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등을 밀지 않는다

2026.03.04

by 은봄


강아지와 걷는다

리드줄이 느슨하게 흔들린다


바람이 분다

등을 떠미는 대신

옆을 스친다


봄은 등을 밀지 않는다


앞서가라고 재촉하지도

잊으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젖은 흙냄새가 올라오고

새로 난 풀잎이

발목을 건드린다


나는 잠깐 멈춘다

멈춘 채로

숨을 고른다


봄은 등을 밀지 않는다


대신

나란히 걷는다


강아지의 그림자가

길 위에 먼저 닿고

내 그림자가 그 뒤에 붙는다


두 개의 그림자가

같은 방향으로 늘어진다


상실은 여전히 내 안에 있지만

오늘은

조금 덜 무거운 날


봄은 등을 밀지 않는다


그저

곁에 서서

바람이 통과하게 둔다


나는

스스로 한 걸음

옮긴다

토요일 연재