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포도 한 송이

3부: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

by 비니루

저의 첫 기억 속 사랑은 ‘포도’의 맛을 닮았어요.


한여름의 햇살을 전부 빨아들여 검붉게 익은, 한 알만 깨물어도 입안 가득 달콤한 과즙이 터져 나오는 탐스러운 거봉포도.


어머니의 사랑은 꼭 그 포도 같았답니다. 부족함 없이 완전하고, 어떤 의심도 필요 없는 절대적인 달콤함이었어요.


제가 세상에 나오기 전, 어머니는 제가 먹고 싶어 하는 포도를 찾아 온 동네를 헤매셨다고 해요. 어쩌면 저는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그 사랑의 맛을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세상이 무서워서, 혹은 그저 엄마 품속의 안온함이 좋아서 예정일보다 일주일이나 늦게 세상에 나왔다는 저의 탄생 설화는, ‘포도가 먹고 싶어서 그랬을 것’이라는 엄마의 다정한 해석으로 완성되었죠. 저는 엄마의 뱃속이 마지막인 줄 알고, 그 속을 조금 더 사랑하며 머물렀던 아기였대요.


그렇게 한여름 포도 같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아이는 무엇이든 빨랐어요. 뒤집기도, 걷는 것도, 말문이 트이는 것도 남들보다 빨랐죠. 어쩌면 그건 ‘타고난 노력가’의 기질이었을지도 몰라요. 사랑이라는 충만한 양분을 먹고 자란 생명은, 스스로 세상을 향해 나아갈 힘을 얻으니까요.


세상의 거친 파도 앞에서 저는 ‘낙천가’라는 이름으로 불렸어요. 그 이름은 불안을 희망으로, 두려움을 탐험으로 바꾸는 마법과도 같았죠. 그 작은 발자국이 닿던 순간들의 환희, 새로운 말을 뱉었을 때 터져 나오던 칭찬과 웃음소리. 그 모든 것이 저의 무의식 속에 ‘다시 시작!’이라는 어른스러운 마음의 씨앗을 심어주었어요.


저의 첫 세상은 그렇게 따뜻하고 완전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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