하원 도우미 분과 비상연락망을 공유하고, 비상 상황 발생 시 어느 정도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한 기초적인 매뉴얼을 공유한다. 또한 미아방지 목걸이와 미아방지 지문등록 등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을 진행한다.



이와 더불어 최대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 나는 스트레스받을 때 설거지를 하며 그릇이 깨끗하게 씻기는 것을 보며 기분전환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아이들이 있으니 설거지는 더 이상 기분전환이 아닌 스트레스 그 자체가 되었다. 복직을 하게 되면 설거지는 스트레스를 넘어서 매우 처치 곤란한 집안일이 될 것 같아서, 고민 고민하다 식기세척기를 22개월 할부로 구입했다. 복직을 하게 되면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줄어들 텐데 설거지라도 줄여주는 최신 가전제품의 혜택을 누려보려고 한다. 그 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튀김요리를 간편하게 해주는 에어 프라이어와 빨래 널기의 과정을 생략해주는 빨래건조기 구매도 고려하고 있다. 복직하는데 신혼 혼수만큼 가전제품을 사고 싶어 하는 것이 매우 아이러니하지만 돈을 벌지도 않았는데 쓸 생각만 하는 것 또한 어이없지만,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다면 조금 무리해봐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전쟁에 나가는 사람처럼 비장한 마음으로 복직 준비를 한다. 복직을 해서 내 책상에 앉은 첫날, 나는 어쩌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될지도 모른다. 


'드디어 끝났어.. 이제 바로 다시 시작이지만. 어쨌든 새로운 시작을 축하해'

D-5 그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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