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의 단편
삐죽.
지그재그처럼 삐뚤빼뚤하게 생긴 머리카락 한 올이 솟아 올랐다.
하필 정수리 위에 빛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자리에 난 그 머리카락은
까만 머리카락들 사이에서 유독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새치, 흰머리 등과는 거리가 먼 삶을 나름 살아왔던 터라 꽤나 낯선,
눈에 확 띄어버린 그 머털도사의 머리털 같이 솟아오른 그 머리카락 한 올이
어찌나 나의 신경을 거스르는지.
마치 젊음과는 거리가 있다며 선을 죽- 긋는 것 같은 불쾌감에
내 눈 앞에서 그 녀석을 제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처음 녀석을 발견한 그 날엔
매직을 한 머리칼들 사이에서 빛을 받아 반짝이는 그 하얀 게
영 눈에 거슬려, 그 녀석을 빨리 뽑아야겠다는 생각에
짧게 난 그 머리카락을 손으로 뽑으려 애를 썼다.
그런데 얇은데다, 특히나 그 굵기도 끝으로 갈 수록 얇아지는 탓에
손으로 그 머리카락을 뽑으려니 미끄러져 생각보다 작업은 수월치 않았다.
그렇게 녀석을 처음 처치하고 난 뒤에,
한 달하고 며칠이 지났을까
슬그머니 또 다시 머리를 내민 녀석은 또 다시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이전에 손으로 뽑다가 여러 번의 실랑이 끝에 녀석을 뽑았던 기억이 나
이번엔 곧바로 핀셋을 가지고 온다.
사서 고생할 필요가 없으니 바로 녀석을 조준하고 바로 뽑아서 시간은 꽤나 단축했다.
그리고 또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녀석이 다시 내게로 왔다.
꼭 녀석은 내가 샤워한 뒤에 머리를 가지런히 빗고 있을 때 등장해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드러낸다.
예전 같으면 바로 녀석을 뽑아버리고 싶다는 생각부터 했겠지만
이제는 녀석을 뽑더라도, 결국 또 다시 날텐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리고 짧은 머리카락 하나를 뽑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나를 곱씹는다.
그러다 이 머리카락을 꼭 당장 뽑을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결국 이 머리카락 한 올을 내일 혹은 며칠 뒤
뽑기 좋을 만큼 자랐을 때 뽑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풋. 새치 한 올에 이 많은 생각이라니.
앞으론 얼마나 더 많은 생각에 잠기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