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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Z Nov 09. 2024

바람이 분다

단편의 단편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 간다


<이소라, ‘바람이 분다’ >


사랑의 끄트머리에는 무엇이 있을까.

누구나 같은 날 같은 시각 생을 다하진 않을 테니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바로 그 끝은 ‘이별’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그 이별을 누구나 맞이해야 한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다.

누군가에겐 떠나는 사람이, 누군가에겐 남는 사람이 된다.

내 마음에 한편을 자리했던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것은

큰 구멍을 내는 일이라

때론 시리고, 때론 아프고, 또 시리고 아프게 그리운 일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떠나는 사람이라면.

난 사랑하는 이들에게 어떤 생각 속에 머물길 바랄까.

슬픔보다는 기쁨이, 쓸쓸함 보다는 충만함이, 눈물보다는 웃음이 함께하길 바랄 것이다.

함께 했던 기억 중 행복했던 기억들이 그의 인생에 또 다른 힘이 되어주길 바랄 것이다.


memento mori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늘 우리에겐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주어진 현재에 더욱더 충실하라는 뜻이다.


가을바람이 분다.


겨울이 지나 봄이 되면

바람의 온도가 조금은 높아지겠지.

그때 그 바람의 온도를 기록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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