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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비 Oct 30. 2018

4. 숫자를 통한 성과 측정

이래서 데이터 데이터 하는구나...

2.0 릴리즈 후 한동안은 여기저기서 발생한 문제들을 고치고 필수적으로 추가해야 하는 기능들을 추가하는 일에 온 힘을 다했다. 필수적으로 추가해야 했던 기능들이라 하면 개선하면 좋아질 것이 분명하고 회사에서도 방향이 명확했던 기능들로 예를들면 다국어 번역 같은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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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유저의 요청이 많이 들어오다보니 그들에게 접근성을 더 좋게 하게 하기 위해, 몇 국가를 우선적으로 언어를 번역해보니 각종 지표가 개선되어서, 더 많은 국가에 대해서 다국어 지원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런 프로젝트는 회사에서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고, UX 디자이너로서는 필요한 것들에 대한 지원만 하면 되었기 때문에 복잡할 것은 없었다. 쉬웠다는 뜻은 아니고 해야할 것이 명확했다는 의미이다. 


몇가지 필수적인 프로젝트가 돌고 나자 프로덕트의 개선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가 왔는데, 이 때 목표로 잡은 것은 가입 후 전환율(공연 요청) 상승이었다. 가입자 증가와 공연 요청 증가가 회사 성장에 필수적이었으니 당연한 방향이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에 들어고서야 제대로 가입율과 전환율 데이터를 처음 보게되었다. 이 회사에서의 데이터만이 처음이 아니었다. 실제로 제대로 된 데이터를 본 것이 처음이었다. 


그렇다...... 그동안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제대로 데이터를 본 적이 없었다. 왜 안보았냐고 물어본다면, 아무도 안보여줬고, 볼 수 있는 방법을 몰랐고, 볼 필요도 없었다. 해야하는 일은 탑다운으로 내려왔고, 제안하는 것은 상부로 연달아 보고가 이어졌기 때문에 나의 제안에 책임을 지지 않게 되는 구조였다. 이런 구조라면 과연 그 디자인을 한 사람이 누구라고 할수 있을까. 기획팀이 따로 존재한것도 한 원인이었다. 어쩌면, 어떤 방식으로든 공유가 되었었는데 내가 안보았던 것일까? 그랬을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안보고도 아무 문제 없이 일할수 있었고 그게 나뿐만은 아니었다는 건 분명하다. (지금은 어떨까, 좀 궁금하다...) 아무튼 컨버전까지의 단계를 그린 퍼넬 그래프를 처음 보았을때, 머리가 좀 띵했다. 지금 상황을 숫자로 정리해서 볼수 있다는 개운한 느낌에 부끄러움이 더해진 여러 감정들이 섞여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그 프로젝트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하려고 노력했고 이터레이션이 진행된 후에는 데이터로 검증했는데, 한 번의 시도로 그친것이 아니고 여러번 이터레이션을 돌며 반복하여 개선을 진행했다. 그 중 성과가 좋았던 개선 사항에 대해서 간단히 적자면, 우리 팀은 퍼넬 리포트 중에서 가입한 유저 대비 전환하는 유저의 비율이 낮은 것에 주목했다. 귀찮은 가입과정까지 거쳤다는 것은 공연 요청을 하고자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인데 불필요한 과정으로 유저를 이탈시키고 있다는 판단이 섰다. 처음에는 좀 더 이해하기 쉬운 공연 요청 페이지로 전환율을 높혀보려고 노력했으나, 생각만큼 성과가 드러나지 않았다. 결국 가입 이후 한번 더 공연 요청 버튼을 클릭해야 했던 flow를 개선하여 가입 과정 이후 추가적인 액션 없이 자연스럽게 공연 요청이 이루어지게 개선했고, 그 과정에서 페이지로 있던 공연 요청 기능을 삭제하고 모달로 대체했다. 그 이후 가입한 유저의 높은 비율이 첫번째 공연 요청까지 완료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 이후부터 UX팀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데이터를 먼저 확인하고 그 후 검증하고자 하는 것을 프로세스화 하여 모든 팀원은 데이터기반의 사고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렇게 데이터를 보면서 프로젝트를 하기 시작하니 가장 달라진 점은 목표를 명확히 할수 있다는 점이다. 전에는 정확한 숫자를 가지지 않고 프로젝트를 시작하다보니, "하는 김에" 전반적으로 좋아지는 여러가지 것들을 손대서 개선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조금씩 일정이 늘어지는 문제들이 생기곤 했다. 그러나 숫자를 보며 프로젝트를 하면 그 지표를 개선하겠다는 한가지 목표를 갖게 되면서, 목표와 관련 없는 개선사항들은 해당 프로젝트에서는 과감히 제외하여 프로세스에 효율성이 좋아졌다. 


전환율 상승을 위한 프로젝트를 했던 그 시기는 뒤돌아 생각하면 내가 스타트업에 합류한 후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시간 중에 하나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히 했어야 했던 일들을 안하고 있었다고 생각도 들지만, 당연해보이는 일도 실제로 겪기 전에는 당연하지 않다. 그리고 회사 내부의 데이터에 가까이 접근해서 일할 수 있다는 그 매력 때문에, 더더욱 스타트업에 빠져들게 되었다.



안개 속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면 데이터 보는 법에 익숙해지자.

숫자를 보면서 일하면 조금 더 명확하게 일할 수 있다. 또 다른 아주 강력한 장점 중 하나는 상대방도 더 잘 설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어떤 지표로 검증할지 계획을 미리 세우자.

데이터는 보고 싶어한다고 그때 뚝딱 나오지 않는다. 미리미리 볼 수 있는 준비를 해둬야 나중에 정확한 성과를 검증할 수 있다.


데이터는 유저의 행동으로 부터 나온 숫자이다.

유저 경험과 동떨어진 숫자가 아니다. 모든 유저를 쫓아다니며 그들의 행동을 파악할수 없으니 데이터로 큰 흐름을 읽는데 도움을 받는 것이라는, 다른 분이 해준 조언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 외에, 데이터 만능 주의에 빠지지 말고 날카로운 직관을 믿을 줄도 알아야한다는 주제 넘은 소리를 적으려다 말았다. 맞는 말인것 같긴한데 나도 직관을 발휘한 마법같은 순간을 겪지 못했다. 


아직 나의 내공이 그만큼은 쌓이지 못한 것 같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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