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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은 Nov 05. 2019

공무원의 아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9

면접 준비-삼겹살과 바꿔버린 양복

필기 합격의 기쁨을 온전히 나누고 난 며칠 후 남편은 면접 준비에 들어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나 보다. 독서실을 또 다니겠다고 했다.

나는 왠지 돈이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 면접은 슬리퍼만 안 신고 가면 다 붙는대~"하고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은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나는 이참이다 싶어 "진짜야 내가.. 그러니까 누구더라... 누구한테 들었어... 큰일만 안 보면 붙는데.. 안 싸면.."

남편은 기가 막힌 듯 나를 보더니 이내 웃었다.

"언제 적 얘기를 하고 있냐 으이그~~ 양복이나 찾아놔 줘~"하고는 웃으며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남편은 또 예전처럼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는 독서실로 향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각종 시사와 관련된 책들을 한아름 들고나갔다. 운동도 했다. 시험 준비를 하면서 살이 조금 쪘는데 면접에 그 부분이 마이너스가 되면 안 된다며 하루 두 시간씩 엄청 걸었다. 실제로 면접 볼 때까지 얼마 되지 않는 시간에 약 2킬로 정도 감량을 했다. 살면 살수록 참 독한 남자다 싶었다. 저런 사람이 회사를 나올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열심히 일만 한 죄로 회사를 나온 것 같았다. 잠깐 잊어버렸던 거 같았던 마음의 상처가 ' 나 아직 안 아물었어요~'하고  자기 존재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심란하게 앉아있다가 문득 양복을 찾아놓으라는 남편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 미리미리 찾아놓고 드라이해놔야겠다'하며 나는 장롱을 열었다. '아차!'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예전 남편회사는 사복을 입는 회사였다.

몇 벌 있었던 양복들은 장롱에서 매일

 '날 잡아 잡숴~'하고 대롱대롱 걸려있었다. 집에 있는 물건들을 주기적으로 정리 처분하던 나는 정말 그 양복들을 '잡아 잡숴' 버렸다.ㅠㅠ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기 몇 달 전 헌 옷 파는 데다가 집안의 온갖 안 입는 옷가지들을 다 모아 팔고 받은 돈 만 오천 원으로 삼겹살을 사 먹어버렸다. 

나는 울고 싶었다.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장롱을 뒤졌는데

'심봤다!'  양복이 한벌 있었다.

그런데 겨울 양복.... 게다가 남편이 가장 살이 많이 쪘을 때 샀던 양복...

열심히 살 빼고 있는 사람한테 찬 끼얹 양복이었다.

면접은 가을일텐데 이걸 입고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분명 남편에게 한소리 들을 것이다.

독서실에서 돌아온 남편에게 나는 반성문 써야 되는 학생처럼 눈을 못 쳐다보며 

"저 저기... 양복이... 겨울 양복 하나 있네..."하고 말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나을 거 같아 그냥 고개를 푹 숙이고 고해성사를 해버렸다.

고물상에 팔고 삼겹살 사 먹었다는 말을 들은 남편은 어이없어했다. 

그러다가 아주 남편도 팔아먹겠다고

자고 일어나 보니 재활용장에 있는 거 아니냐훈계인지 농담인지 늘어놓았다. 그러고는 겨울 양복을 입어보았다. 유행도 지났지만 어벙벙하니 좀 이상했다.

"그냥.... 한 벌 사자.."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됐어!"하고 남편이 말했다.

 상태에서는 아무 말도 하면 안 되었다. 알뜰한 남편은 그냥 그 양복을 입기로 했다.

유일하게 남아있던 양복. 이 양복은 왜 팔지 않았을까? 어쨌든 이 양복이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면접날이 다가왔다.

남편은  양복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어벙벙하고 조금 더운듯한 겨울 양복을 입었다. 그리고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갔다 온다"하며 나를 봤다.

나는 차마 양복을 볼 수가 없어서 "응 갔다 와~"하며 미안한 표정으로 다른 곳을 보았다.

한참이 지난 후 남편은 조금 지친 얼굴로 돌아왔다.

어땠냐는 내 물음에

남편은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더웠어!"라고 말했다.

은근히 뒤끝이 있는 남자다.





다행히 남편은 최종 합격하였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구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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