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의 창가

2026.03.08

by 은봄


해가 기울면

방 안의 것들이 조금씩 솔직해진다


아침에는 보이지 않던 먼지가

빛 속에서 천천히 떠다니고

미처 정리하지 못한 생각들이

책 사이에 끼어 있다


나는 창가에 앉아

오늘을 조금 늦게 이해한다


사람의 하루는

대개 이런 식이다


지나갈 때는 아무 일도 아닌데

돌아보면

어딘가에서 마음이 살짝 움직여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된다


그래서 나는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창문을 한 번 더 열어 둔다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오늘의 작은 마음이

조용히 나갈 수 있도록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