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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KOO RN Aug 26. 2020

더 이상 '코로나 영웅'은 없다

한국의 메르스를 거쳐 미국의 코로나 현장에서 전하는 이야기

 2015년 여름, 신규 간호사로 근무를 시작하고 1년도 안 되어 메르스로 온 나라가 난리가 났다. 특히 우리 병원은 80여명의 감염자를 발생시키면서 사회적으로 불신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신규시절도 물론 힘들었지만 메르스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모든 걸 해당 병원 탓으로 돌리는 뉴스와 사회적 분위기가 힘들었다, 간호사 그리고 직원으로서 죄인이 된 느낌이었다. 당시 병원장은 메르스 사태로 인해 자진 사퇴했다. 난 그때도 지금도 메르스 자체가 한 병원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지방의 환자들 까지 서울 큰 병원에 몰리고, 의료진은 항상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어떤 대형 병원이라도 발생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그리고 5년 후, 난 미국에서 간호사를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코로나를 맞이했다. 이번엔 한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가 난리가 났다. 2월에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는 아직도 현재 진행중이다. 병원에서 부족함 없이 펑펑 쓰던 물건들이 부족하고 급기야 마스크까지 부족해서 천마스크를 쓰고 일하기도 했다. 지금은 적어도 우리 병원에선 의료장비 공급에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가끔 한국의 뉴스를 보면 미국의 의료 체계 혹은 의료 보험을 비판하는 내용이 한 가득이다. 물건 사재기로 마트 진열대가 동이 난 모습을 비추어 주며 미국이 얼마나 살벌한 지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 처럼 비추고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를 겪으면서, 미국에서 의료보험을 내고 의료진으로 일하는 사람으로서 미국의 의료제도에 문제가 많은 것은 인정한다.


 그래도 난 미국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우리가 평소 받는 의료서비스는 감기가 잘 낫지 않아 동네 내과에 가거나 때에 맞춰 건강검진을 하는 일 등이 대다수이다. 정말 많이 아파서 중환자실에 입원하거나 수술을 할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아플 때 예약없이 바로 내과에 가서 값싼 진료를 보는 것으로 우리 의료서비스가 굉장히 좋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하는 간호사나 잠 한숨 못자고 일하는 인턴의 모습은 그저 책이나 티비에서만 접하게된다. 주변 친구가 있다면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이 전부 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그 어느나라보다 저렴하면서도 빠르게 또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과연 이 모든 게 어떻게 가능할까 생각해보면 얼마만큼 한국의 의료진들이 극한 상황에 처해 일하는 지 이해할 수 있다. 




 학교 후배에게서 동료 중 일부가 대구 코로나 현장에 차출되었다고 했다. 당시 타 병원으로 차출되어 일했던 간호사들은 몇 달이 지난 그 때 까지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지금은 받았을지 의문이다.

 한국의 의료진들은 열악한 환경과 스케쥴에서 근무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희생"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 마냥 뉴스매체에서 얘기한다. 포항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집단으로 사표를 냈을 때 "코로나 걸리기 싫어" 집단 사표낸 간호사들 이라는 기사제목을 보고 할말을 잃었다. 집에도 가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그들이 일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뉴욕이 코로나로 초토화 되었을 때 뉴욕주 면허도 가지고 있는 난 종종 주지사로 부터 전체 메일을 받았다. 당시 뉴욕 주 상당수의 병원 중환자실에서는 인력이 부족해 시간 당 100불이 넘는 공고가 인디드에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뉴욕 주의 간호사 협회는 뉴욕 주를 상대로 부족한 보호장구 상황 속에서 일한 것에 대한 소송을 냈다. 공부한 만큼 혹은 일한 시간 만큼 내가 일할 수 있는 업무범위가 늘어나는 만큼 그에 맞게 보상이 따르는 미국에서는 그에 합당하지 못하다고 느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의료직군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한국에서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의 파업이 한창이다. 그들이 단순히 밥그릇 싸움으로 모든 걸 내걸고 파업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의료수가 정책으로는 여전히 지방 도시는 의사가 부족하고, 비 인기과는 여전히 인기가 없을 것이다. 왜 의사들이 특정 과를 기피하는지, 간호사들이 일 시작한 지 3년도 안되어 다들 그만두고 병원을 떠나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먼저 되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의료직에서도 분야가 굉장히 세분화 되어있다. 외과 전공의가 부족하여 생긴 Physical Assistant 같은 경우, 따로 학교 정규 과정이 있고 면허를 받아 일하게 된다. 반면 한국에서는 많은 대형병원에서 간호사를 PA로 고용하지만, 사실상 법제화 되지 않아 불법이며 내가 본 대부분의 한국 PA 들은 의사의 ID 를 빌려 처방을 내린다. 이 외에도 미국에는 환자 호흡기계만 담당하는 호흡기치료사(Respiratory Therapist) 가 있어 벤틸레이터나 인공 기도 삽관을 한 환자들의 호흡기 관련 상당수의 치료들을 담당한다. 이 직군은 특히 올해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더 수요가 늘었다고 한다. 업무 분화는 모든 직군의 사람들이 좀 더 만족하며 일할 수 있게 하고 내가 일하는 곳 만 해도 경력 10년, 20년 이상의 RT 나 경력 간호사들이 정말 많다.


 의료직군은 우리 전체의 생명과 관련이 있는 만큼 일하면 서도 계속 공부해야하고 많은 스트레스도 따르는 직업이다. 적절한 업무분배와 보상 없이 그저 누군가의 사명감 희생만을 요구하며 계속 일하기 바란다면 결국 어느 순간 한계에 달할 것이라 생각한다. 값싼 의료수가, 일부 직군에 집중된 업무, 신규들이 한 가득한 구조 속에서 메르스 전사 혹은 코로나 영웅을 언제까지나 기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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