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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애담다 Dec 30. 2023

주어지는 삶


격주로 상담을 받는다.

나도 상담을 하는 사람이지만, 상담 또한 받고 있다.


내담자가 되면서 나를 다시 찾기도 하고 발견할 수 있었고 

아주 천천히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힘이 길러졌다.

그리고 어려웠던, 생각만해도 가슴이 갑자기 팡팡 뛰게만드는 이야기의 요소들도

이제 아무렇지 않게, 편하게 이야기하는 나를 보면서 놀라기도 했다.


상담의 힘을 몸소 느꼈다.

그러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음. 벌써 상담을 받은지 16개월이 되었구나.

그러면서 차마 그 순간에 이야기하지 못 했던, 


어찌보면 타인의 시선이나 입장을 먼저 생각했던 모습들도 점차 줄고

내 생각이나 표현도 더 확고히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 상담이 효과가 있어?"라고 묻는다면

이제 진심을 담아 대답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단기든, 장기든 만나게 된 내담자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더 느끼고 있다.


드디어 내일이다.

2년동안 만난 내담자가 종결을 하는 날이다.

그 종결을 나는 참 오랜 시간 준비를 했다.

마음부터 종결을 준비하는 것이 참 힘들기도 했고 상담사로서 나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


2년간 매주 거의 빠지지 않고 왔던 내담자.

상담실에 오는 시간인 오후 4시 15분은 내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고개를 숙이고 눈도 제대로 맞추지 않으려던 모습에서 자기 표현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그런 모습에서 나도 참 많이 배웠다.

그런데 어제 내가 내담자가 되어 상담을 받던 중에 들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주어진 삶'


상담을 하다보면 삶에 대해, 아니 직업에 대해 생각해볼 때가 있다.

나는 프리랜서로 이곳, 저곳에서 상담을 하는데 나는 나의 삶을 충실히,

진실되게, 그 순간들을 훈련받으며 살다보면 내담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주어진 삶'이라는 그 상담 선생님의 단어가 마음에 닿았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욕심 내지 말고 주어진 삶을 충실히, 묵묵히 지내는 것.

조급해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 


내가 현재 만나는 내담자들,

그리고 만나게 될 내담자들...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과 가족들.


그들과 함께 묵묵히, 성실히, 진실되게 하루하루 잘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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