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정착기
미국에 온 지 이제 1년 하고도 5개월이 지났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나 미국 현지 사람들에게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파고에 오게 되었나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곳에 있는 현재 일하는 병원에서 나의 이민 과정을 스폰서 해줘서 파고에 오게 되었다.
파고는 노스다코타 주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미네소타 주와 노스다코타 주 경계에 위치해 있어 미네소타 주에 거주하며 병원 출퇴근을 하는 동료들도 많다. 겨울이 굉장히 춥고 길지만, 여름날씨는 더할나위없이 좋다. 습하지 않고 해가 길어서 밤 9시 반은 되야 깜깜해 진다. 노스다코타는 캐나다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 그리고 전반적인 분위기가 캐나다와 비슷하다고도 한다. 사람들이 굉장히 여유롭고 가족중심, 집 중심 문화이다(겨울은 너무 춥고 폭설이 잦기 때문에 야외활동이 쉽지 않다).
파고엔 그 흔한 한인 교회 혹은 한인 마트가 없다. 한국인 비율 뿐만아니라 아시안 비율도 다른 미국 도시에 비해서 굉장히 적은 편이다. 난 이민 과정을 한국에서 진행하고 임시 영주권 비자를 받아 2019년 3월에 입국했다. 그리고 4월부터 일을 하였으니, 그야말로 적응할 틈도 거의 없이 바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오기 직전 파고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구글맵으로 병원 주변도 검색해보고 유투브도 많이 찾아보았다. 유투브에는 온통 영화 '파고' 혹은 '파고에 가지 말아야 할 10가지 이유' 같은 영상들만 한 가득이었다.
3월 미국에 처음 들어올 때, LA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모두 마치고 미니애폴리스를 경유해서 파고로 왔다. 가장 큰 비행기로 LA 공항에 왔는데 파고로 올 때는 시내버스 보다도 작은 비행기를 타고 왔다. LA 에서는 수 많은 아시안 중 한 명이었는데, 파고 공항에서는 거의 유일한 아시아 여자였다. 나 혼자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이 도시에 왔기에, 공항에 내리자마자 우버 택시를 불러 임시로 묵을 호텔로 갔다. 그리고 도착한 날 시내에 가서 social security number를 바로 신청했다.
처음 아파트를 계약하고 들어갔을 때, 집에는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침대 매트리스도 없어서 한국에서 가져온 얇은이불을 바닥에 깔고 잤다. 가구며 기본적인 살림 살이를 사러가는 것도 항상 우버를 이용해야 했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마트는 단 하나도 없었고, 설령 있다 해도 사람이 다니는 길은 눈이 한 가득 쌓여있었고 차들이 다니는 도로만 길이 뚫려 있었다. 차를 하루라도 빨리 사야 했다. 난 한국에서도 운전 면허증이 없었기 때문에 면허도 따야 했다. 매일 해야할 일들이 하나씩 있었지만 뭔가 게임 미션처럼 하루 하루 깨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해 6월, 미국의 낯선 도시 파고에서 한국 나이 서른에 운전 면허증을 처음으로 따고 내 차도 생겼다. 미국에서는 16살 생일에 보통 운전 면허를 취득하기 때문에 운전을 고등학교 때 부터 하는 게 일반적이다. 난 한국 나이 30, 미국 나이로 29살에 다시 16살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처음에 주유소에서 어떤 기름을 넣어야 할 지 몰라 한참 헤맨 기억이 난다. 아직도 여전히 매일 모르는 것이 하나씩 생기고 알아가는 중이다.
여기 오기 전 파고는 두렵고 그저 춥게만 느껴졌는데 1년 5개월이 지난 지금 다른 도시보다 무척 정겹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대부분 여유롭다. 어디에서 최종 정착을 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여러 사람들에게 받은 도움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