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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Z Nov 26. 2021

언젠가 어른이 될 서로에게

프롤로그. 너희에게 보내는 편지

안녕?

난 지은이라고 해.

너희의 엄마이자, 이전엔 누군가의 딸이기도 했던.

그리고 때로는 나 자신이고 싶었던 어떤 여자 아이, 아니 아줌마야. 현재 시점으로선.


난 엄마라는 타이틀을 얻고 난 뒤,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어.

이전엔 미처 느끼지 못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기도 하고,

나 자신에 대해 몰랐던 부끄러운 모습들도 만나게 되었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해 고민하지 못하고

그저 내 꿈을 쫓기에 바빴던 20대를 지나, 30대에 만난 너희들은 나에게 정말로 많은 걸 느끼게 해주었지.


아직도 여전히 그래.

나에게 실망했다가, 미안했다가, 고마웠다가, 후회했다가, 사랑했다가, 웃다가, 울다가, 화냈다가, 슬퍼하기도 하고, 의욕에 넘쳤다가도,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가, 미친듯 사랑스럽다가,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다가 바닥을 기기도 하는. 정말 롤러코스터같은 감정의 변화를 겪어내면서 그 마음을 다스리고자 노력해보고.


나무가 한 철을 무사히 나기 위해선 새싹 돋우는 봄을 지나, 무더위의 목마름을 이겨내는 여름 한 철도 지나야 하고, 또 바람불며 살랑이는 가을의 쓸쓸함도 버텨내고, 또 겨울의 그 차가운 눈 온도까지도 이겨내야겠지.

살아보니 누구네의 인생도, 이와 다를 바 없더라고. 무슨 도사님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고 느껴지겠지만, 꼭 꺼내어보고 싶던 얘기야.


너희도 언젠가는 나와 같은 어른이 될거야.

그렇게 한 살 한 살 나이를 들어가다보면 어떤 상황에 맞딱뜨렸을 때 느끼게 되는 고민들이 참 많을거야.

나도 걸어온 길, 내가 느꼈던 마음들을 서로에게 전해줄 수 있다면, 조금 덜 힘들지 않을까. 조금 더 든든하지 않을까? 나에게 일기를 쓰는 것 보다는 너희에게 편지를 쓰는 편이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누군가의 공감이 절실히 필요할 때, 내가 잘못했다고 모든 사람이 이야기할 것 같은 순간에 단 한 사람에게라도 응원의 한 마디를 듣고 싶을 때, 쓰러지고 싶을 때, 그냥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 정말 행복해지고 싶을 때,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지 혼자 고민하기 보다는, 내가 겪은 이야기들을 떠올리면서 너의 판단에 도움이 되길 바래...나도 그럴 때마다, 그런 이야기를 해줄 누군가가 절실했거든.


난 서로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너희의 엄마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솔직히, 또 애정을 듬뿍 담아, 너희 앞날을 찬란히 응원하며 이 이야기를 건넬테니까,

내가 늘 너희 곁에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순간에도

너희 곁에서 너희의 모든 순간에 너희 편이 되어줄게.


언젠가 어른이 될 서로에게,

언젠가 어른이 될 너희와 나, 서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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