윽박지르는 엄마는 되고 싶지 않았는데
오늘은 엄마의 어릴적 이야기를 좀 해주고 싶어.
엄마는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 글쓰는 걸 참 좋아했어.
어쩌면 말로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 보다, 글로 표현하는 것이 더 솔직하게,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지.
달리 얘기하면 말로 감정을 전달하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상대적으로 서툰 아이였던 것 같아.
왜 그랬는지 이제 와서 돌아보면, 내 감정이 어떻게 상대에게 받아들여질 지에 대한 걱정도 있었던 것 같고,
또 내가 그렇게 순발력 있게 내 감정을 유창하게 말로 표현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 같아.
그래서 늘, 부모님께도 내 마음을 드러낼 때는 편지를 썼고, 친구들과도 많은 펜팔을 했고, 또 편지를 주고받는 것을 참 좋아했어.
그래서 나의 보물 1호가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편지상자’ 였어. 나의 추억의 편지들을 한데 모아놓은 상자가 있었거든.
너희의 외할머니인, 엄마의 엄마는, 표현에 정말 많이 인색한 분이셨어. 지금도 그렇지만.
마음에 있는 것을 드러내 표현하는 것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고 해야할까?
감정적 표현을 말로 전달하는 것에 서투셨던 것 같아. 분명 마음을 느끼고 있지 못한 것이 아닌데도
딸인 엄마의 입장에서는 늘 그게 좀 감정적 허기로 다가왔던 것 같아. 그러다 한 번은, 엄마가 할머니에게 편지를 써드린 적이 있었어.
할아버지에겐 종종 답장을 받기도 했었고, 그런 답장을 받으면 참 가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었는데 할머니는 유독
편지에 대한 답장을 쓰는 일도 어려웠는지 그 대답을 듣기란 참으로 어려웠었지.
그런데 언젠가 엄마가 할머니의 가계부를 무심코 들춰보게 되었어,
그 안에는 딸에게 미처 보내지 못한 다 쓰지 못한 편지가 끼워져있었지..
정확하게 그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때 엄마는 할머니에 대해 오해하고 있던 나의 마음이
사르르 풀어졌던 것 같아. ‘아 우리 엄마도 나를 생각했었구나, 단지 표현하는 게 정말 많이 힘드셨구나.’
그래서 엄마가 서운하게 할 때도, 그 때의 내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래도 엄마를 미워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
엄마가 왜 이런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겠지? ^^
엄마는 이런 엄마의 어린 시절의 경험, 그리고 엄마에 대한 기억에서 느껴온 아쉬운 부분들을
우리 두 딸에게만은 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왔고, 그래서 가슴가득 사랑은 충분히 주자고 생각해 왔어.
그런데, 세 살 터울의 두 아이를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인내와, 감정적 소모, 체력까지 필요한 일이다보니
감정적이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도 엄마의 힘든 감정을 섞어 너희에게 선을 넘을 때가 많다 요즘.
‘그러지 말아야지’, ‘왜 그랬지?’하는 자책도 하면서도, 그걸 고치는 게 쉽지가 않아.
오늘은 서아가 엄마에게 떼를 썼어. 다이소에 가고 싶다고. 장난감을 사달라고 말야.
6살 짜리 어린 아이가, 장난감을 갖고 싶은 건 어쩌면 당연한 욕구일지도 모르는데,
엄마는 끝없이 요구하는 너의 모습과, 또 늘 말만하면 다 들어주는 습관이 너에게 좋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럼 너를 이해시키고, 규칙을 정해서 그 규칙을 따르도록 하면 되는 거였어. 엄마도 오은영 선생님 강의도 많이 들어서
이론으로는 알고 있었는데, 그걸 또 하지 못하고 서아 너에게 훈계조로 이야기를 강하게 하다 보니, 엄마의 표정은 굳어있었고
서아 너도 엄마의 그런 표정을 보다가, 서러움에 눈물이 터졌지. 그걸 할아버지가 보신 거고.
그런데 엄마는 엄마의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할아버지는 그 상황에서 너의 얼굴과, 엄마의 얼굴을 함께 보셨던 것 같아.
상처받을 서아 너의 마음이 보였던 거야. 서아 너는 늘, 엄마를 생각해 주고 또 청개구리 이야기를 들으며 엄마와의 헤어짐이 겁나서
울기도 하는 그런 여린 아이인데, 그런 너를 너무 강하게 훈계하는 모습이… 네게 상처가 될거라 생각하셨나봐.
그런데 그 말을 듣고 나니, 엄마 솔직히 많이 반성이 되었어…
난 그러지 않겠다고, 너희의 마음을 들어주고, 헤아려주고, 또 말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생각했으면서,
정작 엄마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너희에게 엄마도 부족한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준 것이 아닌가…
너희 나이에 걸맞지 않은 어른다움을 엄마도 모르는 사이에 너희에게 기대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오늘은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어.
그리고 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엄마의 어린 시절까지 떠올리게 했지.
엄마는… 실수를 해. 완벽하지 않아서, 서툴어서 앞으로도 그럴지 몰라.
하지만 실수를 했을 땐 그동안 그랬듯, 너희에게 미안하다고는 꼭 사과하는 엄마가 되려 해.
물론 그런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늘 부족하고 그 과정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엄마도 조금은 너희가 이해해 주었으면,,,
‘그래 엄마도 사람인데’ 이런 생각으로. 사람 대 사람으로 생각해주어, 너희가 엄마에게서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본다.
물론,,, 엄마도 조금 더 성숙해지도록 오늘도 조금씩 노력할거야.
많이 느끼고, 또 성장할 수 있게 해주어 고마워.
-언젠가 어른이 될 서로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