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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KOO RN Oct 25. 2020

온라인 모임이 가져다 준 장점

2019 vs 2020 미국 심장 협회 컨퍼런스

 얼마 전 미국 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에서 주관하는 심, 뇌혈관 질환 관련 컨퍼런스(ND Mission: Lifeline Stroke & Cardiac Conference) 가 열렸다. 작년 이맘 때 참여했는데 하루 짜리 학회였지만 무료이고 내용도 정말 알차서 좋았다. 올해는 취소되는 건가 했는데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올해의 각종 의료 관련 학회는 대부분 취소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 어렵고, 특히나 병원에서 실제 환자들을 접하는 의료인이 모이는 학회는 더욱 위험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이번 학회는 과연 진행될 수 있을 지, 한다면 어디서 할 지 궁금했는데 zoom 화상 미팅으로 진행되었다. 


2019 년 참여했던 학회 모습 / 이젠 마스크를 안 쓴 사람들을 보는 것이 어색하다.


 작년 이 컨퍼런스는 노스다코타의 주도인 비즈마크(Bismark) 에서 열렸다. 내가 살고 있는 파고가 실제로 비즈마크 보다 조금 더 큰 도시이지만 행정적인 주도는 비즈마크여서 간호 협회나 여러 행정적인 기관들은 비즈마크에 주로 있다. 비즈마크는 파고에서 2시간 40분 정도 운전해야 하는 거리이다. 하루 짜리 학회를 가기 위해 왕복 5시간이 넘는 거리를 이동해야 해서, 당시 함께 간 동료들과 함께 근처 호텔에서 1박을 했다. 


컨퍼런스는 한 대학 건물에서 진행되었고, 각종 의료 기기나 제약사에서도 간단한 부스를 설치해서 기념품을 나누어 주기도 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진행되는 과정에서 최신 버전의 진료 지침을 공유하고,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이후 회복되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분들의 본인 경험을 나누는 시간도 있었다. 




 올해의 컨퍼런스는 이 모든 것이 달라졌다. 모두가 온라인 Zoom 에 접속하여 하루 일정을 진행했기에 제약사의 기념품도 끊임없이 제공되는 간식과 점심식사도 사라졌다. 하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우선, 차로 거의 편도 3시간에 가까운 거리를 갈 필요가 없었고 호텔 방을 예약할 이유도 없어서 돈과 시간을 모두 절약할 수 있었다. 현재 상처전문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난 병원에 내 자리가 있어서 근무 중간에 스크린을 켜 두고 틈틈히 들을 수 있었다. 우리 병원에서는 따로 컨퍼런스 룸을 정해서 당일 듣고 싶은사람들은 다 같이 큰 스크린으로 보며 참여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강의를 진행하는 의사, 간호사 혹은 기타 의료인들 역시 본인이 일하는 현장에서 줌에 접속하여 강의했기 때문에 배경으로 각기 다른 그들의 업무 환경을 보는 것도 좋았다. 모두가 정장차림의 옷차림이 아니라 일하고 있는 스크럽 혹은 가운 차림으로 강의하니 뭔가 더 현장감이 느껴졌다. 그들 역시 한 두시간의 강연을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도 되지 않아도 되니 장점이었다. 


2020 년 올해 진행된 온라인 컨퍼런스


https://www.heart.org/en/affiliates/north-dakota/north-dakota/north-dakota-mission-lifeline-conferences


 이번 컨퍼런스를 위해 만들어 진 페이지에 접속하면 강연자들의 모든 강의 내용 PDF 파일도 저장할 수 있고, 강연자들의 소개 및 하루 일정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질문과 답변의 과정도 어렵지 않았다. 줌 채팅창에 여러 사람들이 강연과 관련된 질문을 올리면 강연자가 그에 맞추어 답변을 바로 해 줄수 있었다. 강연자들이 중간에 사람들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넣은 퀴즈나 설문조사 등은 정해진 번호로 문자메세지를 통해 답을 하여 바로 바로 결과를 볼 수 있었다. 컨퍼런스 시작 부터 끝까지 사회자가 함께 있었기에 중간에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거나 마이크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바로 도움을 주어 매끄럽게 진행 될 수 있었다. 


 직접 대면하는 과정이 없다는 것 외에는 작년의 컨퍼런스와 비교했을 때 질 적인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다음에 또 온라인으로 진행 되더라도 참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나가면 어색한 세상이 되어 버렸고, 직접 대면하지 않고 업무나 회의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처음으로 참여한 온라인 컨퍼런스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내년에는 꼭 다시 오프라인으로 진행되길 바란다. 작년 동료와 함께 먼 거리를 이동하며, 또 같은 방에서 숙박하며 일하는 중엔 하기 어려웠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던 그 때가 그립다. 마스크 없이 한 원형 테이블에 모두가 둘러 앉아 제공되는 간식을 먹으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순간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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