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을 마치며...
회사를 퇴사하기로 결심할 때의 마음이 그랬다.
"일단락 지어야겠다."
큰 사건이나 갈등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고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더 나은 무언가'를 향한 갈증이 심해지고 있었다. 애정을 많이 담았던 프로덕트를 그대로 놓아버릴 수는 없어서 나름대로 고군분투해보았지만, 스스로 재정비를 하지 않고 지내면 그냥 이런 불만족스러운 상황의 연속일 것 같았다.
사실 결정을 한 뒤 직원들에게 "왜 그만두세요?"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는데, 어느 누구에게도 명쾌한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우스개 소리로는 20가지의 다른 버전이 있는데 어떤 스토리를 원하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는데, 실제로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그때그때 다른 이유를 말해주기도 했다. 힘들었던 일이 많아서라고 보일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일하는 게 쉬웠던 적도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자잘한 이유들은 모두 회사를 그만두는 결정적 사유는 아니었다.
이 회사는 내게 특별한 회사였다. 물정 모르던 나를 가르쳐주었고, 함께 성장하는 특별한 경험을 한 회사였며, 개인적으로는 임신 출산을 함께한 회사이기도 해서 더 남달랐다. 스스로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하기에, 그만두어야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더 나은 무언가'가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난 어떤 사람인지, 무엇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인지를 알고 싶었다. 결국 내가 왜 일하는지를 스스로 설득할 수 없어졌을 때,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로 일을 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지 않다는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도달하게 되었다.
퇴사 3주 차인 지금 생각해보니, 이런 시간을 갖기로 하건 정말 좋은 결정이었다. 그동안 좋은 자극을 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일부러 시간을 내서 생각을 더 깊게 파고드는 시간을 가졌고, 또 이렇게 반은 의무적으로 글을 쓰며 지난 시간들을 정리하는데 집중했다. 나름대로 퀄리티 있게 쉬려고 노력했는데, 쉬지 않았다면 절대 갖지 못했을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이 시간들 덕분에 나도 원하던 답에 대한 작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앞일이야 당연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시도해볼 만한 무언가를 찾은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이로써 이 매거진도 마쳐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지난 시간을 기록해서 잘 떠나보낸다는 초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이제 지나간 일보다는 앞으로의 일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글을 연재한 덕분에 이제 좀 후련히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많이 배웠고 성장했습니다. 안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