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는 유저의 반응을 몸으로 느끼며 성장한다.
마이뮤직테이스트는 사업의 특성상 유저들의 성향이 다른 서비스들과는 조금 달랐다. 유저들은 대부분 특정 아티스트의 팬 혹은 특정 장르의 팬들이었다. 유저들이 언제 일어날지도 모르는 공연을 위해 개인정보를 입력해가며 귀찮은 가입 과정을 거치고 친구들을 초대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그들이 얼마나 그 아티스트를 좋아하는지 새삼 느낄수 있다. 그런 유저들을 둔 덕분에 그들을 만족시키면 열렬한 감사와 지지를 받기도 했지만, 반면 실망시키게 되면 맹렬한 비난을 받았다. 물론 대체로 그런 반응들은 공연이 성사되고 난 후 폭발적으로 일어났지만, 그 공연이 성사되기 전까지의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유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프로덕트를 만든 초기에는 열성적인 유저를 둔 점을 적극 활용하고자 그들의 참여를 최대로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프로덕트 기획을 많이 했었다. 예를들면, 아티스트의 공연 요청이 많은 도시의 순위를 비교하여 보여준다거나, 매일 간단한 미션에 참여하게 하는 것 등이었다. 서비스에 재미를 더하고, 리텐션을 높이려는 계획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프로그레스바 같은 시각정 장치도 많이 활용했었다. 이런 요소들은 다른 서비스에서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그리 특별할 것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좀 과감한 것도 있어서 모두 그랬다고 쓰진 못하겠다.) 그러나 유저들이 원할때 항상 공연을 실현시켜 줄 수 없다는 사업 특성때문에 시간이 흐르자 이 기획들은 부메랑처럼 비난이 되어 돌아왔다.
"이렇게 오랫동안 열심히 했는데 왜 공연이 안 일어나죠? 시간 낭비를 한 것 같아요!"
"다른 도시는 우리보다 숫자가 적은데도 갔잖아요!!"
이런 불만들이 쏟아졌지만, 문제는 유저들에게 복잡한 사업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시킬 수 없다는 점이었다. 요청을 통해서 공연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맞지만 많은 요청이 모인다고 해서 무조건 공연을 성사시킬 수는 없었다. 반대로 요청이 적어도 여러 상황에 의해서 공연이 성사될 수도 있었다. 개런티, 스케쥴, 베뉴 스케쥴 등등 꽤 복잡한 요소들이 맞아 떨어져야만 공연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업상의 세부 내용은 유저들에게 노출 시켜서도 안되었고, 또 가능하다 해도 모든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적절한 때 대응 해줄 인력도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유저들에게 희망을 준 대가로 여러 비난도 같이 짊어지게 되었다.
이 상황을 프로덕트에서 해결하는 방법은 유저들에게 보여지는 메시지를 조금씩 바꿔 나가는 것이었다. 팬들의 꿈을 이뤄주는 서비스가 아닌 이루어질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로 우리를 다시 포지셔닝 했다. 프로그레스바, 데일리 미션, 도시 순위 등을 차례로 제거하면서 워딩도 다듬어나갔다. 요청이 모이면 공연이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은 심어주되, 유저가 지나친 기대는 하지 않도록 조심했다. 많은 요청들중에 공연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것은 적은 비중의 요청들 뿐인데, 대다수의 성사되지 않은 요청을 한 유저들을 화나게 하거나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문제가 되는 요소들을 덜어가면서 조정을 하고 나자, 유사한 문제가 반복해서 일어나는 문제는 피할 수 있게되었다.
처음에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듣는 것이 쓰라렸다. 나름 열심히 고민을 해서 만든 것을 누가 싫어하는 것도 속상한데 그 목소리가 너무 직접적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속이 쓰릴만도 했다. 하지만 직접적인 피드백 덕분에 내가 뭘 잘못했는지 정확히 알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또 계속해서 피드백을 듣다보니 굳은 살이 배긴건지 어느덧 의견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개선점을 찾아내는데 집중하는 훈련도 되었다. 사소하고 반복적인 불만은 조금 뒤로 미뤄두고,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점을 먼저 찾는 훈련도.
이렇게 팬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하다보니 과격한 반응을 받은 일도 종종 있었지만, 동시에 그런 팬들을 둔 덕분에 과감한 시도를 많이 해볼 수 있었다. 세계 각지에서는 자신의 지역에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기를 간절히 바라는 팬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보니,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것을 도입하는데 심리적인 장벽이 낮았다. 목표를 위해서 웬만한 허들도 뛰어넘는 팬심의 덕을 본 셈이다. 또 긍정적인 피드백 역시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다보니 그 재미가 컸다. 공연이 끝난 후 피드에 올라오는 팬들의 기쁜 얼굴들을 직접 확인 하고 그들의 메시지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만드는 사람에게는 큰 원동력이었다. 운이 좋으면 콘서트 현장에서 실제로 우리가 이뤄낸 것이 어떤 것인지 확인할 수도 있었다. 서비스 소셜 미디어 계정에 남겨주는 고마움의 댓글도 하나하나 볼때마다 뿌듯했다. (반대의 경우도 많았었지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CS를 담당하는 인력도 생기다보니 어느 순간 예전처럼 생생한 유저 반응을 못보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퇴사하는 그 시점까지 유저 가까이에서 일한다는 작은 회사의 장점을 누리며 일해왔었다. 유저에게 사랑받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게 처음 이곳에 발을 들인 이유 중 하나였으니 어느정도는 목표에 가깝게 간 셈이다. 모를땐 모르고 살아도 알고나면 헤어나기 쉽지 않은 매력, 만드는 데 충분히 참여하고 그 결과를 직접 지켜 보는것,
괜히 '스타트업 뽕'이라는 말이 있는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