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구덩이가 하나 있다.
깊고 꽉 찬 구덩이.
어찌나 깊고 어찌나 꽉 차 있는지,
그 구덩이 안을 채운 온갖 오물들이
근처 모든 것의 코를 막고 눈을 멀게 한다.
그 오물 안에서 내가 소리 지른다.
오물 구덩이 안에서 허우적대며 끊임없이,
오물 사이를 열심히 헤엄쳐
구덩이 밖으로 손을 뻗을 수도 있지만
왠지 그러지 않기로 한다.
그냥 구덩이 안에 머물기로 한다.
밖으로 빠져나가
다른 사람들에게 오물 투성이 나를 보여줄 바엔,
그냥 구덩이 안에 머물기로 한다.
그냥 오물 안에서 소리 없는 외침을 지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