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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는 내게 음식이 물린다고 했다.
하긴 맨날 똑같은 걸 삼시 세끼 먹는 건 식사가 아니라 고문이겠다 싶었다.
어찌저찌 생겼고 이렇게 저렇게 움직인다고 설명했는데 나는 뭔지 단박에 알아챘다.
귀뚜라미를 사다 줬을 때 까시는 신이 나서 먹어댔다.
바삭거리는 소리를 내며 맛있게 먹는 걸 보니 내배가 다 불러왔다.
생긴 건 까칠한 게 보기랑 다르게 무척 얌전했다.
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따뜻한 데서 쉬고 주는 밥 먹고 문 열어주면 밖으로 나와 여기저기를 겅중겅중 돌아다니는 게 다였다.
기특한 건 제집 더러워질까 봐 볼일은 꼭 밖에서 보는 거였다.
개 고양이처럼 오줌 따로 똥 따로도 아니고 깔끔하게 한 방에 해결했다.
할머니- 하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으면 영락없이 동상처럼 서서 볼일을 봤다.
깔끔쟁이 아니랄까 봐 어디 안 묻게 하려고 요령껏 꼬리를 틀어 올렸다.
나는 목소리만 들어도 뭘 할지 알고 물티슈 들고 대기하다 얼른 치워줬다.
그럼 고맙습니다- 하고 겅중겅중 마저 마실을 다녔다.
까시는 자주 제 고향 얘기를 했다.
그곳은 나무가 적고 건조한 바람이 부는 평야라고 했다.
오렌지색 흙이랑 잎이 작은 나무가 있는 사바나에서 엄마 아빠가 만났고 그래서 지가 태어났다고 했다.
나는 까시의 거짓말을 알고 있었다.
그 애가 사바나에 가본 적도 살아본 적도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말해주지 않았다.
여기서 살 애가 아닌데 어쩔 수 없이 태어나 타지에서 살게 됐다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그걸 알면 왠지 속상할 것 같아 그랬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해주면..
그 애가 내 잘못을 알게 될 것 같아 그랬다.
지 엄마가 왜 이 먼 데로 오게 됐는지.
누가 그런 마음을 먹게 했는지.
내쫓지는 않았지만, 곁에 두지도 않았던 모질었던 누군가를 알게 될까 봐.
그게 나 인 걸 알게 될까 봐..
내 어린 자식 마음에 상처 준 것들이 자꾸 떠올랐다.
해주지 못한 숱한 것들이 자꾸 생각났다.
좀 봐달라고 말 좀 들어달라고 부러 가시를 세우는 자식을 입으로 때렸던 내가.
매일 소리치고 욕을 뱉던.
그만 좀 해. 정아 이년아. 이 웬수 같은 딸년아.
평생 목구멍에 박혀있던 쓰린 그것들을 그만 뱉어버리고 싶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