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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nebear Jan 10. 2021

위로의 자격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


  어느 날 그녀는 몹시 어두운 표정으로 나를 만나러 왔다. 무슨 일이 있냐고 한 말 뒤에 들은 대답은 과히 충격적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그녀가 겪은 일은 나를 부들부들 떨게 하고 분노케 했다. 그럼에도 자신을 탓하는 그녀를 보며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다그치듯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자마자 그녀는 폭풍 같은 눈물을 쏟아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잖아요!"라며 큰 소리로 엉엉 울었다. 꾸역꾸역 삼켜왔던 울음을 마침내 토해내듯 터뜨렸다. 하지만 그 눈물 앞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참아왔던 울음이 터져 나온 것에 내심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도 그녀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음에 가슴이 미어졌다. 그녀의 눈물 앞에서 무력해진 내 모습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내가 그때 할 수 있었던 건 가만히 그녀의 곁을 지키며 나의 눈물을 단속하는 일뿐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녀가 얼굴을 들어 진정되었음을 알렸다. 그제야 그녀의 눈을 맞추며 힘껏 손을 잡아주었다.

  힘든 이의 눈물을    눈물을 멈춰주고 싶어 무엇이라도 해야   같아 마음이 조급 해지지만, 막상 해줄  있는  별로 없다는 사실을 마주하곤 한다. 어떻게 위로를 해주어야 할지,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방황하는  몸짓을 발견한다. 하지만 멈추어 지금 내가 상대방이라면 무엇을 원할까? 생각해보면  전에 했던 고민들은 어리석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리게 된다. 그저 곁에 있어주는 ,  어떤 것보다 고맙고 따뜻하게 나를 위로해  . 그가 마음껏   있도록 시간을 내어주고 필요하다면  안아주며 당신 곁에는 내가 있다는 것을 알게  주는 , 내가 당신을 걱정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전하는 ,  마음이면 충분할  같다.


  위로는 참 어렵지만 위로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반드시 전달된다. 위로의 방식은 다양하므로 당신의 방식대로 하면 된다. 마음이 있다면 가능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가능하다. 자신의 슬픔을 나눠주고 있는 그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기꺼이 함께해주려는 당신은 이미 그것으로 충분하다.   


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
인디언 속담


2021. 1. 10

글감: 남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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