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 한 번도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었다. 엄마는 항상 주택을 고집하였고 독립된 공간을 좋아하셨다. 초등학교 하굣길, 아파트 단지가 즐비한 동네로 가는 아이들은 항상 같이 하교하는데 나는 다른 길목으로 접어들어야 할 때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그럴 때면 항상 아파트로 이사 가자며 엄마에게 조르고 또 졸랐다. 그리고 지금 코트디부아르에 온 작은 오래된 4층짜리 아파트 비슷한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콤팩트 하게 조각조각 들어간 아파트 단지를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자꾸만 바라보게 되었다. 밖에서 보면 저렇게 작아 보이는 공간에 집안엘 들어서면 이것저것 다 들어가고도 공간이 남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또 좋은 점은 주택에 살 때면 앞마당에 아빠가 자갈을 소복하게 깔아놨었는데 때때로 그 자갈을 씻을 때면 정말 고문이었다. 나무들도 관리해주어야 하고 나뭇잎들도 꾸준히 쓸어줘야만 한다. 특히나 뒷마당에 있던 목련과 석류나무를 난 세상에서 젤 싫었다. 그 작은 마당에 떨어지는 나뭇잎들이 미울 때가 많았다. 정기적으로 앞마당, 뒷마당을 청소해주지 않으면 쉽사리 들어가기도 어려울 정도로 먼지가 쌓여 볼품이 없었는데 아파트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 없는 게 내심 좋았다.
지금 이 집에 들어오고 나선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바로 윗집 여자의 파티 사랑이다. 오늘도 이웃주민의 파티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해를 하고 넘어가야지 하고 생각하다가도 음악소리, 수다 떠는소리들을 듣다 보면 울컥하고 올라온다. 특히 오늘 같은 날엔 게스트들이 2층과 3층을 구분하지 못해 초인종을 눌러대면 그만큼 화나는 일도 없다. 하지만 또 미워할 수도 없는 것이 지난날 내가 참여했던 파티들, 음악소리들, 우리 집에서 열었던 파티들, 폭죽 소리들 생각하니 결코 그녀를 미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간 이웃주민들의 시끌한 파티를 겪어보지 못했던 탓에 이렇게 고문스러운 일인지 몰랐다. 떠오르는 몇몇 파티들이 있는데 특히 브라질 쿠리치바에서 안토니오의 친구 조가의 집에서 열었던 파티는 정말 광란의 밤이었다. 베란다에 앉아 술을 마시며 실컷 수다를 떨며 웃고 취해 노래 부르고 춤추던 그날들을 생각하니 정말 이웃주민들에게 사과하지 않은 것에 대해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이다.
오늘 어떤 글을 읽어보다 보니 베란다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은 이유로 아랫집 이웃주민과 싸움이 일어난 사건이 있었다. 층간소음을 넘어서 이젠 냄새도 조심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한국에서도 예전엔 파티를 좋아하고 잔치를 열어 동네 사람들 모두 함께 먹고 즐겼는데 사회가 바뀌면서 이젠 먹는 것조차 조심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파티를 하지 않는 문화는 너무 따분하고 싫지만 토요일 저녁 이웃집의 시끄러운 소음도 싫다. 그 어떤 것을 선택하라 한다면 한참을 고민해야 할 것만 같다. 나도 즐겨하는 파티이기에 소음이 심하니 모두 다 할 수 없어!라고 할 순 없지만 윗집 여자의 파티 횟수(주 1회)는 조금 줄었으면 좋겠다.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여하튼, 윗집 여자의 파티로 엄마의 독립적 공간을 선호한다는 말에 나이 서른둘이 되어서야 전적으로 공감하게 되었다. 콤팩트 하게 사각사각한 공간들이 들어박힌 모습들이 신기하게 바라봤던 호기심보다 아파트에서 살면 조심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에서 타인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배운 요즘이다. (윗집 프랑스 여자가 얼른 이사가 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