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난나Z Oct 30. 2024

안녕, 할머니

언젠가 어른이 될 서로에게

- 왕할머니 꿈을 꿨어?

- 응!!


너의 꿈이 이토록 반가웠던 적이 있던가?

난 너에게 되물었다.


- 할머니가 뭐라고 하셨어?

- 건강하라고.


눈물이 차오른다.

증손녀의 꿈에 나타나셨구나.

엄마가 울면 슬퍼져서 함께 눈물을 흘리는 네 앞에서

차마 울 수가 없어서 눈물을 참고 웃으며 물어본다.


- 또 뭐라고 하셨어?

- 엄마랑 잘 지내라고.


- 할머니 표정은 어땠어?

- (손으로 U자를 그리며) 스마일~

-  그랬구나~


할머닌 늘 웃으셨다. 웃는 얼굴은 기분이 좋았고,

웃는 소리는 호탕하셨다. 그래서 늘 연세보다 건강해 보이셨고,

또 오래오래 곁에 계실 줄 알았다.

올해 할머니의 구순이었다는 걸 깜박 잊을 만큼.


- 할머니는 어디 계셨어?

- 깜깜했는데, 구름도 있었어. 하늘나라 같았어.


할머니와의 통화가 있던 그날,

할머니는 쓰러지셨다. 거미막하출혈로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셨고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까…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할머니는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할머니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남는다. ’ 전화해 줘서 고맙다.‘

참 많은 것을 받고, 또 받았는데 나는 정작 그 마음을 제대로 전해본 적이 없었다.

할머니는 나의 전화 한 통에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셨다.


죄송해요…

감사해요…

사랑해요…


자꾸 이 말만 되뇌었다.

둘째는 자꾸 엄마의 우는 모습을 보니 슬프고 눈물이 나는지

울면서도 엄마를 위로해 준다.

울다가 문득 엄마가 떠올랐다.


나에겐 할머니지만,

엄마에겐 엄마인.


여전히 나이가 60이 넘었어도,

엄마가 없으면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울며 말씀하시던 엄마의

내게 들킨 아이 같은 마음 한편이 떠올랐다.

그 눈물을 보고 그 슬픔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엄마에게 꿈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그리움이 사무칠 엄마에게

증손녀의 꿈에 나타난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하면

조금이나마 반갑지 않을까. 위로이지 않을까.


엄마는 반가워하셨고,

손녀의 위로를 기특해하셨다.

녀석이 정말 할머니의 꿈을 꾼 것일까.

왕할머니를 생각하며 꿈을 꾼 듯 생각한 것일까.


첫째는 할머니를 보내 드리고

‘실감이 안 나… 실감이 안 나… 실감이 안 나…’를 되뇌었다.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2024. 10. 20.

여전히 그리운 우리 할머니,

편히 쉬세요.






 


 



작가의 이전글 못났다 못났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