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칫뿡, 살면서 필요한 언어
그때그때 가볍게 살기 위한 마법의 주문
나는 특히나 삐진 마음, 짜증나는 마음, 서운한 마음을 상대방에게 잘 표현하지 못했다.
물론 다른 마음도 표현하는건 여전히 서툴긴 매한가지지만,
특히나 순간순간 상대방으로 인해 내가 서운해서 삐질 수도 있는데, 그런 마음을 가진다는 것 자체를 오히려 부도덕하다고 여겼고, 이러한 마음을 표현하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든 내가 이해하고 넘어가야 된다는 생각에 엄근진 모드로 매사 진지하게 임하며, 덮어놓고 관대한척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최근에 이런 저런 일련의 일들을 경험하면서,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기가 어려워도 덮어놓고 상대방 마음을 이해하는 척하는 나의 태도가 내 마음을 오히려 더 무겁게 만들어서 상대방의 마음도 같이 무겁게 만들어, 오히려 둘 사이의 관계를 더 멀어지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때로는 상대방의 모습에 서운했던 나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던 것이 내 마음을 한껏 무겁게 만들어, 그 무거운 마음을 안고 매순간 상대를 대하다보니, 상대에게 의도치 않게 화살을 날리며 상대와 의견 다툼이 생기거나 혹은 무거운 마음을 켜켜이 쌓다가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 어느 순간 갑자기 폭발하듯 상대에게 활짝 열었던 내 마음의 문을 닫고 나혼자서 상대의 마음을 오해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렇게 되면 상대는 갑작스럽게 나에게서 손절당하게 되어 혼란스럽거나 아플 것이며, 나 또한 내 스스로가 내게 다가왔던 사람을 더 이상 오지 못하도록 차단하면서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원망하면서 지내는 순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해하지 못해도 누군가를 이해하는 척하고, 순간의 서운함을 얘기하지 못했던 내 마음의 과정은 어떤것일지 한동안 많이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문득 든 마음은 두려움이었다.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면, 상대가 나에게 실망할까봐, 그래서 나를 떠나갈까봐 무서웠다. 너로 인해 느꼈던 나의 서운함을 얘기하면, 또 상대방이 내게 실망해서 나를 떠나갈까봐 또 두려웠다.
그 두려움이 서운함을 느끼는 상황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의 내 행동을 더 통제하게 만들어 마음을 더 들끓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요즘 내가 한참 얘기를 많이 나누는 가까운 지인이 내게 얘기했다.
사람들하고 지내다보면 중간과정의 감정인 서운함도 그리고 누군가를 분명히 이해할 수 없는 마음도 들수 있는데, 왜 그런 것들은 표현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그런 상황들에서 드는 마음들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 조절을 상대방하고는 함께 안하고 혼자서 카운트다운 하다가 갑작스럽게 마지막에 관계단절을 하냐고, 그러한 조절이 없는 나의 방식이 때로는 나와 함께 있는 상대방을 더 답답하게 하고, 숨막히게 하기도 하며, 괴롭게 만들기도 한다고, 이건 너의 잘못된 모습이기도 하다고,
머쓱하고 민망했다.
나는 사실 그렇게 내 마음을 조절하는 방법을 잘 몰랐다.
그 서운함과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을 어떻게 얘기하면 좋을지 말이다.
내 마음 속에는 이미 상대에 대한 마음이 애정으로 가득한 상태라, 상대에 대해 부정적인 마음은 틀린 마음이고 잘못된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쉬운 흥칫뿡 조차도 티내는게 꺼려졌고, "맞아. 나도 너하고 같은 상황은 겪어보지 못해서 이해하기가 어려워.", "이건 이해가 잘 안돼"라고 말을 꺼내는게 두려워서 늘 그 마음속에서 열심히 도망쳤었다. 회피하며 도망치는게 내 선택이었다. 상대의 기대를 좌절시켜서, 상대가 내게서 멀어질까봐 나는 그 기대를 좌절시키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도망쳤었다.
근데 그때의 나는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고, 부적절해 보이는 그 행동이 나에겐 최선의 해결책이었다. 내 마음을 순간적으로 안정시키고 진정시키기 위한 최선의 방식이었다.
차라리 같이 그 자리를 지키면서(어쩌면 싸우는 모습으로도 비춰질 수도 있지만) 이해가 잘 안된 건 어떤건지, 이건 이래서 내가 이해를 하기가 더 어렵다던지, 혹은 너가 이래서 내가 너무 서운했어 칫 혹은 흥칫! 하면서 그런 마음도 편안하게 드러낼 줄 아는게 훨씬더 내 삶과 관계를 윤택하게 만들 지도 모르는 방식이었는데, 방법에 대한 확신도 없고, 그저 두렵기만 해서 나도 늘 그 상황에서 열심히 도망치는 선택만 했다. 그 선택은 그때의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이자 내 나름 잘헤쳐나가고자 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흥칫뿡도, 그거는 사실 잘 이해가 안된다는 말도 하는 것이 오히려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데 훨씬 더 도움이 되며, 또 누군가와의 관계의 유지에서도 또다른 신호를 줄 수 있는 매개체라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예전엔 그 흥칫뿡 하는 상대가 괜히 미숙해보이고, 이해가 안된다고 말하는 누군가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게 상대방의 굉장히 솔직한 마음이었다. 사실 때때로 누군가에게 서운할 수도 있고, 누군가의 마음이나 상황을 내가 겪어보지 못했다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마음이다. 어쩌면 그 말을 표현하는 누군가는 상대를 향한 가장 순수한 진심이자 사랑스러운 마음의 표현이라는걸 이제는 알게되었다. 그걸 결국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건 나였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서운함을 얘기하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나 사실은 그거 이해가 잘 안돼. 잘 모르겠는데 하며 좀 더 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상대방하고의 관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내가 서운한 마음을 표현할 때는 일단 "흥칫! 너무해!"하며 짜증나고 서운한 마음에 대해 설명하면서 상대방에게 적립해 놓던 화를 조금 더 가볍게 만들고, "그건 나도 이해가 잘 안돼"하며, 오히려 나는 그 상황에 처해본적이 없어서 이해가 잘 안되지만, 나는 너를 알아가고 싶고 이해하고 싶기 때문에 너가 조금 더 설명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의 전달 통로 이자 또 내가 니가 처한 상황을 볼때는 객관적인 입장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냐며, 함께 더 이해가 잘 안되는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상황을 같이 정리하고 이해해보는 시도도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서운한 마음을 그때그때 얘기하지 못해 꽁하게 그것을 갖고 있다가 결국 상대에게 화가 나게 되고, 그러다보면 그 화난 마음을 내 마음 속에 있는 상대방 통장에 지속적으로 적립하고, 그러다보면 옛날 일도 들춰지게되면서 갈등이 다시 일어나게 된다는걸, 또 통장이 꽉차면 어느순간 그 통장을 과감히 버려버리면서 상황을 회피하고 외면한다는걸 너무 적나라하게도 봤다.
나도 참 여전히 부족한게 많고, 그런 부분들이 남들에게 참 많이 표현됐겠다 싶어 부끄럽고 창피하지만 그래도 그런 순간에도 그런 나를 늘 다독여주고, 또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나도 이렇게 창피함을 무릎쓰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나가며 살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부족했던 내모습에 상처받았던 그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진심으로 전해주고 싶다. 정말 그때는 나도 너에게 잘해주고 싶고 많은 도움이 되고 싶었지만 그 방법을 잘몰라서 혼란스러웠고 그 혼란스러움을 들키기 싫어서 내 방법만이 옳다고 고집했던 내 마음 때문에 너를 본의 아니게 많이 괴롭히고 힘들게 했다고, 너의 힘든 순간에 내가 힘이 되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오늘은 내가 좀 서운했다.
흥칫, 자기가 먼저 밥먹자고 해놓고서는, 혹시나 나는 상대가 부담될까 싶어서 일정을 먼저 얘기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도 그 생각에 매여있는게 싫어서 상황이 어떤지 보려고 밥 먹자고 언제 시간이 괜찮냐고 물어본 나의 문자에 이제 연락을 안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는 누군가가 참 얄미웠다.
예전의 나같으면 이렇게 거절하는 상대에게 왜 니가 먼저 밥먹자 해놓고서는 너는 연락도 안하고, 나는 그래도 너 기다리다가 혹시나 해서 연락한건데 이제는 먹지말자고 하는거냐고 너 너무한거 아니냐고 말하며 할말 없는 상대를 더 할말없게 만들며 몰아세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텐데, 이제는 그러한 태도가 건강한 방식은 아니라는 것을 정말 깊이 아주 마음 깊이 반성했기 때문에, 그 말할 생각조차도 들지 않았다. 왠지 조금은 내가 변한것처럼 느껴져서 괜히 전과 다르게 행동했다는 사실이 뿌듯해서 이전의 내 태도도 남겨본다. 이제는 내가 그 상대방이라 생각하면 저런 나의 반응은 끔찍하다 누군가들아 미안해.(그래도 나도 노력하겠지만 순간순간 예전의 내 습관이 나올때가 있을테니, 꼭 나에게도 지금 나의 그 말이 서운하다는 표현 해주길 바래.)
하지만 그 서운함은 밥 같이 먹고 싶은데 먹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실망하게 된 내 마음이고 내꺼니까 이렇게 흥칫뿡 하며 날려버려야지.
어쩜 그래 흥칫! 나 서운해
어떤 마음이든 마음에 금고를 만들어서 적립해놓지 말자. 어떤 순간의 마음들은 분명 금고에 가득 채워놓고 봉인해야 하는 것들도 있지만, 그래도 기쁜건 기쁘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서운하면 서운하다고 그때그때 말할 수 있는 마음들은 꼭 얘기하면서 생활 할 수 있는 내가 되길. 그렇게 그때그때 가볍게 내 마음을 털어내며 즐겁게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