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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콩 Aug 25. 2016

께베메르 불랑제리 탈출 대소동



 우리 동네에는 나의 절친들이 몇 있다. 가장 먼저 집 앞 부띠끄의 술레이만. 최근 들어 장난이 유독 심해졌다. 며칠 전에 집에 쥐가 들어왔을 땐 "그 쥐 이름은 빈따 음바이래요~~"라며 나를 놀리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결혼하자는 말들로 속삭이고 있다. "야! 너는 결혼했잖아!! 그리고 넌 나이가 너무 많아 난 어려서 안돼 안돼~"라고 하면 그게 엄청 재미있나 보다.

"너는 이제 빈따음바이가 아니라 빈따 섹이야!"

"왜!? 나는 음바이야! 내 세네갈 엄마가 준 이름이야!"

"음바이는 별로야 별로~~"

"왜? 별로야?"

"음바이는 게웰이야 게웰!"

"게웰이 뭐야?"

"땀땀치고 춤추는 애들이야 "

"나는 춤추고 노는 거 좋아해!"


그러자 내가 가장 힘들 때 나를 구제해준 나의 달링 맘소다가 나타난다.

"빈따는 조에야 조에 "

"조에가 뭐야?"

"흥이 넘친다고! 크크 너는 음바이야!"


몇 달 전쯤 이별을 겪고 현지인에 치이고 세상 사람들 모두 미워 등을 돌리려고 했을 때 손을 내민 맘소다였다. 어느 날 내 얼굴을 보더니 맘소다는 내게 바다 보러 가자고 제안했다. 워낙 세네갈래가 "나 돈 줘" "나 선물 줘" 등 이런 말들로 외지인을 힘들게 한다는 소리를 듣고( 나에게 그런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괜스레 내가 그랬던 것 마냥) 나도 같이 힘들어했었다. 하지만 막상 롱뿔로 떠나는 차에 타니 기분이 좋아져 맘소다에게 내가 버스비를 낼게! 하고 윙크를 했더니 돌아오는 차비는 더 비쌈에도불구하고 그녀는 내 차비를 내주었다. 괜히 나의 오해들과 선입견들로 미안해졌다.


 이곳에 와서 고기를 안 먹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물론 채식주의자 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돼지고기를 매우 사랑하는 나는 이곳에서 굳이 수도에서 돼지고기를 사 와서 냉동실에 얼려 먹기도 했었다. 하지만 점차 안 먹게 되니 피가 맑아지는 것 같고 몸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껴졌다. 해산물과 생선 위주로 먹었었고 얼마 전 프랑스 친구들과 롱 뿔 놀러 갔다가 롱뿔에서도 갓 잡은 생선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롱뿔 : 께베메르 옆 마을인곳으로 작은 사막과 바다가 있다. 관광지로 유명하여 외국인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방문하고 있다.


"맘 소다! 우리 롱뿔 가자 나 생선 사러 가야 해"

"언제? "

"월요일 괜찮아?"

"그래! 아, 근데 마마두가 화요일에 롱뿔 간대! 우리 그때 같이 갈래?"

"좋아! 콜 화요일!"


화요일에 코이카 사무소 직원들이 와서 점심들을 먹고 돌아갔고 밖에 나가니 우리 집 앞에서 맘소다가 다급하다.


"빈따!! 얼른 우리 집으로 가!!"

"왜?? 같이 가!"

"아우 일단가!! 얼른얼른!!"

"알겠어!"


.

.

.

맘 소다 집 앞에 갔더니 불랑제 리 식구들이 쪼로롬히 앉아있다.

"너네도 같이 가?"

"응! 같이 가!"

"빵가게는 누가 지켜?"

"몰라 오늘 닫았어 크크킄ㅋㅋㅋㅋㅋ"

"야! 이래도 돼??"

"지금 파투가 불랑제리(빵집) 지키고 있어!"

"판 은다오(불랑제리 주인)도 알아?"

"빈따 비밀이야 쉿!!!"

"뭐라 하고 나왔어?"

"집에 갔다 온다고 하고 나왔어!"

"판 은다오가 왜 가냐고 안 물어?"

"응 안 물어보던데!?"

"빈따! 그럼 너 판은다오나 술레이만이 어디 갔다 왔냐 물어보면 뭐라 할 거야?"

"음.. 맘소다랑~ 이사께베랑~ 은돔보랑 마마두랑 압둘라이랑 그리고 마마두 친구랑 롱뿔다녀왔어요~~라고 할꺼지롱"

이 말과 동시에 큼지막한 손바닥으로 허벅지 빅 펀치를 맞았다.

"알겠어 그럼 내가 나. 혼자. 롱뿔가서. 생선 사 왔어요!!!라고 할게!!"

"야 왜 나. 혼자.라고 꼭 붙이냐??"

"아맞네..

 그럼 아무 말 안 하고 그냥 집에 들어갈게..."



그렇게 께베메르 판 은다오 불랑제리 전체 직원 파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약점으로 다시 놀리기 시작했다. 나에게 무엇을 해줄 것이냐며 으스럼댓더니 맘 소다는 내게 맛난 점심을 해주겠다고 했고 은돔보는 내가 이미 말하지 않겠다고 신께 맹세했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처음에 약속하래서 약속한다 했더니 신에게 걸라고 해서 알겠다 했더니 저렇게 말했다.) 그리고 이사께베는 휴무라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바게트 배달하는 마마두의 빵 차를 타고 맘소다 오빠와 마마두 친구와 나, 사께베, 맘소다, 은돔보 이렇게 께베메르 판 은다오 불랑제 리 탈출 대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차에 타니 아따야( 세네갈 전통 녹차)와 양파소스, 그릴, 숯, 물이 준비되어있다. 롱 뿔에 도착해 생선 열댓 마리 대략 열일곱 마리는 되는 생선을 샀다. 유난히 생선이 많이 들어오지 않아서 1마리에 250 세파나 줬다. 지난번에 프랑스인 친구 클레어와 레미와는 6마리에 1000 세파를 줬는데 이 가격은 세네갈 래들도 눈이 휘둥그래해 지는 가격이었다. 250 세파는 한화로 약 500 원돈, 1000 세파는 약 2000원 돈정도 된다. 여하튼 맘 소다가 쿨하게 생선을 모두 사버렸다. 다 같이 여행은 처음이라 나도 너무 설레고 또 설렜던 것 같다.

 나는 한국에서 애교가 많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인의 말투 자체에 애교가 섞여 있는지 사께 베는 매번 나를 따라 한다.

"므뉴마아~ ( 나는 할 수 없어~)"

"너 왜 자꾸 나 따라 해???"

그랬더니 은 돔보는 너를 따라 하는 게 아니라 꼭 너같이 어린애 따라 하는 거야 라고 말한다. 내가 어린애처럼 말하냐고 물으니 꼭 그렇단다. 유독 어려 보이는 외모에 말투까지 이러니 더욱 사람들이 어린애로 봤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든다. 특히 우리 학생들이 왜 나를 그토록 어린애로 봤나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사께 베는 하루 웬 종일

"므뉴마아~~"라며 나를 따라 했다.

스무 마리 가까이되는 생선을 보며 이게 우리 7명이 먹는 거냐 너무 많지 않냐 물었더니 그렇지 않다고 한다. 지금까지 먹었던 생선구이와 달리 MSG 가득 들어있는 세네갈 전통 조미료를 뿌려주곤 시트롱(라임)과 까니(엄청 매운 피망) 가루를 뿌려 숯에 구워줬다. 먹으며 나는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고 다른친구들의 생선까지 받아먹으며 17마리는 참.. 작은 양이었구나 하고 멋쩍었다. 태어나서 오로지 생선으로만 배 채워 본 게 처음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밥도 빵도 없이 오로지 생선으로만 배를 채웠다.

무슬림들이 대부분인 이 세네갈에 술쟁이였던 나는 대체 무슨 재미로 놀까 하고 의구심이 들었었는데 대낮에도 이런 유흥이 있을 수 있구나 다시 한번 생각 들었다. 다 같이 신나게 밥을 먹고 아따야를 한잔 한 후 남자애들은 바닷가에서 축구를 즐겼고 나와 이 사께베 맘 소다 은 돔보는 수영하면서 수면 위로 떨어지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많은 현지인들의 말에의하면, 롱뿔물이 너무좋아 피부에 좋다고한다. 그래서 애들은 샤워하겠다며 물병에 바닷물 가득히 담아갔다.


항상 맘소다와 이사께베와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은돔보와는 긴 시간 이야기 나눈 것은 처음이었다. 나의 이별 소식을 전해주었더니 오히려 더 흥분하며 이유를 자꾸만 물었다. 그리곤 새로운 사람을 빨리 만나라며 나를 재촉하는 것이었다. 잊히면 만나겠다 했더니 은돔보가 말한다.


"빈따, 나도 몇 년 전에 길게 만나다가 헤어진 남자 친구가 있었어. 헤어지고 밥도 못 먹고 사람들과 말도 못 하고 일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했어. 내 마음속이 너무 큰 상처가 나서 나는 살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어떤 남자애가 나타나서 매일 내가 너무 좋다 해주고 아따야도 타 주고 바람 쐬러도 가주고 또 매일 좋다고 해 주고 이쁘다고 해 주고 끝내 마음을 열 수 있었어. 아무것도 못한다고 생각하지 마. (실제로 은돔보가 해준 말 그대로 직역한 것)"

"은돔보, 근데 아직은 아닌 것 같아.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가 너무 무서워. 나중에라도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 여전히 사랑하고 있어."

"세네갈래를 만나!"

"싫어.................."

"왜!!?? 아프리카인이니까!? 흑인이니까!?"

"아니야!! 내가 봤는데 세네갈레 남자들은 네 명씩 부인을 두고 여자 친구도 여럿씩 두더라! 그게 나는 무서운 거야!"

"어디서 봤는데!?

"여기저기서 다 봤다 왜!?"

"흠. 그래 너는 한 명과 사랑하고 싶은 거지?"

"응 맞아. 근데 너 그때 위로해준 그 남자가 지금 남자 친구야??"

"우리는 지금 식용유와 까니를 사러 갈 거야"

"푸하하!!! 야!! 왜 대답 안 해! 그래서, 그 남자가 그 남자야??"

"우리 얼음도 사자!"

"됐다! 은돔보 나쁜년아!"


오후 2시쯤 급 떠난 여행은 오후 6시 반이 되어서야 자리를 마무리 지었고 마마두는 모두의 집에 데려다준 후 은 돔보는 옷을 갈아입은 후 다시 일을 하러 갔다고 한다. 그리고 생선을 사러 갔던 나는 말 그대로 생선을 먹기만 하고 빈 아이스박스로 돌아왔다.


여담으로 은돔보가 집 앞에서 엄마 몰래 차에서 내리려고 하다가 차가 멈춘 줄 알고 내리려 하다가 차가 출발해버려서 차에서 댕구르르 구르며 내리는 바람에 동네 사람들이 모두 은돔보의 일탈을 알아버린 건 너무 슬펐던 사연이다.




추신. 미안하다 얘드라. 그래도 나 한국어로 썼다. 판은다오와 파투는 모를꺼야. 물론 니네도. 하하. 니네 스토리를 하나하나가 시트콤같아서 꼭 쓰고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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