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주말에도 거의 집콕이다 보니
세 김 씨들 끼니 챙기고 치우고다 보면 신기하리만큼 시간이 빨리 간다.
주말이라고 늦게 일어나 아점을 먹은 탓도 있지만
금세 먹고 치웠는데, 아직 해도 떨어지기 전인데,
3호 김 씨가 또 묻는다.
"엄마, 저녁은 모야?"
"저녁은 나이트야"
"아니, 저녁밥"
"저녁에 먹는 밥은 디너지"
"디너로 뭐 먹냐고"
"음식"
"어떤 음식?"
"맛있는 음식"
쓸데없는 말꼬리 잡기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슬 엉덩이를 움직여 정말 무언가
맛있는, 어떤, 음식을 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발도 안 달린 시간은 어찌나 열심히, 시키지도 않았는데 앞만 보고 달려가는지.
그나마 아점으로 한 끼는 퉁 쳐주는 주말의 김 씨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2호 큰딸은 인터넷과 sns로 한국 음식을 먹고 있는 아이다.
엄마가 여기서 해주는 음식 말고,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에
무섭게 집착하며, 찾아보고, 침을 흘린다.
작년에 한국에서 2주 격리 생활을 할 당시에도
큰 애는 하나도 불만스러워하지 않았다.
한국 식구들이 전화로 답답해 어쩌냐며, 조금만 참으라고 우릴 위로했지만,
사실 큰 애는 하나도 안 답답해했고, 다 시켜먹지 못하는 배달 음식을 참아야 했다.
"난 한 달이라도 살겠어. x달의 민족만 된다면~"
사실 속으로 나도 외쳤다.
'나도 그래. 돈만 있다면~'
사실 밥과의 전쟁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사실 1호 씨다.
물론 그는 항상 말한다.
"난 아무거나 괜찮아"
그 말이 제일 싫다.
딱 꼬집어 이것! 저것! 을 줘!라고 말하는 게 차라리 속편 하다.
"아무거나 뭐---?!"라고 물어도 돌아오는 답은 또
"그냥, 아무거나, 다"이다.
애들은 사실 단품 메뉴여도 상관없다.
덮밥이던 볶음밥이던, 카레던 짜장이던, 그것만 당당히 내줄 수 있다.
헌데 1 호씨가 함께 하는 밥상이라면
왠지 그것만 내어줄 수가 없다.
뭐라도, 반찬 하나라도 더 꺼내놔야 할 것 만 같다.
해주기 귀찮은데 안 해주면 왠지 찔리고
그 사이 내 머릿속은 새로운 반찬을 찾아 헤매고 내 손은 냉장고를 뒤지고 있다.
대체 이 이율배반적인 감정은 뭐지?
왜 하루에 세끼야?!
아침, 저녁이면 됐지, 중간엔 점찍듯 먹으라는 점심은 대체 누가 시작한 거야..?!
하루에 하나만 먹으면 되는 캡슐은 도대체 왜 안 만드는 거야..?!
생각해봐, 얼마나 소모적이며 비 환경적인 일상들인지..?!
먹자고 죽이고, 오염시키고, 먹었다고 싸 대고.
이게 도대체 다 뭐하는 짓이야...?!!
울분을 토하듯 한바탕 속으로 외쳐보지만
이상한 병에 걸린 걸까, 그 와중에 내 머릿속 잘 보이지 않게 꽉 묶은 보따리 하나가 계속 꼬물거린다.
그나저나 저녁엔 또 뭘 해 먹지...
이 사라지지 않는 고민 보따리가 이 병의 원인인 것 같다.
아줌마 증후군. 내 병에 이름을 붙여본다.
엄마가 이런 병을 앓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나름 노련하게 3호는 또 묻는다.
"엄마, 저녁은 모야? 나이트 말고, 디너 말고, 맛있는 거 말고"
먼저 치고 나왔다는 생각에 내심 뿌듯해하는 3호를 잠시 째려본다.
"걍 아무거나 주는 거 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