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주에는 한국인이라고는 나 뿐이다. 나름 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신규단원이 들어오며 새로운 한국인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간 여권관리국 국장이 루가주엔 한국인이 나뿐인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할때마다 나는 그만큼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했었는데 그 사랑을 나눔할때가 온것이다. 한 신규단원이 내게 고민상담을 자처해 왔다. 홈스테이 가정에 동생이 무례하게 행동하는것에 대해 상처를 받고 말은 못하고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일기도쓰고 이것이 이들의 문화인건지 이해하고넘어가야하는건지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만약 너의 친동생이라면 어떻게 했겠느냐'라는 것이 나의 답변이었다. 문화가 달라서 헷갈린다면 나는 질문을 했었다. 여럿 사람에게 이 아이가 이런 행동을 했는데 이곳에서는 이것이 보편적인거야? 라고 물으면 대부분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그 단원의 홈스테이집은 나의 홈스테이 집이기도 했지만 아마 그동생은 그 단원의 착한 심성을 우습게 본탓도 있었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착한것은 좋지만 단호하지 않은 말투와 특유의 한국의 어린아이같은 말투를 우습게보고 무시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 마침 주말에 홈스테이 집에 방문했었고 그 이야기를 듣곤 동생에게 물었다.
"아쟈,너 새로운 단원한테 착하게 굴었어?"
"몰라몰라 안들려"
"다시물어 착하게굴었어 안착하게 굴었어??"
"안들려 안들려 몰라몰라"
이리와 하고 훅 끌어당기곤 말했다.
"그녀는 지금 너희집에서 세네갈에 대해 적응중이야. 근데 너가 착하지 못하게 굴면 이 단원은 모두 세네갈사람들은 착하지 못하구나 하고 생각할꺼야. 그래도 착하지 못하게 굴꺼야!!??"
"알겠어 안그럴게"
"약속해!"
"알겠어 약속할게"
이후 신규단원의 말에 의하면 숙제도 도와주고 조금은 바뀐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집 베란다에는 열무와 깻잎 상추 고추를 키우고 있었다. 2주가까이되는 시간을 집을 비우게되어 옆집 꼬마숙녀들에게 맡기게 되었다. 소피와 마미다. 내가 휴가에돌아왔을땐 이미 저세상으로 간 나의 열무와 깻잎 상추들이었지만 (사실 정말 충격적이고 상처받았었다) 이미 죽은 아이들을 뒤로한채 다시 발아를 시키고있는 요즘이다. 어느날 마미가 내게 달려오더니 뜬금없이 인사도 없이 이렇게 말한다.
"빈따!! 나 내일 선물줘!!"
"왜?"
"음 그냥~"
"마미, 내일 네 생일이야? 왜 내가 너에게 선물을 줘야하는지 설명해줄래?"
"그냥~~"
말씨름이 시작되자 동네꼬마들이 몰려든다.
"빈따 나내일 선물줘~~"
"마미, 그러니까 내가 너에게 왜 선물을 줘야하는지 설명해봐. 너의 생일이야?"
이내 옆에있던다른 녀석이 끼어든다.
"야야 따바스키 산물달라해"
점점 나의 화가 극도로 치닫기 시작한다.
"빈따 나 생일이야 선물줘"
"네 생일이 언젠데?"
"10월2일!"
보름도 넘게남은 생일에 당장 내일 선물을 달라고하니 당황스럽기 짝이없다. 화가나서 실례한단 말과함께 집에들어갔다. 갑자기 뜬금없이 선물을달라니 아무리생각해도 이해가 가지않는다. 다시 1층으로 내려가 마미를 불렀다.
"마미! 이리와 앉아"
"빈따 나때문에 화났어?"
"응 화났어. "
소피가 설명한다.
"마미는 10월2일날 생일이라 너한테 선물달라 한거야..."
"마미, 너 내가 9월 17일날 여행마치고 께베메르 돌아온다고 했어?안했어?"
"했어.."
"그럼 너의생일전에 내가 께베메르에 있다는 걸 알고있었지?"
"응.."
"근데 갑자기 나한테 오더니 선물을 내놓으라고하고 내가 외국인이니까 돈많을꺼같아서 나랑 친구하는거니?? 빈따빈따 부르고 친구라고 하는게 다 선물때문이고 과자때문이니? 나는 니네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난 정말 너네한테 실망했어. "
"미안해 잘못했어.."
"외국인만나면 선물달라 돈달라하는거 착하지 못한거야!아무도 모르는사람이 갑자기 너한테와서 돈달라 선물달라하면 어떨꺼같아!?"
"알겠어 안그럴게..."
" 선물은 함께 시간을 나누는거야. 달라한다고 내가 너에게 꼭 줘야할 이유는 없어. 선물은 바라는게아니라 마음으로 주는거야!"
"미안해..."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나의 친구 마타의 동생 조조이야기다. 어느날 조조네 동네에 놀러를 갔고 조조는 주변에 많은 프랑스인들 때문인지 외국인을 대하는것이 꽤 능숙한 편이다. 프랑스봉사자들은 언어가 가능한 이유로 적응기간 없이 바로 임지에 뛰어들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의 많은 도움을 받으며 지낸다. 그런탓인지 혹은 조조의 어른 스러운 성향 (?)때문인지 주변 외국인들을 컨트롤하는 경향이 있다. 하루는 레미와 조조 아드멍과 길을 걷는데 조조가 말한다.
"P.S! (잔돈!) 레미! 나 땅콩 먹고싶어! P.S!"
모두 벙쪗고 이내 레미는 백세파를 꺼내 조조에게 건내준다. 땅콩이 볶아지길 기다리는 조조를 불렀다.
"조조! 이리와!!"
"왜?"
" 너 방금 레미를 뭐라고 불렀어?"
"응?"
"너방금 레미한테 p.s라고 불렀어!"
"헉... 미안해..."
"너는 레미가 돈이라고 생각하니!?"
"아니야.. 잘못했어.. 몰랐어."
"두번다시 그렇게 행동하지마! 잘못된거야!"
프랑스 봉사자들은 의사소통이 쉬운탓인지 꽤 현지인들과 가깝게 지낸다. 그리고 또 (내가본 친구들은) 나눔을 참 잘한다. 비싼것들이아닌 백세파 이백세파 가벼운것들에 대해 함께할줄 아는것이다. 하지만 어린꼬마들이 이것을 잘못인지하고 당연한것처럼 생각하는 것에 대해 따끔하게 충고해 줘야한다고 생각했다. 진정 이들이 내 동생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된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해줘야 아이들이 인지하는 것이다. 그것이.어릴때부터 받아야하는 인성교육중 하나인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가 만난 꼬꼬마들은 잘못되었다고 꾸중을 했을 때 잘못된것임을 인지했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들을 한것이다.
다르다 생각하면 한없이 다르다. 하지만 같다고 생각하면 다 같은 가족인것이다. 그럼 잘못된것을 봤을 때 그냥 넘어가지는 못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