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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까시 몸길이는 28센티였다.
처음 집이었던 플라스틱 통은 이제 까시보다 작아졌다.
그동안 귀염둥이는 쑥쑥 자랐다.
생각보다 편식했는데 야채는 남겼고 밀웜은 주는 대로 계속 먹었다.
호박이나 시금치, 청경채에 칼슘 가루를 뿌려 주면 입에 하얀 가루를 묻혀가며 앙앙 먹었다.
엄마와 나는 주말마다 밀웜을 사러 갔다.
그곳은 깨끗한 동네가 아니었는데 동네 꼬마들도 거의 맨발로 돌아다녔고 닭도 막 돌아다녔다.
첫날 밀웜 든 봉지를 들고나오다 닭한테 공격당한 후로 엄마는 차를 대고 창문만 내린 채 사고 있었다.
밀웜을 처음 사 갔을 때 할머니는 까시를 봤을 때만큼 소리를 질렀다.
징그러운 게 지 같은 것만 먹는다며 할머니는 종일 으이그 했다.
영양가 높은 단백질을 먹고 까시는 며칠에 한 번씩 탈피하며 잘도 컸다.
나랑 얀띠는 탈피 기간에 더 자주 까시 집을 들여다보았다.
떨어져나온 조각을 할머니 잔소리 전에 얼른얼른 치워주었다.
면적이 넓은 몸통이나 꼬리는 일주일 정도 걸렸지만 앙증맞은 손가락 발가락은 이삼일이면 깨끗해졌다.
탈피 기간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온욕이었다.
평소에도 한 번씩 해줬는데 탈피 때는 더 자주 시켰다.
따뜻한 물에 얼굴만 나올 정도로 담가주면 까시는 스르르 눈을 감았다.
까시는 온욕이 좋다고 했다.
원래도 조용한 까시는 온욕할 때는 더 조용해졌다.
끝나면 춥지 않게 수건으로 감싸 열등과 UVB 등이 켜진 따뜻한 집으로 옮겨줬다.
그리고 탈피하느라 고생하는 까시에게 특별 간식 칼슘 가루 뿌린 밀웜을 줬다.
할머니는 거실 소파에 앉아 그 과정을 지켜보고 으이그 하셨다.
이찬원 나오는 티비는 안 보고 우리를 더 많이 쳐다봤다.
까시가 밀웜을 먹을 때는 리모컨을 든 채 다가와 내려다보았다.
징그럽다며 왜 자꾸 들여다보는지 우리는 이해할 수 없었다.
까시의 돌기는 탈피할수록 진짜 가시 같아졌다.
사실 만져보면 하나도 따갑지 않고 말랑말랑하지만, 순둥이 까시를 보호하기 위해 무서운 가시 역할을 해야 했다.
멋진 가시로 변해가는 게 나는 뿌듯했다.
얀띠가 그러는데 내가 학교에 있는 동안 할머니도 까시의 가시를 만져본다고 했다.
처음보다 더 자주 까시 집 앞에 있는 할머니를 발견하는데 얀띠가 나타나면 휙 돌아서거나 빨래 널었냐, 지금이 몇 시냐 괜히 물어본다고 했다.
그러고 자리를 뜬 뒤에 보면 일광욕 중인 까시 몸에 이불이 덮여있다나.
얀띠는 할머니도 사실 까시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근데 나는 잘 모르겠다.
좋아하면 예쁘다 해줘야지. 으이그 말고.
근데 다행히 까시를 때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물어보니 그렇지 않다고 했다. 까시가 너무 착해서 그렇게 말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