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새벽부터 서두르다 하루 종일 눈이 뜨거운 듯이 아팠는데 오늘도 첫 구간 주자들 집결 시간이 오전 6시 50분이라 6시 20분에 숙소를 나섰다. 일기 쓰느라 시간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하품 나온다.
오늘은 글로벌 호스피 주자, 소비자, 스포츠단 선수들이 골고루 섞인 날이었다. 우리 주자 수는 39명에 육박했다. 오전에 몰린 호스피 주자들이 봉송로에 나갈 때, 여느 때처럼 열심히 응원을 시작했다. 하이파이브를 하려고 손을 내밀었는데 어떤 중국인이 내 손을 꽉 잡는 것이었다. 중국에선 이러나..?!
주자들을 내보내고나서는 너무 너무 피곤해 커피를 안 마시면 못 버틸 것만 같았다. 봉송로에 응원을 나간 인원을 제외하고 CP에 남아있던 3명이서 커피를 사마시러 나갔다. 오늘 CP는 대구어린이회관 꾀꼬리 극장. 왕복 6차선인지 8차선인지 아무튼 아주 넓은 도로를 건너고서도 더 걸어야 카페가 있었다. 가장 가까운 카페에 갔더니 11시에 문을 연단다. 커피는 보통 아침에 마실텐데 11시에 문을 열다니! 바쁘게 걸음을 옮겨 약 400m 떨어진 엔젤리너스에 갔다. 드디어 마시나 했더니 공사중. 어쩔 수 없이 바로 옆에 있던 KFC에서 커피를 마셨다. 맛은 모르겠고 일단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목으로 내려보내니 드디어 머리가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엄청난 미세먼지를 뚫고 다시 CP로 복귀를 했다. 어린이회관 바로 옆에는 대구과학고가 있었다. 학교 근처에 붙어있는 배너에 따르면 대구는 교육도시라고 한다. 어제 문화예술회관에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음악 도시라고 쓰여있었는데. 아주 훌륭한 도시구만!
어제에 이어 대구 모노레일(?)을 또 보았다. 방콕 느낌도 나고 롯데월드 느낌도 나고. 저걸 타고 출퇴근 하면 매일 노는 기분일 것만 같다.
커다란 어린이회관역
모노레일 그 자체에도 입이 떡 벌어졌지만, 한 열차에 붙어있는 캠페인 래핑을 보고 경악했다. 사망사고 줄이기 캠페인이었는데, 가장 크게 쓰여있는 문구가 “엄마, 할머니 이제 안와?”였다. 후덜... 참신하긴 한데 무섭다.
맨 오른쪽 량 주목
CP 바로 앞에서는 오늘 주자로 골프 선수 전인지의 팬클럽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팬클럽 회원들이 모두 중년 아저씨들 ㅋㅋㅋ 역시 골프.
전인지 팬클럽 아저씨들
그리고 오랜만에 CP내에서 사진 찍고 싶은 스팟을 발견했다. 원형으로 된 계단이었는데 어린이회관답게 계단이 무지개색이었다. 따봉병 발동.
어린이회관 계단
오늘은 삼성 스포츠단 중에서도 최강삼성 라이온즈 선수들과 감독님이 주자로 뛰는 날이었다. 선수들이 올 시간이 가까워오자 이전 구간 주자들과 동반인들이 선수들은 언제 오냐고 묻기 시작했다.
집결 시간에 맞춰 선수들이 속속 도착했다. 내가 가장 기다렸던 선수는 구자욱 그리고 레전드 이승엽! 둘이 나란히 걸어들어오는데 이승엽의 생각보다 작은 체구에 놀랐고, 구자욱의 큰 키에 또 한 번 놀랐다.
잘생긴 구자욱
함께 사진을 찍고 나서는 구자욱의 얼굴 크기에 또 놀랐다. 팀 선배에게 이 사진을 자랑했는데 “너도 얼굴이 큰 얼굴은 아닌데... 구자욱 얼굴 진짜 작다!!” 라고 말했다.
요 며칠 아니 몇 주 계속 CP에 붙박이처럼 있었는데 오늘은 스포츠단도 구경하고 응원에 힘도 쬐금 보탤 겸 봉송로로 나갔다.
라이온즈파크
선수들이 뛸 슬랏은 라이온즈파크 주변으로 배치를 해뒀다. 이미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다. 차에서 내리자 우리가 스탭 유니폼을 입고 있어서인지 시민들이 “이승엽 언제 와요?” “이승엽 어디서 뛰어요?”라고들 물었다. 시민들에게 위치 안내도 해주고, 몸도 풀면서 뛸 준비를 했다.
현장 치어를 나가면 우리 주자운영팀은 2개 조로 나뉘어 움직인다. 선행대와 본대. 선행대는 주자가 드랍 오프 셔틀에서 내려서 카라반을 기다리기까지 주자의 사진을 찍어주고 응원을 해주는 역할이다. 삼성 카라반과 바로 뒤따라오는 타사 카라반 1대 정도까지만 주자와 함께 하다가 다음 주자를 향해서 막 뛰어야 다음 주자가 드랍 오프 셔틀에서 내릴 때부터 챙겨줄 수가 있다. 본대는 주자가 뛰는 내내 옆에서 응원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주자 속도에 따라 걷다 뛰다 하기 때문에, 선행대에 비해서 체력 소모가 약간은 덜하다.
오늘 나는 잠깐이나마 선행대를 뛰기로 했다. 주자가 7~8명이었으니 최소 1.5km는 뛰었다. 오랜만에 뛰어서인지 네 명 정도 지나고나서는 숨이 무지 찼다. 체력이 왜 이 모양이 됐을까 나 자신을 나무라며 헥헥거리고 뛰었다.
나 왜 이렇게 신났냐
사실 선행대를 자처해서 뛰었는데 이유는 100% 사심이었다. 선행대를 해야 주자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ㅋㅋㅋㅋㅋ 푸하하
최지광 선수 곧 큰 선수가 되시기를!!
아, 선수들 중 최지광 선수는 집결시간보다 40분여 전에 CP에 도착했었다. 우리가 야구선수인 것을 못 알아보고 (ㅠㅠ) 등록 시간까지 많이 남았으니 돌아다니거나 다른데 가 있다가 시간 맞춰 다시 오시라고 안내를 했다. 그래도 프로야구 선순데 너무 못 알아봤다. 남친에게 이야기 했더니 나중에 큰 선수가 되어서 라디오스타 같은데 나가서 오늘 당한 굴욕(?)을 얘기하는 것 아니냐고 ㅎㅎ 그렇게 꼭 해주시길 바랍니다, 최지광 선수!!
국민타자 이승엽
현장 치어를 끝내고는 재빨리 CP로 복귀해서, 픽업 셔틀을 타고 들어오는 주자들을 맞이했다. 국민타자 이승엽! 레전드 이승엽! 친절하고 멋졌다.
람보르미니 박해민
얼마전 결혼했다는 박해민 선수와도 마지막 기념 촬영을,
루키 최지광
최지광 선수와도!
곽관호
그리고 스포츠단과 같은 구간에서 뛴 UFC 곽관호 선수와도!! 다시 좋은 모습 보여주시길 바라며~
인기짱 구자욱
그리고 오늘 마지막 주자라 다른 주자들보다 뒤늦게 CP에 복귀한 구자욱 선수와도 사진을 찍었다. 포스트 이승엽답게 인기가 제일 많았다.
소주 맥주 Call
CP 정리를 마치고 숙소 근처 지정 식당에 와서 밥을 먹었는데 call 버튼에 맥주 소주 있는 것이 신박해서 찍어봤다.
오늘 하루도 멋지게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