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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Z Aug 24. 2024

못났다 못났어

언젠가 어른이 될 서로에게

육아는 내 멘탈의 밑바닥을 여러 번 보여준다.

그것도 내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아이는, 

부쩍 자신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엄마 앞에서 드러낸다.

언젠가, 아이를 두고 자신의 감정을 너무 숨기는 것이

걱정 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녀석의 표현은 거침없는 것을 넘어, 

가끔 나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적당한 상황은 대체로 벌어지지 않는다.


오늘은 녀석과 함께 잠을 청하는 날, 

둘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녀석의 하소연을 들어주다가 

녀석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너도 차이 나는 동생 때문에 힘들 많지? 

엄마도 그럴 때 많아...엄마는 동생이랑 나이 차이가 훨씬 많잖아."


그런데 위로를 건네려던 나에게 너의 말의 불똥이 튄다. 


"아~ 그래서 엄마랑 내가 말이 안통하는구나." 

"......"


내가 말하려던 것은 그게 아니었는데.

너의 마음을 전혀 몰라준다는  

작정하고 나를 저격(?)하는 듯한 녀석의 말에 

발끈하고 말았다. 더 이상 말하고 싶지가 않았다.(그래선 안됐는데) 

그리고 녀석에게 


"그래 안통하는 엄마랑 자지 말고, 혼자 자. 엄마는 나갈게.' 


하고 방을 나와 버리고 말았다. 

나오고도 찜찜한 이 마음.


나와서도 한동안 속상한 맘 반, 

녀석이 나에게 그 말을 건네고 난 뒤에 속상했을 마음 반을 생각하며 

한참을 쇼파에 누워 생각했다. 


내 딴에는 너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공감과, 

조금만 동생이 크면 너도 나도 조금은 좋아질 것이라는 

위로를 건네고 싶었던 것 뿐인데. 그 화살이 내게 돌아올 줄이야! 


어쩌면 네가 나에게 속에는 

너의 속상함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었는데

그 마음을 읽어주기만 했으면 됐을까? 

아니야, 마음 읽어주기가 능사는 아니랬어. 

이 상황에서 마음 읽어주기는 맞는 걸까?

돌아서서 생각할 뿐이다.


하지만 늘 그런 식으로 

잠자리에서만 유달리 너의 속마음을 속사포처럼 드러내는 

너의 잠자기 전 잠버릇을 알기에 그냥 그 마음이 넘겨지지는 않았다.


너의 말을 들은 직후,

매정한 엄마는 너의 말을 듣고 그냥 방을 나와버린 것이고, 

엄마에게 속상함 스푼만 추가했겠지.


못났다 못났어.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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