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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콩 Sep 12. 2016

나를 자극하는 그



 우리학교에는 엄청난 워커홀릭이 있다. 노트북 배경화면에는 더이상 채울 자리도없는 폴더들로 가득차있고 학교 입구 맞은편에 살고있는 우리 무슈 은자이. 그는 초반부터 나를 엄청나게 자극했다. 그자극에 스트레스들로 그와 싸워 이기기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하루는 동네 지카애들이 (일본봉사단원) 학교에 놀러왔었다. 지카들은 일본에서 프랑스어를 이미 습득하고 왔고 이곳에서 현지교육은 부족언어인 월로프어만 습득하도록 교육과정이 이루어져 있다. 2일밖에 월로프어를 배우지않은 나와 3주간 월로프어를 배운 그들과는 확연히도 의사소통에 차이를 보일수밖에 없다. 무슈 은자이는 내가 보는 앞에서 지카와 협력을 맺고싶다며 사무소에 이야기해달라했고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월로프어로 그들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후 무슈은자이는 내게 왜 너는 월로프어를 잘하지못하냐며 (내가느끼기엔) 다그쳤다. 그때쯤이 내가 임지에 오고 세달쯤 되었을때였다. 화가나서 불어로 장문의 설명글을 썼다.



나는 불어를 한마디도 못했는데 10월말 이곳에 와서 첫마디를 배웠어. 그리고 우리는 지금 의사소통을 하고있잖아. 두가지 다 배우는건 나에게 너무 혼란스러운 일이야. 오로지 내가 앞으로 하는 일을 보고 나를 지켜봐 주지않을래? 그리고 다른이와 비교를 하는건 얼마나 기분나쁜일인지 몰라. 코이카의 교육시스템은 이곳에서 불어를 배우게끔 되어있고 지카단원들은 이곳에서 월로프어를 배우게 되어있어. 네가 그렇게 무시를하고 비교를 한다면 난 정말 화가날꺼야! 그리고 나도 다른학교 선생님들과 너랑 비교할꺼야!!



뭐, 이것보다 더 장황하고 화가난 상태의 더 긴 장문의 글을 준비해서 오후5시경 학교에 찾아갔다. 사실 이 장문의 글을 준비하기전에 지카단원인 아와를 만나서 고민상담을 했었다. " 무슈은자이는 맨날 나보고 왜 학교에서 종일 안있느냐고 물어. 그리고 왜 매일 안오냐고 물어. 심지어 지카애들은 저렇게 월로프어를 잘하는데 나보고 왜 못하녜! 나 너무 스트레스받고 내가 여기왜왔는지 모르겠어!!" 나보다 어리지만 언제나 사고가 어른스러운 아와는 이런 내게 단 한가지의 질문을 던졌다. "여기 사람들은 집에서 일을하는 것에 대해 간혹 이해못하기도해. 또 너는 혼자 살기때문에 집안일이 많거나 코이카 일을 하는것에 대해 잘 모르니 계속 상기시켜주고 설명해줘야해. 그리고 너혹시 가자말자 이건별로야 이건 바꿔야해. 라며 너의 기준으로 말하지 않았니? " 많은것이 와닿는 질문이었다. 아와는 아마도 그가 내가 집에서 아무것도 안할것이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나의 일상에대해 설명을 잘 해주라 했다. 그리고 이들과 그런 주고받는 스트레스들로부터 적응해나가는 과정이고 이 과정이 이곳에서 지내기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그래 부딛혀보자!라며 장문의 글을 준비해서 학교에 갔더니 그의 집인 띠에스로 이미 떠나버린 상태였다. 하필이면 그 다음주가 쁘띠바캉스였고 2주간 우린 안만날 예정이었다. 자존심이상하고 분이풀리지 않았다. 누군가와 비교를 했다는것도 화가났지만 못한다는 말투가 나를 자극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월로프어 선생님을 구했다. 일주일간 그의 집에 머물며 스파르타식의 월로프어를 배운것이다. 바캉스가 끝나고 학교에 갔을 때 나는 당당히 몇마디의 월로프어를 구사했고 씨익- 웃으며 무슈은자이에게 말했다.

" 나 요즘 월로프어 배우고 있어~ 근데 너도 코이카와 협력맺아있으니 한국어좀 배워야 하지 않겠어?"

그리고 그는 당연하다는식으로 가나다라를 배웠고 숫자읽기까지 배웠다. 점점 그와의 신뢰와 관계가 쌓여가는 순간들이었다.


 오늘 오랜만에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다가 그의 핸드폰이 망가져 내가 안쓰는 핸드폰을 하나 주기로 했다. 인터넷을하고 사진을 찍는데는 괜찮을꺼라며 그에게 주겠다고 했다.

"빈따! 넌 정말 친절해!"

"하하 나도 알아!"

"그리고 나도 친절해!"

"무슈은자이 난 그건 모르겠어!"

"내가 안친절하다는거야?"

"응! 너맨날 나보고 왜 학교안오냐 어제왜안왔냐 왜 오랫동안안머무냐 나는 아침부터 밤까지있다~ 너막 이렇게 말하잖아"

"아니야~~ 나는 그냥 그리운마음에 물어본거야 너가 어디에있었나, 뭐했나 궁금했던거야"

"나는 무서웠어 맨날 너 왜안왔냐!!!!라고하고 아 빈따는 일안하는구나~ 라고 생각하는것처럼 말했어. 그리고 수업이 없는날 학교에오면 왜왔어? 라고 큰소리로 물었잖아."

"빈따! 들어봐, 그게아니야. 나는 너를 콘트롤할려고 한적없어. 코이카가 너를 컨트롤하지 나는 그냥 정말 궁금했던거야~"

"방학인데도 나오라고하고... 안오냐고하고... 뮤슈은자이는 친절하지않아..."

"아니야 아니야~~!! 확신해 콘트롤할려고 한게 아니야! 코이카는 너도 보내줬지 물품도사주지~ 이미 엄청많은걸 도와주고 있는걸?"

"아휴~아니야... 코이카는 친절하지않아..나는 너무 슬퍼 이번에 프로젝트가 잘 될줄알았는데..."

"빈따, 괜찮아 너도와서 이렇게 학교도와주고 물품도사주고 이미 많이 도움받았는걸! 그리고 나는 코이카 친절하지않다고 말하지 않았다? 네가말한거다?"

"무슈은자이! 코이카가 안친절하다고 우리같이말한거잖아!ㅋㅋ"

"아니야아니야~~빈따혼자말한거야 나는 그런말한적없어~몰라몰라"




무슈은자이와 일을하고있자면 꼭 한국인과 일하는 기분이다. 알아듣지 못하는 회의에 2-3시간씩 앉아있게한다. 기관장의경우 내가 알아듣지못한다는것을 인지하기 때문에 오지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무슈은자이는 항상 내게 소속감을 가지도록 회의에 참석해달라 요구하는 편이다. 그것이 참 원망스럽고 꾸역꾸역 회의에 참여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프로젝트가 잘 되지않아 너무 무섭고 걱정되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내가 설명을 잘 해줄수 있을지 걱정도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되려 내게 기관의 역량에 대해 미안해 했고 미안하단말과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다음에 다시 도전하자는 말과함께 방학을 맞이 했다. 방학이 시작되고도 그는 내게 종종 전화를 해 안부를 물었고 보고싶다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근들어 친구들이 아쉽다는 말을 되뇌인다. 그럴때면 서로 눈시울이 붉어져 나는 그들에게 돌아간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게 한다. 그런 따듯한 마음들이 더욱 많은것을 해주고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남은 1년간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는 마음을 아끼지않고 표현하고 주고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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