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래인줄 착각하고 있는 하얀 뚜밥의 이야기
처음에 이곳에 와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나 너 좋아해", "나랑 결혼해줄래?", "어떻게 하면 한국인이랑 결혼할 수 있어?" 등등 거의 연애와 결혼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들이 이렇게 다가오면 나는 언제나 그들의 연애나 결혼생활에 대해 묻기 시작한다. 대부분 결혼을 했거나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도 고백들을 하고 있었다. 지난 1월 나는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했고 물음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랑이야기가 이곳까지 와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주제로까지 흘렀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단 하나만이 존재하며 물론 사랑은 변할 수 있지만 동시에 두 명을 사랑하는 것은 완전한 누군가를 향한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이 서른이 다되어가도록 여전히도 어릴 때 풋사랑처럼 단 한 명에게만 뛰는 심장을 열망하고 갈망한다. 열정적으로 사랑을 하고 싶다. 그런 내게 며칠 전에 만난 프랑스에서 온 멜린드레는 내가 단 한 명과 연애 중이고 장거리 연애 중이란 말에 내게 이렇게 말한다.
"장거리 연애에 단 한 명과 연애를 한다고? 그건 너무 가혹한 일이야!"
"그렇지만 난 그를 잃고 싶지 않아"
" 너 그와 결혼할 거니?"
내가 고리타분한 걸 지도 모르지만 요즘 생겨난 그 "썸"이라는 것이 참 우리의 마음을 가볍게도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 학생 때 가벼웠던 연애를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랑은 내게 완전한 사랑이 아니었고 서로에게 의무적인 만남으로 내 정신과 마음을 지치게 했던 것 같다. 사랑과 연애가 별개가 되어 버린 세상! 완전한 사랑을 꿈꾸지만 결혼과 연애는 또 별개가 되어버렸다. 모순이다. 사랑은 그 자체가 모순인 걸까?
-그 남자 이야기.
최근 수도에 가서 숙소 가르디엥(경비원) 무사, 압두와 자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곳 세네갈은 무슬림의 국가로 부인을 4명까지 둘 수 있다. 무사 말에 의하면 여성비율이 너무나 높고 남성 비율이 낮기 때문에 여성이 결혼하지 않고 부모 밑에서 살지 않고 독립하기 위해서는 두 번째, 세 번째 부인으로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무사는 지금 두 번째 부인을 찾고 있다고 한다. 첫 번째 부인이 너무 힘들어하고 있으며 첫 번째 부인의 일을 돕기 위해서는 두 번째 부인이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역시나 내 신념이나 살아온 방식으로써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리고 폭풍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만약, 첫 번째 부인이 두 번째 부인을 맞이하는 것을 싫다고 했을 때도 결혼을 할 것이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건 너무 했잖아! 지금 부인을 사랑하지 않아?"
라는 나의 소리에 그는 대답한다. 너무나 사랑하고 있고 하지만 두 번째 부인들 들이면 본인이 훨씬 멋있어질 테고(새로운 사람을 만나니까) 첫 번째 부인에게도 좋을 것이란다. 맙소사! 나는 지독한 모노가미로써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무 질투 날것이라는 나의 말에
"아니야 그렇지 않아 4일은 첫째부인네서 지내고 3일은 둘째부인네서 지내면 첫째 부인이 질투를 내지 않을 거야"
무사는 이 이야기를 하며 세네갈 여자들은 결혼하면 뚱뚱해져서 좋지 않다고 말한다. 나는 점점 열이 받기 시작해 언변을 높이기 시작했다. 그런 무사는 내가 재미있는지 계속 이야기를 한다. 그리곤 남자친구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한다. 이곳 세네갈에서는 처음 본 사람이 고백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청혼도 한다. 물론 농담이겠지만 진지한 눈망울로 그렇게 이야기할 때면 때론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때로는 결혼을 했다고 하기도 하고 아이가 있다고 말할 때도 있다. 그래서 때때로 나의 남자인 친구들이 나의 남편이 되기도 하고 조카들이 딸이 되기도 한다. 여하튼, 남자친구가 있다는 나의 말에 그는 너무 멀리 있으니 이곳 세네갈에서 남자친구를 다시 찾아보라 한다. 나는 사랑은 단 하나만 존재하며 둘을 사랑할 수 없다고 말했더니 그는 남자는 몇 달을 한 여자와 만나고 나면 자연스레 다른 여자에게 눈이 돌아가니 너무 믿지 말라는 충고까지 해 준다. 그리곤 다시 세네갈에서 남자친구를 찾아보라며 씨익-하고 웃는다. 이때, 나는 짓궂은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럼 나도 둘째 남편, 셋째 남편, 넷째 남편 맞이할 거야! 첫째 남편은 지금 남자친구에게 줄 거야! 좋아, 그럼 나의 둘째 남편의 기회를 무사에게 줄게 세째남편은 압두! 괜찮지?"
라고 했더니 역시, 상황은 역전되었다.
"안돼 안돼! 그건 나쁜 거야!"
"왜 나쁜 거야? 너도 둘째 부인, 셋째 부인 두고 싶잖아. 나도 그래!"
"아이와 아버지는 같아야 해. 뿌리가 같으니까. 근데 아빠가 다 다른 것은 안돼!"
"아니야 싫어 그럼 무사 너는 나의 둘째 남편이 되어줘!"
그리고 나는 거절당했다. 그리고 어느 날 늦은 밤 물이 떨어져 집 앞 부띠끄는 문을 닫았고 편의점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 왔다. 저녁에 일하는 압두에게 같이 편의점에 가달라고 했고 그는 오랜 시간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끊더니 파틱에 살고 있는 와이프와 통화를 했다고 한다. 압두는 수도인 다카르에서 일하고 있고 와이프와 아이들은 파틱에서 있다고 한다. 그립지 않냐는 나의 말에 너무 그립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또 물었다.
"그렇게 사랑하는데 압두도 둘째 부인을 맞이 할 거야?"
"물론이지!"
"그렇게 사랑하는데 왜 둘째 부인을 두는 거야!?"
라고 했더니 무사가 했던 이야기 그대로 나에게 해준다. 그리고는 나에게 또 장난스레 이야기한다.
"나의 둘째 부인이 되어줘!"
그리고 나는 말한다.
"알겠어! 그럼 너는 다카의 남편이 되어줘! 내가 사는 께베메르에도 남편을 둘 거야. 그리고 첫째 남편은 지금 내 남자친구가 되어야 해!"
그런 나의 말에 압두는 귀를 막곤 안 들린다며 어린아이처럼 "안 들려 안 들려"라며 외친다.
"압두는 내 다카르의 남편이야!! 께베메르 남편은 누굴 맞이할까!?"
라고 했더니 계속 안 들린다며 양손으로 귀를 막는다. 그 모습이 어찌나 천진난만했는지 모른다.
"내 두 번째 남편이 되어줘!!!!"
-그 여자의 이야기
처음에 이곳 세네갈에 와서 문화교육을 들었다. 나의 프랑스어,월로프어 선생님이자 문화교육까지 해주었던 매모나의 말에 의하면 이곳 세네갈 여성들은 결혼을 하고 나면 뚱뚱해지는 것이 부의 상징이기 때문에 뚱뚱한 것이 좋다고 한다. 뚱뚱해야 사랑을 받는 나라가 있다더니 이곳이 바로 그런 곳인가!?라는 생각에 한평생을 다이어트와 함께한 나는 괜스레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결혼 후 아이를 낳으면 아이가 걸어 다니기 시작하면 간단한 청소나 이런 것들은 자연스레 하게 되는 분위기이다. 아직 3살 정도밖에 안된 걷는 것도 힘든 사디아는 언니들이 밥을 하고 청소를 하는 모습에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은지 본인 몸뚱아리 만한 국자를 들곤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닌다. 이렇게 대가족을 형성하는 세네갈래들은 자식들이 설거지와, 빨래, 청소 등 집안일을 도맡아 한다. 그리고 엄마는 누워 TV를 보거나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많은 가족들이 그렇게 보낸다. ) 그래서인지 싱글인 여성들은 대부분 몸매가 너무 이쁘지만 결혼한 사람들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덩치가 커진다. 얼마 전 수도인 다카르에 가는 길에 홈스테이를 했던 띠에스에 집에 들렀다. 그리고 홈스테이 때보다 조금 살 빠지기 시작하는 내 모습을 보며 엄마는 말한다.
"빈따! 엄마도 살 빼고 싶어.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엄마! 세네갈은 결혼하고 나면 살쪄야 한다면서요?"
"안돼~~ 아빠한테 사랑받고 싶어"
그렇다. 뭔가 이제야 상황이 설명되는 것이 결혼을 하고 나면 살쪄야 하고 그것이 사랑받는다는 증거라는 것이 점점 모순이 되어가고 있다. 이들도 여자였고 꾸준히 한 남자에게 영원한 사랑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하루는 집주인인 실라가 집에 놀러 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실라가 남자친구에 대해 물었고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다는 나의 말에 그의 남편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그녀는 그의 남편을 14개월째 보지 못했고 그는 이태리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올여름 세네갈로 잠시 돌아올 예정이고 약 2달을 머물다가 다시 이태리로 돌아간다고 한다. 너무 그리울 것 같다는 나의 말에 그녀는 말한다. 그에겐 와이프가 한 명 더 있다고. 며칠 전 무사와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올라 또 열심히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아우!!! 나는 너무 질투 날 거 같아. 질투 나지않아?"
"엄청~~!!! 엄청 질투 나지!!!"
"화나지 않아?"
"가끔 머리 쥐어뜯고 싸우는 와이프들도 있어!"
역시, 여자인 나의 마음으로는 질투가 나지 않을 수가 없다. 내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피가 거꾸로 치밀어 오를 것 같은 질투심이 어찌 다른 여자와 한침대에 누워 신혼생활을 즐긴다는데 화가 안 날 수 있으랴.
역시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봐야 했다. 여성들은 결혼을 하면 살이 쪄야 이쁜 것이라 했고 또 부의 상징이라 했다. 그리고 남자들은 그런 여자들이 뚱뚱해지고 게을러진다고 했다. 날씬하고 이쁜 여자를 좋아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이 세상의 많은 남자들의 공통사인가보다. 아이를 낳아보지는 않았지만 아이를 낳으면 몸이 많이 망가진다고 들었다. 아이를 적어도 넷다섯씩 낳는 세네갈은 오죽하랴. 물론 한국도 몸짱 아줌마 열풍이 불기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이곳도 조금씩 몸짱 아줌마 열풍이 불러오려나보다.
현지어 교육을 받고 있었을 때 우연히 대사관 사람들과 아트센터 간부와 식사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그때 그 간부의 말에 의하면 어느 정도 부유한 남자들이 돈이 이렇게 많은데 왜 와이프를 한명만 두냐며 부인을 여럿 두는 사람들이 많았단다. 하지만 최근에는 본인을 비롯하여 단 한 명의 여성과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사람도 많아지는 추세란다.
또 나의 월로프어 선생님 마티는 세네갈래와 결혼을 하라기에 세네갈래는 와이프를 여럿 두어 싫다고 했더니 결혼할 때 단 한 명의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서약서를 쓰면 법적으로 효력이 있다고 한다. 세네갈에 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페미니스트가 되어져 간다.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무슬림 종교의 문화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주제로 대화를 할 때면 나는 항상 남자들에게 물어본다. 만약 이슬람 문화가 여성들이 둘째, 셋째 남편을 둘 수 있다면 어떨 것 같냐고. 그럼 하나같이 기겁을 한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똑같이 질투를 느끼고 똑같이 아파한다는 사실을 알고 세네갈 남자들이 부디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 또 여자들도 결혼했다고 하여 퍼지지 않고 이쁜 여성성으로써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마무리해 본다.
글쓴이. 김은빈
직업. 영감님처럼 동네 시찰 나가기
부업. 세네갈의 작은 마을 께베메르에서 아이들 요리교육을 하며 지내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