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지역을 도는, 적어도 주자 운영을 담당하는 스탭들에게는 최악의 날이다. CP가 강진, 진도, 목포에 차려졌는데 삼성은 3개 지역에 모두 주자가 있어 우리 스탭들은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새벽 6시도 안 되어 강진 조가 숙소를 떠났고, 내가 포함된 진도 조는 6시 30분에 출발했다.
진도하면 옛날 같으면 진돗개가 생각났겠지만, 3년여 전부터는 다른 생각이 난다. 우울한 느낌. 진도 사람들은 얼마나 마음이 안 좋을까? 이제 진도 하면 생각나는건 팽목항이고, 팽목항이 떠오르는 이유는... 잠깐 다녀가는 수준이긴 하지만 성화봉송이 진도 사람들에게 다시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도 CP가 차려진 곳은 진도여성프라자. 보통 프라자라고 하면 아파트 상가가 떠오르는데 (나만 그런가?) 진도군에서 여성들을 위해 만들어둔 공간이었다. 외국에서 진도로 시집 온 여성들을 위한 교육이나 친목회 등도 여기서 이루어지고 있었고, 한국인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가 로비에 데스크를 차려놓고 오들오들 떨고 있으니 다문화 사무실에서 베트남 커피도 내려주셨다. 고향에 다녀온 사람들이 선물로 준거라며.
진도여성프라자의 다문화 프로그램 사진들
진도에서 뛰는 삼성 주자는 딱 3명이었다. 모두 스토리 공모를 통해 선발된 분들이었고, 그 중 한 분은 어제 오후 갑자기 생긴 노쇼 대신, 원래는 예비명단에 있었다가 어제 전화를 받고 바로 평택에서 진도로 내려온 분이었다. 대단한 열정! 또다른 한 분은 초등학생 아들 두 명과 함께 오셨는데, 너무나 건강해보이는 아들 중 작은 아들이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백혈병 투병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깜짝 놀랐다.
오늘도 놓치지 않는다
주자들이 무사히 봉송을 마치고 돌아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환송까지 마친 후, 도시락이 목포 CP에만 배달되었다고 해 우리 진도 조는 진도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목포로 넘어가기로 했다. 짱뚱어탕이라는 음식을 먹었는데, 추어탕처럼 짱뚱어를 갈아서 넣은 붉은 탕이었다. 아침부터 목 뒤에 끼워둔 핫팩의 뜨끈함과 함께 목젖으로 짱뚱어탕을 넘기니 온몸에 땀이 확 오르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진도의 블라인드 ㅋ.ㅋ
목포 CP에 들러서 뒷정리를 하고 숙소로 갔다. 오늘 1박을 할 숙소의 이름은 목포국제축구센터! 국제라는 단어에 희망을 걸어봤지만, 미식축구부 합숙소보다도 더 합숙 느낌이 나는 곳이었다.
축구센터 숙소 입구
본즈, 맥긴, 완델손 방을 잠시 빌렸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콧속으로 확 들어오던 남자 향수 냄새의 방향제. 새벽부터 서두른 날이라 피곤해서 다행이다 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