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살아가는 것은 참 자유롭고 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이 많았다. 즉흥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고 즉흥적으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쉬고 싶으면 쉴 수 있었고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오로지 나 자신만을 집중해 시간, 감정, 물질적인 것들을 소비할 수 있었다. 다만 그러한 삶 속에도 완전하지 못하고 내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때면 비바람 혹은 날벼락들을 가차 없이 마주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곤 했었는데, 물론 시간이 해결해주지만 오로지 나 홀로 그 날벼락들을 맞는다는 것에 대한 리스크는 있었던 것 같다. 별 의미 없이 내뱉은 직장 동료의 한 말에도 감정이 모래성처럼 다 부서져 흩날리는 날이면 회복기가 꽤 오래 걸렸던 것이다. 일을 할 때도 홀로 지내는 시간 때문인지 일에 더 많은 집중을 하게 되고 소비하는 시간들이 많아졌던 것 같다.
이제 세네갈로 넘어온 지 두 달 반 정도를 달리고 있는데, 야근을 누구보다 싫어하던 내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어 왔다. 일이라는 게 하면 끝이 나는 게 아니라 일을 해치워도 그다음 일이 기다리고 있어 일의 양은 늘 같다는 사실을 최근에 깨달아오고 있는 것 같다. 퇴근 후 독서를 해야겠다는 둥, 기타를 쳐야겠다는 둥 여러 가지 계획들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고 두어 번의 운동이 전부였던 것 같다.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퇴근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도착이래 책 한 권을 제대로 못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다보며 그간 무엇을 했나 생각해보니, 사실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탓이었다. 어제 이른 아침 알렉스가 도착하고 나의 마음이 얼마나 안정적인가를 돌아다보니 그는 어쩌면 나의 삶의 페이스메이커가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고 책을 읽고 피아노 연주를 하고 기타를 치고, 이 별것 아닌 것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진행되었고 다시 나의 삶의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는 것 만 같았다. 그런 하루를 보고 나니 일요일이 더욱 평온하고 해야 하는 것들이 한눈에 정리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 평온함이 언제까지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의 삶의 페이스를 내가 좋아하는 속도임은 확실한 것 같다.
결혼 한 친구들이 결혼을 한 후에 안정적인 삶이라는 것이 좋다는 말을 했는데, 대체 무엇이 다른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졌었다. 그리고 막상 내가 그 상황을 마주하고 보니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는 것이다. 인간은 두발로 직립보행이 가능한 동물이다. 나에게 알렉스라는 존재는 나의 두 발에 그의 두발이 합쳐져 네 발로 걸어 무엇보다 안정적인 자세로 앞으로 걸어갈 수 있는 느낌이다. 내 다리가 하나 잃거나 다치더라도 남은 세발이 있기에 안정 적여지는 것이다. 물론 설사 그 두 발이 사라지더라도 조금 불편할 뿐 혹은 덜 안정적일 뿐 못 걸어가는 것은 것이다. 이 네 다리가 탄탄하게 균형을 이루고 서로 의지하며 앞으로 조금씩 걸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