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 KOO RN Nov 08. 2021

여행하고 일하며 두배로 버는 간호사

미국 트레블널스 전성시대

  요즘 병원에 트레블 널스들이 부쩍 많아졌다. 트레블 널스란 이름 그대로 한 곳에 오래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계약 기간을 두고 이곳 저곳 옮겨 다니며 일하는 형태이다. 트레블널스 에이전시들은 대체로 미국 전역에 다양한 형태의 병원들과 계약되어 있어서, 본인이 원하는 지역을 최대한 반영해 주는 편이다. 트레블 널스의 장점은 일반적으로 병원 정규직 보다 조금 더 높은 시급을 받을 수 있고 다른 지역에 갔을 때 필요한 식비 및 호텔 주거비용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장점이 많다. 


 단점으로는 에이전시에 따라 베네핏(의료보험, 학비 혜택 등)이 일반 병원에 비해서 조금 부족할 수 있고 이곳 저곳 옮겨 다녀야 하기에 아이 혹은 가정이 있는 경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트레블 널스를 많이 필요로 하는 병원들은 그 만큼 일이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군 혹은 병원 시스템이 다소 열약한 곳에서 일하게 될 확률도 높다.(내가 예전에 일했던 병원은 그래서 트레블 널스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리고 트레블 널스는 병원 정직원보다 교육기간이 훨씬 짧기 때문에 대부분 어느정도 경력(2-3년 이상)이 있어야 한다. 


 예전 간호사 이민을 알아보며 여러 에이전시에 내 이메일을 남겨두어서 인지, 종종 에이전시로 부터 이메일을 받는다.(에이전시들은 외국인 간호사 이민과 트레블 널스 두가지 모두 담당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 받은 이메일을 보면 미국 대부분의 지역이 110불 이상의 시급을 주고 있다. 난 지금 일하는 곳이 좋고 이제 이곳 저곳 옮겨다니는 것 보다는 한 곳에 머무르는 게 좋아 크게 관심은 없지만, 급여를 계산해 보면 1주일에 내 한달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괜히 솔깃해 진다. 




 얼마 전 트레블널스로 일하는 친구가 공유한 이메일이다. 위에 소개된 내용은 메이요 클리닉 트레블 널스 주 급여 예시이다. 기본적으로 시급이 일단 100불이 넘어가고, 거기에 식비 및 호텔 비용까지 지원 받아서 총 1주에 6천불이 넘는 급여를 제시하고 있다. 메이요의 병원 소속 일반 병동 간호사 최저 시급이 35불임을 생각해보면 거의 3배가 넘는 돈을 받으며 같은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가 만난 한 간호사는 여기서 일하다가 그만두고 트레블널스 에이전시로 들어가서 트레블 널스로 일하는 중이다. 


 전문간호사(NP)들도 본인의 월급보다 트레블널스로서 일반 간호사로 일하는 게 오히려 돈을 더 많이 버는 상황이라 파트타임 형태로 다른 병원에 가서 일하는 경우도 보았다. 


 코비드 팬더믹 이후, 미국도 간호사가 매우 부족하고 지친 간호사들이 점점 임상 간호를 떠나는 추세이다. 경력이 매우 짧은 트레블 널스들도 생기면서, 새로운 환경에 익숙하지 않거나 경험이 많이 부족한 이들이 크고 작은 실수를 일으키는 경우도 발생한다. 얼마전 한 병동의 매니저를 통해, 한 트레블 널스를 환자 안전에 위험을 초래한 일로 보고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https://www.nytimes.com/2021/08/21/health/covid-nursing-shortage-delta.html


 기존 인력으로는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할 수 없어서 병원에서는 비싼 돈을 지불하고 트레블 널스라도 고용하는 분위기인데,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왜 현재있는 직원들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하지 않고 외부인력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인지.. 내가모르는 속사정이 있는 건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 다양한 문화의 환자들을 이해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