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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비 Nov 14. 2018

7. 좋은 회사에 대한 고민

커지는 회사의 문제들

회사가 작을 때는 이 회사가 크기만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원했던 대로 회사가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며 성장을 하고 있는데도 어느 시기가 되자 자꾸 아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에서 돌아보면 회사가 빠르게 커진 만큼 구성원으로서 느끼는 보람도 컸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피로감도 적잖이 쌓이고 있었던 것 같다. 성장하기 위해서 실행해야만 하는 업무들이 밀려들면서 느끼는 책임감과 어려움도 있었지만, 빠르게 커지면서 조직 내부의 준비가 그 속도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데서 오는 피로감이 컸다. 나는 중간관리자이다 보니 경영진과 멤버들의 입장을 가운데서 볼 수 있는 입장이었는데, 회사는 회사 나름대로 생존을 위해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고, 직원들은 초기에 일했던 회사와는 다른 회사로 변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회사의 상황

1) 더 이상 가능성만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생존을 위해서는 더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2) 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비효율을 개선하고, 더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 (여기서 인력채용과 같은 고정비가 늘어나는 일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직원의 상황

1) 초기에 일했던 회사와 다른 회사가 되었다. 지나치게 밀어붙인다.

2) 회사가 직원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지 않다.



작은 규모일 때는 한 명 한 명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직원들도 내 회사라는 주인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주인 의식과 공동체 의식이 있으면 좋은 점은 궂은일을 싫어하고 미루는 일이 별로 없다. 궂은일에 대한 보상도 회사가 성장하는 것 만으로 심리적인 보상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면서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고 조직이 나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구성원들의 주인 의식이 점차 희미해져 갔다. 또 조직이 나뉘었기 때문에 조직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더 큰 노력이 들고, 이 업무를 왜 하는지에 대한 더 명확한 기준과 설명이 필요해졌다.


회사에는 큰 숙제가 주어지는 셈이다. 이제는 생존하는 회사만큼이나 좋은 직장이 되는 것도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비전 하나만 가지고 계속해서 끌고 가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좋은 직장을 만드는 건 직원들에게도 중요하지만 이탈하는 인력을 대체할 새 인력을 찾고 채용하여 학습시키는 비용 생각하면 당연히 회사에게도 중요한 일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좋은 직장으로서의 회사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당시 사내에서 진행한 스터디에서 조직 문화에 대한 책을 읽은 것도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원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의 의견은 체계적인 제도의 도입이었다. 새로운 제도가 필요한 적재적소에 빨리 만들어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조직 운영과 관련한 좋은 레퍼런스들이 많은데 굳이 시도를 안 할 필요도 없고, 잡음이 생기는 곳곳에 제도를 만들고 체계를 만들어서 교통정리를 하면 개개인이 불필요한 감정 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관련해서 몇 번 건의를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요새는 몇 가지 사례를 겪고, 또 다른 사람들과의 의견을 나누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결국 조직은 사람의 문제인 것 같다.



회사의 비전이 구성원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충분히 전달되어야 한다.

앞서 비전만으로 끌고 가기 힘든 시기라고 언급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스타트업에서 비전 공유는 너무나 중요하다. 한번 전달하는 걸로는 부족하고 지나치다 싶게 꾸준히 전달이 되어야 한다. 많은 회사들일 매주 공유 세션을 가져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하지만 자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말보다는, 실제 회사가 비전에 맞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대전제가 되는 비전에 대한 공감이 우선이고 다른 것은 그다음이다.


제도에 우선하여 조직의 문화가 탄탄해야 한다.

좋은 문화는 복지 제도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하하호호 웃으며 회사를 다니도록 해주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때는 착각한 적도 있었지만...) 결국은 서로가 공감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일하는 방식이 바로 회사의 조직 문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상하관계가 명확한 조직이든, 자유롭고 뛰어난 전문가들이 모인 조직이든, 감정적 유대를 중시하는 전우들의 집단 같은 조직이든 간에, 회사에서 그것을 회사의 방식으로 정하고 구성원이 공감하여 그 방식대로 일한다면 그 자체로도 탄탄한 문화를 가진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제도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지만, 필요하다.

필요할 때 도입이 되면 큰 역할을 해준다. 혼돈을 줄여주고 개인에게 무리하게 지워지는 부담을 덜어준다. 하지만 영원한 해결책이 아니고 언제든 제도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건 모두가 인지해야 한다.



그렇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 고민을 정리하여 이렇게 글로 풀어내고 보니 결국 다 아는 이야기다.

아마 몰라서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말로 하는 건 쉽지만 실행은 너무나 어렵다. 언제나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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