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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Z Jan 30. 2023

왜 어른들은 주구장창 뉴스만 볼까?

단편의 단편

어릴 적 내가 늘 궁금했던 것 중에 하나는,

어른들은 왜 그렇게 뉴스를 좋아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뉴스에는 늘 그날 있었던 사건사고들이 끊이질 않고 이어졌다.

나의 어린 날에도 뉴스는 그런 소식들을 주로 실어나르곤 했다.

우리나라의 방방곡곡을 넘어서, 때로는 해외의 사건들까지.

그런데 희한한 것은,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만 한가득…

왜 저렇게 보기만 해도 우울해지는 소식들을 듣지 못해 안달인지.  

그때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41중 추돌 사고가 났다, 비행기가 추락해 수 십 명이 사망했다,

어디에 불이 났고, 물가는 몇 프로가 올랐으며, 어디에서는 사귀던 사람을 살해하는 잔인한 범죄가 일어났다….

지루한 뉴스를 보는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었지만,

내심 그런 사건들을 마주하기엔 너무 어리고 여린 마음이었던 것 같다.

보고 싶지 않은데 틀어 놓으시니 그걸 자꾸 끄고만 싶은 그런 마음.


크고 나니 뉴스를 틀어놓는 나 자신을 살펴보고 나니 그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가 되자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오늘 날씨가 어떤지 알아야 아이들 옷을 챙겨 입히고,

또 미국이 금리를 얼마나 올리고 내리는지를 봐야 내가 어떤 투자를 해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쓰는지를 잘 살피고 있어야 우리 가정을 위한 조금이라도 나은 수 많은 선택들을 할 수가 있다.

그저 그런 사건사고들을 보고싶어서가 아니라

다른 정보들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그런 사건사고들을 접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뉴스는 아니었지만

얼마 전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을 때였다.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9개월 동안 학교에 가지 않는 중학생 금쪽이에 대한 내용이었다.

보면서도 눈물이 멈추지 않을 만큼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더 화가 났던 건 그 사고가 음주운전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었다는 것이다.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는 슬픔일 것이다.

세상에 대한 적대심과 인생에 대한 허무까지 느껴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용 자체가 심각하다 보니

긴장감을 주기 위해 사용한 배경음악이

너희가 듣기에는 불편한 음악들이었나 보다.

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뭔가 무서운 느낌이 드는?

너희가 ‘무섭다’라는 말을 한 것을 보니 아마 그랬을 것 같다.

무심코 틀어놓았던 금쪽이였는데, 너는 엄마와 전혀 다른 느낌으로 그 프로그램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옛날에 뉴스를 보는 어른들을 바라보았을 때 내가 느꼈던 그런 불편함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혼자 생각하면서 이제는 아이들이 있을 때 보는 것도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볼 것은 엄마만의 시간에 조용히 보기로.


아이들을 키우며 그렇게 매번 나의 어릴 적을 반추해 보게 된다.

나는 그 때 어땠지?

너무 오래된 기억에 이제는 흐릿해진 나의 과거를  곱씹어 보며,

아이들과의 일상을 들여다 보게 되니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생겼다.


왜 행복한 소식만 전하는 그런 뉴스는 없는 걸까.

늘 그렇게 나쁜 일만 많이 일어나는 것이 세상은 아닐텐데.

어쩌면 좋은 일을 많이 비추어 줄수록 더 많은 좋은 일들이 생기진 않을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뉴스,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소식들을 모아서 보여주는 뉴스가 있다면 어떨까.


유퀴즈라는 토크쇼가 요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행복하고, 기분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훈훈해지는 이야기들 때문이 아닐까.


사람들에게 온기를 전해주는 따뜻한 뉴스들이 세상에 가득하길 바라본다.

그리고 너희의 세상은 더욱 그러하도록 나 역시도 뭔가 작은 것이라도 실천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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