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센터에 관한 대체로 일반적인 이야기
우리 아이는 경계성까지는 아직 끌어올리지 못한, 자폐적 성향은 약간 있지만 자폐라고 확정하기엔 모호하고, 지적장애라고 하기에도 영역의 지능 편차가 너무 심한 발달이 늦은 아이다. 1년 전만 해도 대학병원 검사 결과 지능이 너무 낮게 나왔다 하여, 교육청에서 지적 장애 판정을 내려준 '특수교육대상자'에 해당했었고, 언어장애 경증 등급도 받았다. (지금은 전보다 수다스럽지만, 여전히 부정확한 발음과 살짝 특이한 억양을 갖고 있다) 올해 8월에 받은 검사에서는 지능 편차가 너무 커서, 산출된 평균치가 아이의 평균 지능이라고 할 수 없다며, '발달 지연'으로 판정받았는데, 아이를 지금까지 보아온 우리 부부의 입장은 단순 발달 지연은 아닌 것 같다는 조금 다른 의견이지만서도, 제발 단순 지연이기를 바라고 있다), 아이는 4년째 유치원(유치원 이전에는 어린이집)이 끝나면 하원 후 시간을 쪼개어, 센터에 가는 일정을 반복하고 있다.
아이는 하원하고 집이 아닌 센터로 향한다.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우리 집 7살 아이는 현재 일주일에 언어치료 1시간, 인지치료 2시간, 놀이치료 1시간을 받고 있다. (치료보다는 학습이나 훈련이라고 쓰고 싶지만, 통용되는 용어로 쓰고자 한다) 평일 중 이틀인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유치원이 끝나자마자 나와 함께 놀이치료 1시간과 인지치료 1시간을 받으러 간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둘째를 포함하여 온 가족이 함께 센터를 가서 첫째 아이의 언어치료 1시간과 바로 이어서 같은 센터에서 진행하는 인지치료 1시간의 일정을 같이 수행한다. 그 이후부터 우리 가족의 주말은 시작된다. 평일에 센터 일정을 몰아서 주말엔 가지 않도록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아이가 미술이나 피아노 등 다른 것을 배우러 갈 시간을 낼 수가 없기에 우리 가족은 주말 아침을 센터로 시작하기로 했다. 나는 전업 주부이기에 평일 오후에 아이의 일정에 함께할 수 있지만, 부모가 모두 일을 할 때에는 주말 센터 일정은 불가피한 선택이 된다. 그런 경우에는 평일에 바쁜 아이의 부모를 대신하여, 아이의 친할머니나 외할머니가 아이의 센터 일정을 책임지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맡아주시기도 한다. (아이의 장애 정도에 따라 활동 보조사를 고용하는 때도 있다)
매달 백만 원 정도, 사교육비가 아닌 치료비 지출.
지금은 이렇게 아이의 치료 일정이 여러 영역에 걸쳐서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고정이 된 상황이지만, 한 때는 아이가 금방 정상적인 발달 속도를 따라잡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언어치료만 받은 적도 있고, 반면에 어느 순간 조급해져서 언어치료, 미술치료, 감각통합치료, 그리고 놀이치료로 빽빽한 치료 일정을 짰던 경험도 있다.
사설 발달 센터의 치료비는 대체로 회당 50,000원에서 65,000원 선으로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고, 보험사 실비 처리를 받아서 진행하는 경우는 경제적인 부담이 조금 줄어들기도 하지만 병원 연계 기관이나 병원 소속의 센터에서 받는 치료에 한정된다는 제한이 있다. 지역에서 운영하는 복지센터나 가족센터에서 진행하는 수업은 회당 30,000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지만, 대기가 길다. (두 기관에서 언어치료를 받아봤는데, 각각 1년 넘게 대기를 하다가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 아이의 경우, 복지관과 가족센터보다는 주로 사설 발달 센터를 다녔기 때문에 바우처로 약간의 지원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매달 아이의 센터비로 평균 백만 원 정도 지출해 왔다. 우리 아이는 받지 않았지만, ABA라 불리는 치료는 언어, 인지, 놀이, 감통 등 일반적인 치료들보다 훨씬 비싼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센터에서 만났던 어떤 아이 부모님은 내가 우리 아이에게 지출하는 한 달 치료비를 아이의 한 주 치료비로 내고 계셨다.
40분, 10분
편의상 1시간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치료는 40분 정도만 아이에게 할당되며, 남은 10분의 시간은 부모 상담 시간이다. 부모 상담 시간에는 40분간 아이가 치료사님과 했던 활동의 간략한 요약과 아이의 반응이나 대답 그리고 어떤 부분을 집에서도 집중적으로 신경 써서 연습해 주면 좋을지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간다. 아이에 대한 고민이나 집에서 아이를 돌보면서 어려웠던 부분에 대해 상담할 때도 있다.
아이가 치료실에 들어가면 사라지는 엄마들
약 4년 전 아이가 발달센터를 다니게 된 초반에 나는 치료실 문에 최대한 가까이 앉아서, 치료사 선생님을 조금이라도 따라 해 보려고 대기 시간 내내 문밖으로 새어 나오는 목소리에 집중했다. 아이가 치료실에 들어가자마자 빠르게 센터를 빠져나가시는 부모님들을 보면서, 아이에게 관심이 없나? 어떻게 저렇게 외출하지? 치료사님의 질문과 지도에 아이가 어떻게 대답하고 반응하는지 듣는 것이 맞지 않나? 라고 생각하곤 했다. 치료실 문이 닫히자마자 서둘러 치료실을 도망치듯 나가는 다른 엄마들과 달리 닫힌 문에서 새어 나오는 선생님과 아이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그래도 나는 아이를 위해 이 정도면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는지도 모르겠다.
센터 짬밥(?)이 4년이 넘자, 나 또한 아이가 들어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가져온 책을 꺼내 집중해서 읽거나, 양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나는 대기실에 있는 나 자신을 의식적으로 그 공간에서 분리한다. 간혹 유난히 대기실이 답답하거나 마음이 안 좋은 날에는 차라리 나가서 근처 카페에 앉아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들어오기도 한다. (조금 작은 센터의 경우, 그 시간대에 치료받는 아이가 우리 아이밖에 없으면 대기실에 나 혼자 있곤 하는데, 이 시간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쉬면서 아이의 목소리를 중간중간 듣는다)
센터 대기실 분위기
대기실의 공기는 늘 답답하다. 일반적인 학원이라면, 부모들이 문 앞에 줄지어 앉아 아이를 기다리는 모습 자체를 보는 것이 쉽지 않고(요즘은 대부분 학원 차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혹 아이가 끝날 때쯤 부모들이 모인다고 하더라도, 아이 이야기나 근황 이야기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센터의 대기실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각 방에서 새어 나오는 치료사 선생님들의 목소리와 어딘가 느리거나 특별한 억양을 가진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뿐이다. 같은 공간에서 아이를 기다리면서도, 부모들은 서로 인사나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는다.
때로는 기대어 앉아 있는 벽이 쿵쿵 울리기도 하고(아이들이 신체 일부를 자꾸 벽이나 문에 부딪치는 경우가 있다), 치료 중에 40분 내내 심하게 우는 아이들도 있으며, 아이가 말하지 않는 경우, 아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치료사 선생님의 반복적인 질문들만 들려오기도 한다. 간혹 대기실에서 기다리면서 활동 보조사 선생님들의 대화에서 나온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을 들어야 할 때도 있다. “있잖아, 내가 아는 어떤 엄마는 글쎄, 계속 아이가 문제가 있는 걸 부정하다가 결국은…. "
대기시간 40분은 제 자유시간이에요.
센터를 다니는 일은 매우 ‘기가 빨리는’ 일이다. 하원 이후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해야 하는 전업 엄마인 나에게 아이가 유치원에서 하원을 한 이후이지만 주어지는 잠깐의 짬인 '센터 대기 시간'은, 치료실에 다녀야 하는 아이 덕분에, 어쩔 수 없이 허용된 육아에서 벗어나는 시간이다. 대기실에 앉아서 벽을 바라보고 있자면, '여기를 언제까지 와야 할까? 다른 아이들은 지금 영어나 태권도나 코딩이나 스포츠를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울적해진다. 정상 발달 아이들은 커가며 당연히 쉽게 이해하고 아는 것을, 우리 느린 아이들은 이렇게 따로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반복 훈련을 하는데도 힘들게 따라간다는 것은 상담 때마다 늘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면, 앞으로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모를 이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이 없어진다. 당연히 처음부터 나와 아이의 일상이 되지 않았다면 좋았을 피하고 싶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대기시간. 앞으로도 언제까지 아이를 데리고 이 센터라는 곳들을 다녀야 할지, 얼마나 많은 돈을 치료비로 써아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어차피 내게 주어진, 육아를 벗어나 숨 쉴 수 있는 이 시간을 즐겨보자고. 나는 내게 주어진 자유시간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즐기는 중이다.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 아래, 여러 치료를 우리는 아이의 일정에 채워 넣는다. 하지만 어떤 치료에 몇 시간을 할당할 것인지, 치료사 선생님과 아이가 잘 맞는지, 치료로 인해 아이가 어느 정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부모의 몫이다. 다음 회에서는 센터나 선생님을 선택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눠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