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황, 브리핑
Feat. 자카르타. 인도네시아
내가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도
코로나 확진자 수를 매일 갱신하고 있다.
일일 확진자 수가 만 명을 넘은 건 며칠 전이지만,
이미 발표하는 수치의 5배에서 10배까지도 생각해야 한다는 말들이
펜데믹 초기부터 나왔었고,
교민들은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내가 처음 자카르타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이곳에 중국인들이 정말 많다는 점이다.
몰에서 지나치는 사람들 중 반 정도가 중국인이었는데
중국말을 쓰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보통은 부모의 부모 때부터 이곳에 건너와
인니 국적으로 살아가며 인니어를 쓰는 중국인 2세, 3세, 4세 들이다.
중국인들이 많은 만큼, 이곳엔 중국과의 직항 항공도 많다.
우한도 직항 항공으로 오고 가던 그런 곳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3월이 되어서야 실행된 PSBB(대규모 사회적 제한)를 놓고
이미 늦었다는 말들을 했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랬다.
한국이 1월부터 코로나 뉴스로 시끄러울 때부터
이곳 한국 아이들도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등교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국제학교의 경우에도 1/3 정도가 중국 학생들이다.
당시만 해도 한국 학생들만 마스크를 착용하는 모습이 좀 튀어 보였는지
아직 여긴 괜찮다며, 좀 유난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외국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드러나지 않았던 걸 아직은 확진자가 별로 없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다
3월 중순, 결국 갑작스레 PSBB 조치가 내려졌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학교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이곳 상황을 보자면...
현지인들 사이에는 70프로 이상, 교민 사회도 4, 50프로 정도 퍼진 듯하며,
그럼에도 아직도 마스크를 안 쓴 현지인들을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고,
확진이 났다 해도 갈 수 있는 병상은 거의 없으며,
코로나로 인해 거의 삼백 명에 육박하는 인니 의료진이 사망한 상태다.
코로나로 사망한 현지인 수도 물론 많지만
원인이 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죽은 사람들의 사후검사까지 진행된다면
아마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는 현재 집계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한국 교민도 대사관 집계로는 확진 90명,
그리고 벌써 5명째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교민들 사이에서는 그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고
인니에서 한국에 입국해서 확진을 받은 교민의 수도 150여 명에 이르고 있다.
결국, 이곳의 열악한 의료 상황을 알고 있는 교민이라면
의심스러운 증상이 있을 경우, 한국행을 선택하고 있다는 거다.
자진 신고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대사관 집계는
그러니까, 정확한 수치라 볼 수가 없다.
문제는, 그렇게 한국행을 선택한 이들이
가기 전까지 어디를 갔었고, 누구를 만났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절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저 사람들끼리 이리저리 들리는 소문을 종합해 유추해 볼 뿐이다.
비단 교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지역별 발생 명수 발표에는
자세한 확진자의 거주 지역이나 동선 등이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는다.
지난주에 옆 아파트에서 현지인이 실려갔다더라..
누구네 집 기사가 갑자기 죽었다더라..
그저 흉흉한 소문만 무성할 뿐,
정확하게 알려진 건 하나도 없다.
헌데 그 소문들이 그냥 헛소문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맞는 소문이라는 게
이곳의 현실이다.
지난주 인니의 한 저가 항공 사고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밝혀진 소식에 의하면
사망자 중 20대 초반의 연인인 남녀가 가짜 신분증을 사용해 비행기에 탑승했다 변을 당했는데,
그들이 위조된 신분증을 사용한 이유가,
코로나에 걸린 사실을 들키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또 얼마 전엔,
확진자에게 가짜 pcr 음성 확인증을 만들어 준다는 일당이 잡히기도 했다.
이런 대책 없는 상황에 대한 인니 정부의 대책은...?
솔직히, 모르겠다.
최근 인니 정부는 '할랄' 인증을 받은 중국의 백신 '시노백'을
생방으로 대통령이 접종하는 모습을 중계하며
대대적인 백신 주사에 대한 뉴스들을 내보냈다.
대통령이 솔선수범 나서서 맞은 중국 백신이, 유일한 대책일지도 모르겠다.
일부 현지인들은 그 사실만으로도
이제 코로나는 끝났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한다니...
최근 변형 바이러스 때문에 외국인 입국자 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입국 시 수시간 내에 받은 pcr 음성 결과지를 지참해야 하고
입국해서도 5일간 내국인은 격리 시설에, 외국인은 지정 호텔에 격리해야 한다.
얼마 전 갑작스레 시행된 이 조치를 놓고도 실상에선 말들이 무성하다.
겨울 방학을 맞아 한국에 갔던 지인들도 최근 하나 둘 돌아오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이번 조치로 인니에 입국해서도 또 호텔로 가서 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오기 전 pcr 음성이라는 결과를 받았음에도 말이다.
최근 호텔 격리를 마친 사람들의 경험담이 공유되면서
더 황당한 얘기들이 전해지고 있다.
공항 근처의 어느 호텔은 작은 몰이 달려있는데
격리하는 외국인들에게 그 몰에 가서 식사도 하고 스벅에 다녀올 수도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정책이 진짜 확산을 막기 위한 격리를 하겠다는 건지
외국인들에게 돈을 쓰게 하겠다는 건지, 정말 납득할 수가 없는 상황에
교민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더구나 격리시설을 이용하는 내국인들은 무료인데 반해,
외국인들이 격리해야 하는 호텔의 경우는 비싸게 방값이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코로나로 타격을 받은 호텔업계의 로비에 의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나와 우리 가족은 지난여름 한국에 다녀온 5월 말 이후,
감옥이 되어버린 집에서만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 집의 경우, 아직 항암제를 복용 중인 나와 천식이 있는 큰 딸 때문에
정말, 유난스러우리만큼, 조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같았으면야 이 정도로 집콕만 하지 않았겠지만,
이곳에선 정말... 걸리면 끝이라는 생각에
보통 사람들에 비해 좀 더,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펜데믹 상황에 한 발치 떨어져서 보았을 때,
한국은 정말
대단한 나라가 맞다.
막상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잘, 깨닫지 못하는 것 같지만...
해외에 있는 교민이라면 대부분 동감할 것이다.
내 나라가,
최고다! 그래서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