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loolee Apr 19. 2020

오물 구덩이

길에 구덩이가 하나 있다.

깊고 꽉 찬 구덩이.


어찌나 깊고 어찌나 꽉 차 있는지,

그 구덩이 안을 채운 온갖 오물들이

근처 모든 것의 코를 막고 눈을 멀게 한다.


그 오물 안에서 내가 소리 지른다.

오물 구덩이 안에서 허우적대며 끊임없이,


오물 사이를 열심히 헤엄쳐

구덩이 밖으로 손을 뻗을 수도 있지만


왠지 그러지 않기로 한다.

그냥 구덩이 안에 머물기로 한다.


밖으로 빠져나가

다른 사람들에게 오물 투성이 나를 보여줄 바엔,


그냥 구덩이 안에 머물기로 한다.

그냥 오물 안에서 소리 없는 외침을 지르기로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금 얼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