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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비 Oct 26. 2018

3. 조직 관리라는 복병

내가 하는것과 남이 잘하게 하는 것은 다르다.

들어가기 전에...

조직관리는 다양한 레벨의 일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인사, 평가, 보상 등) 이 단계에서 내가 겪은 관리는 아주 하위 레벨의 관리였다. 업무의 적절한 배분과 타임 매니지먼트, 사이드 과제를 적절하게 만들어서 모티베이션을 유지하는 것 정도의 일이었다. 절대 좋은 조직 관리에 대한 글이 아니며, 처음 겪는 상황에서의 어려움을 기록한 글일 뿐이다.




입사 이후 해야하는 업무의 양과 개선 속도는 혼자서 감당할수가 없는 양이었다. 그리고 초기 스타트업이다보니 성격이 다른 너무나 많은 업무를 ‘디자인’이라는 이름 아래 나 혼자 하고 있었던 탓에, 디자이너를 더 채용했다. 자연스럽게 팀이라는 것이 생겼고 팀을 관리하는 것도 나의 일의 일부가 되었다.


작은 회사에서 혼자 디자인을 하는 건 일이 많긴 해도 솔직히 마음이 편했다. 내가 뭘해도 가치가 있는 일이었고 개선이 되었으며, 협력도 쉬웠다. 그런데 매니지 해야하는 팀이 생기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일이었다. 팀원들이 일을 할만한 환경을 만들어야했고,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업무도 주어야했고, 동기 부여가 지속적으로 되도록 고민해야했다. 


관리자의 스타일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극단적으로는 두가지로 나눌수 있는 것 같다.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 사람, 그리고 자유방임주의자.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 관리자는 과정에서 개입해서 꼼꼼히 챙기고 원하는 방식으로 결과물을 이끌어내지만 그 과정에서 매니징을 하는데 드는 리소스가 상당하다. 자유방임주의자는 기본적인 환경을 만들어 준 후 권한은 일임하고 최소한으로만 개입한다. 매니징 리소스는 적지만, 결과물에 대해서는 충분히 컨트롤을 할수 없다. 어느쪽이 더 좋다고 말할수는 없고, 이 중간 어딘가에서 중심을 잘 잡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모두가 괴로워진다.  


초반에 나는 자유방임주의자에 가까웠다.(여기서....조직원들의 생각은 다를수도 있다.) 다만 철학에 의해 그렇게 된것은 아니었고 1) 어떻게 해야할줄 몰랐고, 2) 내가 뭔데 다른 사람한테 이래라저래라 할수 있나 생각했고, 3) 당연히 내가 생각한정도는 할것이라는 나이브함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나는 프로젝트를 발제하고 담당자를 지정하고 나면, 중간 중간 프로젝트를 들여다보긴 했지만 그 빈도가 잦진 않았다. 나도 할일이 많았고, 가끔 보는 것으로는 깊이있는 피드백이 나오기 어려워서 결국 그 프로젝트를 제일 많이 고민한 담당자가 제일 잘 할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방식으로 진행해보니,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았다. 이 때가 아주 괴로운 경우들이었다.


위에 말한 이분법 대로라면 자유방임주의 관리자의 조직은 담당자에게 권한을 일임했기 때문에, 담당자가 좋다고 생각하면 그 프로젝트의 기능은 출시 후에 반응을 봐야할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가 조직장이나 경영진의 마음에 들지 않는 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프로젝트 과정을 공유하는 시간을 좀 더 갖는 것이 자연스러운 해답이었다. 그러나 프로젝트 과정을 공유했음에도, 결과물에 대해 서로 생각하는 게 다른 경우는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었다. 왜 이런일이 발생할까 생각해보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공유를 했어도 관리자가 컨텍스트가 없는 상황에서 피상적인 디렉션만을 주었다. 그러면서도 결과물은 사려깊은 결과물이 나오기를 바란다.

프로젝트의 중간 과정에서 공유하는 것은 완성된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 머리속으로 다른 그림을 그리면서 이야기를 한다.

프로젝트 발제를 실무자가 직접 하지 않은 경우에, 실무자는 발제를 한 사람이 원하는 의도대로 맞추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 적극성이 감소하고 디렉션 받은 몇 가지만을 충족하는데서 그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초반에 내가 택한 방식은 완벽한 실패였다고 생각한다. 나도 내가 하는 프로덕트에 애정이 많았기 때문에, 내면으로는 원하는 방향이 있었고 그 방향을 고집하고 싶었다. 원하지 않는 결과물을 내보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난 위에서 말한 여러가지 미숙함으로 인해 과정에 충분히 참여하지 못했고, 결과물을 충분히 컨트롤 할수 없었다. 그렇다고 프로덕트의 완성도를 위해 두세번의 반복 과정을 밀어붙일만큼 실무자들의 고생을 모르지도 않았다. 결국 이도저도 못했다는 뜻이다. 



몇번의 실패 후 내가 찾은 방법은 이런것이었다. 


리소스를 할애해서 더 귀찮게 하고 더 괴롭히자. 

우리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결국 내 책임이다. 성격이 안되면 노력하자.


도저히 그럴수 없는 상황에 있고 믿을만한 팀원이라면, 정말 완벽히 권한을 주자. 

이럴땐 덜 괴롭히자. 그리고 반드시 그 사실을 그 팀원에게 알려야 한다. 그래야 책임감이 생긴다.


최대한 더 많이 자주 가볍게 이야기 할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 

가벼운 프로젝트라면 스탠드업 회의가 최적이다.   


좋은 사람이 되기 보다는, 잘 말해주는 사람이 되자.

불평을 듣지 않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에 신경을 쓰면 안된다. 생각하는 것을 말하지 않기 보다는, 좋게 말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좋다. (이것은 매우 나중에 배웠다...)



대략 배운점을 적어두긴 했지만, 조직관리는 언제나 나에게는 큰 과제이고 어려움이다. 아직도 배울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렇게 입사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조직이 생기면서 더이상 마냥 재밌지만은 않은 상황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이때쯤 되니 가끔씩 그리워지는 그곳.....


"아... 대기업에서 내가 마음껏 불평하면서 회사를 다닐수 있었던 이유는, 어쨌든 누군가가 내가 일할수 있게 적절한 사이즈의 조직에 넣어주고, 적절한 업무를 하게 하고, 적절한 방법에 의해 평가받을수 있게 열심히 고민해서 만들어놨기 때문이구나.... "


대기업은 여러모로 훌륭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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