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 편지

2013년 봄

by eun

비 오는 우중충한 날입니다.

특별한 일 없는데 마음이 울적한가 봅니다. 날씨 탓으로 이유를 돌려도 되는 걸까요

이런 날 멍하니 앉아서 창밖에 또르르 빗방울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는 것도 오랜만인듯 싶습니다.

길을 지나가며 순간순간 유리창에 비치는 제 모습에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곧 눈물이 고이고 마는데요 무척 보고 싶습니다


가끔씩이라도 '꿈에서 보이면 좋을 텐데' 원망스럽습니다.

지금 머물고 계신 곳으로 당장에라도 가고 싶은 바람입니다.

지금뿐만이 아니라 항상 바라고 있지요 그날부터 쭉.

이렇게 간절히 바라는 사랑이 제 일생에서 또 있을까 싶습니다.


같이 살아온 시간때문에 당연하고도 이토록 여겨지는 이 사랑이 무섭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래서 보고 싶습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때로는 그 어떤 것에도 무심하게 대하고 나약해져서 절망 속에 빠진 듯이 더욱 깊숙이 들어가려 해요.

이것이 슬픔을 이기는 방법인 것 같기도 해요, 외로움 저 끝까지 다녀오기요


희망은 없다는 것. 이 세상은 작은 행복에 큰 불행이 존재하는 것만 같아요

작은 행복 하나 누리기 위해 많은 것들을 감내하고 살아내야만 하는 것 같아요

누구나 다 아픔 하나쯤은 끌어안고 살아가는 거겠죠

바다가 불행이라면 가운데 떠있는 작은 섬 하나 행복이고 언제 덮일지 모르는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야겠지요

언제부턴가 저는 한숨을 습관처럼 쉬어요

왜 저를 이렇게 슬프세 하셨나요, 왜 저를 이렇게 외롭게 하신 건가요

이곳에서의 삶은 의미가 없어요

제 시계는 멈췄는데 다른 것들 시간이 잘만 가는 것 같아요

엄마가 산 25살과 제가 살고 있는 25살은 많이 다르겠죠

젊은 시절의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려니 가여워지고 애정이 싹틔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딱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어요 만날 수 없는 것 아는데, 그래서 보고싶어요

제가 엄마의 얼굴을 쓰담쓰담 하는 모습을 꿈처럼 상상해요

꿈에서라도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왜 이렇게 저를 더욱 슬프고 외롭게 하시나요

늘 그렇지만 슬픔은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죠.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상처로 자리했으니까요

세상에 나서기도 물러서기도 무섭고 한 발 내딛는 것도 겁이 나요

그저 시간이 멈추었으면 합니다.


비가 온 후에 하늘은 유난히 맑은 것 같습니다.

이보다 더한 날도 많겠지만 그렇게 느껴지는 건 오랜만에 보게 되어서 그런 걸까요

엄마 정말 그때를 생각하다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의문이 들어요

눈물밖에 흐르지 않던 그날 밤을 생각하면 무서워서 소름이 돋아요.

어딘가에 살아계시지 않을까라는 말도 안 되는 희망

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 모습 그대로 돌아올 것만 같은, 지금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는,..

현실을 인정하기까지 오래 걸렸죠

그럼에도 시간은 잘만 흐르고 그 착각도 반년이 흐른 후에야 조금씩 사라지더군요.

언제까지 헤맬까요. 언제쯤 저는 지금보다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이전 06화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